‘판 커지는’ 게임 상금의 세계

2016.08.16 11:01:07 호수 0호

우승하면 100억 ‘로또 저리가라’

[일요시사 취재2팀] 안재필 기자 = 프로게이머는 어린 시절부터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다. 각양각색의 게임을 통해 판이 넓어진 작금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도 등장했다.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는 추세다. ‘리그오브레전드’ 같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은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도타2’의 고액상금은 기네스에 등록이 될 정도다.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프로게이머는 팬까지 보유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0∼20대 남성들 사이에선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탄다. 국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한, 홍진호는 지금도 이름이 회자되며 TV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억'소리 난다

한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수명도 짧고 불로소득 직업으로 비춰져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프로게이머가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거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 오면서다. 국내서 프로게이머가 자리 잡을 시기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대중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쳤다. 프로다운 인식과 인성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컸다.

게임에 대한 대중의 곱지 못한 시선도 함께 했다. 그러던 중 중국서 e스포츠가 관심을 받고 프로게이머가 대세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도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중국을 위시한 외국에서 국내 프로게이머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업계와 대중은 한국 선수들의 처우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이때 프로게이머 최저연봉제 도입에 대한 말도 나왔다.

당시 국내 e스포츠협회인 케스파(keSPA)는 선수들의 최저한의 처우가 보장되야 한다며 ‘최저 연봉 2000만원’을 리그 참가팀이 준수해야 할 규정으로 명시했다.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전문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처우뿐만이 아니다. 상금 역시 목표가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된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는 감독 및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지난날과 다른 새 판이 짜여진 셈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는 AOS(MOBA, DotA-like 등으로 불리며 명칭이 확립되지 않음)로 롤이 대표적인 게임이다. 같은 장르 게임으로 ‘도타2’가 있다. 게임대회의 상금은 이 두 게임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롤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매년 ‘롤드컵’이라 불리는 월드챔피언십을 연다. 이 대회는 우승팀이 약 11억원(2015년 기준)의 상금을 획득해 억대 상금으로 주목받았다. 팀원 5명이 나눠가진다 해도 2억원을 받아가는 상금이다. 상금뿐 아니라 라이엇게임즈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참가 선수들에게 2000만원의 최저 연봉과 최소 계약 기간 1년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 비용은 라이엇게임즈서 모두 부담한다. 케스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 롤 프로게이머 정식 계약이 확정된 선수는 40명. 이들의 평균 연봉은 6772만원에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선수는 10명이라고 한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등록된 선수 25명의 평균 연봉은 4588만원이라고 밝혔다. 케스파는 이 수치는 성적 인센티브, 대회 상금 등 외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물론 롤 월드챔피언십 우승 상금 11억원을 가뿐하게 넘는 대회도 있다. 도타2의 세계대회 '더 인터내셔널'(이하 인터)이 그렇다. 롤의 월드챔피언십과 마찬가지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규모 대회다. 도타2의 상금은 지난 2013년 인터13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상금은 한화 30억원에 달하며 역대 e스포츠 상금기록을 갱신했다. 우승 팀은 약 15억원을 가져가며 롤과 상금 경쟁을 벌였다. 이때부터 도타2의 상금은 매년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제작사 ‘벨브코퍼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도입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로 인해 인터14는 인터13과 2배 이상 차이나는 1000만달러(약 109억원)을 유치하게 된다. 우승팀은 500만달러(약 54억원)을 받아 인당 10억이라는 상금을 나눠가졌다. 2015년에는 1800만달러(약 202억원)을 유치해 1위가 660만달러(약 76억원)을 받았다.

큰돈 버는 직업으로 각광
고액연봉 프로게이머 등장
중국서 대거 스카웃 움직임

올해 역시 지난 전례를 따르듯 새 상금 기록을 세웠다. 지난 3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해 14일에 종료하는 인터16은 2000만달러(약 219억원, 지난 10일 기준) 이상의 상금을 조성했다. 그야말로 로또와 비견될 만한 수치다. 도타2가 국내에선 비주류로 속하는 게임이기에 이번 더 인터내셔널 16에 참가하는 국내 팀은 한 팀뿐이다.

그들은 세계랭킹 1위 팀을 꺾으며 최소상금 90만달러(약 10억원, 지난 9일 기준) 이상을 확보하며 주목받았다. 도타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의 유일한 팀이 본선서 맹활약을 펼치며 1위 팀을 꺾자 외국에선 농담 삼아 ‘그들이 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도타2의 상금은 가장 높은 e스포츠 상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e스포츠 대회는 이처럼 지역을 떠나 국제적인 대회로 발전하고 있다. 선수들이 획득할 수 있는 상금 역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대회들이 어떻게 기록을 갱신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어떤 선수가 상금을 얼마나 탔는지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게임대회 상금 수여 정보 제공 사이트 'e스포츠어닝'에 따르면 세계 프로게이머 상금랭킹 100위에 한국인은 16명이 올라가 있다(지난 10일 기준). 국내 랭킹 1위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이제동으로 약 6억6000만여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제동의 뒤를 이어 롤의 페이커가 6억600여원으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1위는 미국의 도타2선수 ppd로 23억8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상금에 대한 세금도 관심을 끈다. 케스파가 생기기 이전엔 상금의 22% 정도가 세금으로 징수됐다. 하지만 케스파에 공식등록이 된 프로게이머는 3.3%의 세금만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케스파에 등록하는 것은 대세게임 프로게이머만 가능해 국내 비주류 프로게이머는 등록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직 인식

등록이 되지 않은 게임 상금은 소득세법 제 21조 1항에 따라 80%의 경비를 인정해주고 남은 금액의 22%를 징수하게 된다. 해외 게임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주관사측에서 세후 금액을 지급하고, 납부세액 증명과 관련 서류를 선수에게 전달한다. 선수가 국내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공제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이는 대회나 주관사의 소재 국가, 개최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타크래프트도 승부조작 파문

지난 3월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프로게이머 등 11명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창원지법 형사1 단독 서동칠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박모(32) 전 감독과 최모(23), 강모(40)씨 등 선수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브로커 역할을 한 게임해설자 겸 게임기자 성모(3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도 선고했다. 지난 2010년엔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도 있다. 당시 일어난 사건으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영구제명을 당하고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끝을 맞이했다. 일부는 이런 사례를 두고도 승부조작이 일어난 점을 집어 반성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했다. 자정작용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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