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한국대표팀 컨디션 중간점검

2016.08.16 09:54:50 호수 0호

잘 쏘고 잘 찌르고…5부 능선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초반에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10-10’ 계획에 비상등이 걸린 것. 하지만 펜싱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오며 다시 한 번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선수단이 분투해주길 바라며 현재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메달 행보를 전망해 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으로 10위 내 순위 기록)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기대주들의 연이은 탈락으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대했던 유도 남자 73㎏급 안창림(수원시청), 여자 57㎏급 김잔디(양주시청),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익산시청) 등이 모두 초반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10-10’ 목표
또 가능할까

안창림은 유도 남자 73㎏급 16강에서 디르크 판 티첼트(벨기에)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1위인 안창림은 1회전 부전승, 2회전에서 모하마드 카셈(시리아)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3회전에서 만난 판 티첼트에게 뜻밖에 일격을 당했다.

판 티첼트는 세계랭킹 18위로 역대 전적에서도 안창림이 2전 전승을 거둔 상대였다. 두 선수 모두 소극적인 경기로 지도를 받고 본 게임에 들어갔다.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중 안창림은 경기 종료 2분14초 남은 상황에서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 상대 선수가 되려 되치기로 받아치며 절반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던 그였기에 더욱 충격적인 패배였다.

여자 57㎏급의 김잔디도 1회전 부전승 통과 후 2회전서 하파엘라 실바(브라질)에게 절반패를 당해 초반 탈락했다. 32강 경기에서 부전승으로 출전한 김잔디는 체력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브라질 국민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진 세계랭킹 11위 실바는 강했다.


경기 초반 각각 지도 한 장씩 받으며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지만, 김잔디가 두 번째 지도를 추가할 동안 실바가 과감한 발뒤축걸기로 유효를 먼저 따내며 8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은 32강전에서 은구엔티레중(베트남, 30위)을 15-3으로 가볍게 꺾으며 선전을 예상했으나 16강전에서 한수 아래인 로레타 굴로타(이탈리아, 26위)를 만나 접전 끝에 13-15로 무릎을 꿇었다.

서지연과 황선아도 각각 32강전에서 디아첸코 이카테리나(러시아), 브루네 마농(프랑스)과의 대결에서 패배, 여자 사브르 대표팀 역시 개인전 ‘노메달’에 머물렀다.

삼보드로무 경기장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는 2관왕에 도전한 김우진(청주시청)이 32강에서 리아우 에가 에거사(인도네시아)에게 2-6(29-27, 27-28, 24-27, 27-28)으로 패배, 탈락했다. 단체전에 이어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힌 세계 랭킹 1위 김우진의 탈락은 한국 대표팀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우진의 개인전 금메달 도전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양궁·사격·펜싱 순항 중
유도·탁구 침울한 분위기

랭킹라운드(예선)에서 70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기록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김우진은 64강에서 짐바브웨의 벤 서덜랜드를 6-0(27-22, 28-26, 28-25)으로 가볍게 누르고 32강에 진출했으나 1세트를 가볍게 승리한 이후 2세트, 3세트에서 급격히 흔들리며 상대에게 세트 점수를 내줬다.

4세트에서는 모두 9점을 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7-10-10을 쐈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첫 번째 화살이 심판의 판정결과 8점으로 기록되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로써 금·은·동 모두를 석권하려고 했던 남자 양궁대표팀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구본찬과 이승윤이 형의 아쉬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기에 아직 좌절하기는 이르다.
 

구기 종목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웨덴에 28-31로 패해 2패를 기록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에 스피드로 맞서려고 했으나 여러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에이스 김온아마저 부상을 당하며 아쉬움을 더했다.

전반전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에이스 김온아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의 피봇 플레이에 흐름을 내주긴 했으나 힘든 상황 속에서 김온아가 체격조건이 앞서는 스웨덴의 수비를 굳이 뚫으려 하지 않고 중거리 슛을 계속 시도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수비 진영에서도 스웨덴 선수들이 완벽하게 스텝을 밟지 못하게 잘 견제해 줬고 그 결과 스웨덴의 오펜스파울과 턴오버를 계속 유도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여기에 우선희와 심해인의 공격이 더해지며 스웨덴을 압박했다. 하지만 스웨덴도 밀리지 않고 피봇 블레이를 중심으로 골을 만들어 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 결과 15-16. 한국이 한 점 뒤진 상태로 전반전을 마감했다.


세계랭킹 1위
줄줄이 수모

후반전도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으나 김온아가 후반 첫 골을 성공시킨 이후 어깨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나며 공격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반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스웨덴의 피봇플레이를 계속 막지 못했고 거기에 속공플레이까지 더해지며 후반 12분 만에 20-23으로 3점 차까지 벌어졌다.

이후 한국은 사이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보려 했으나 조급한 슈팅과 스웨덴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며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힘을 앞세운 스웨덴은 쉽게 공격을 성공시키며 우리의 골문을 위협했고 결국 후반 중반 20-26으로 6점차까지 벌어졌다. 남은 15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은 후반전에 들어온 정유라의 추격으로 27-29로 2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그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종 스코어 28-31(한국 패배)로 경기를 마감했다.
 

여자 하키도 네덜란드에 0-4로 완패를 당해 뉴질랜드와 1차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네덜란드는 역시 강했다. 한국 선수들은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분전했으나 존커 켈리에게 해트트릭까지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네덜란드는 1피리어드부터 강력한 기본기와 힘을 바탕으로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다. 초반부터 잡지 못했던 기세는 결국 1피리어드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힘겹게 경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1피리어드 9분경 존커 켈리에게 실점을 하며 0-1로 마무리했다.

2피리어드에서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네덜란드는 강했고 한국은 큰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종료 직전 존커 켈리에게 다시 실점하며 0-2까지 벌어졌다. 골키퍼 장수지가 아니었다면 더 크게 벌어질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3피리어드와 4피리어드에서도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넘어간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애썼지만 득점에는 역부족이었고 3피리어드 막판과 4피리어드 초반에 각각 존커 켈리, 반덴 휴벨에게 실점하며 0-4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에게 2연패 하여 8강 행보에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남은 독일, 중국, 스페인은 앞서 치렀던 두 나라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탁구에서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여자단식 16강에서 유맹유(싱가포르)에게 1-4로 져 탈락했다. 전지희는 실수를 연발하며 첫 세트를 내줬다. 이후 2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주며 1-4로 패했다. 전지희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김송이(북한)와 맞붙는 남북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깜짝 금메달
가뭄에 단비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탁구 남자 단식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 마룽에 2-4로 역전패해 눈물을 삼켰다. 정영식은 1세트 초반 5점을 내리 따내며 쉽게 1세트를 잡아냈다. 2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2-0으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정영식은 힘겹게 점수를 따내는 반면 자신의 실수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 6세트. 선제점을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마롱에게 페이스를 내주며 밀렸다. 막판 매치 포인트까지 갔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듀스 끝에 패하며 2-4로 경기가 종료됐다. 잘 싸웠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한편 개인전 32강에 출전한 이상수(세계랭킹 16위)는 아드리안 크리산(90위)에게 첫 세트를 따냈음에도 3-4로 역전패하며 충격적인 16강 탈락을 맛봤다.

금메달 기대주들의 잇따른 탈락으로 경고등이 들어온 ‘10-10’ 목표가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로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침울해진 선수단에 박하사탕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 10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 ‘대학생 검객’ 박상영(한국체대)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올라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의 금메달은 선수단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선물’이었다. 그의 깜짝 활약으로 한국 선수단은 이틀째 이어질 뻔한 금메달 수확 제로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상영 효과’ 때문일까. 한국 선수단은 지난 11일 이틀 연속 금메달 낭보를 들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37·KT)가 역전극을 펼치며 50m 권총 결선에서 대회신기록인 193.7점을 쏴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선수단에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남자 유도 90㎏급 곽동한(하이원)과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이 동메달을 보태고, 남자 축구가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면서 메달 레이스에 탄력을 줬다.

또 지난 12일 장혜진이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장혜진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에 세트 점수 6대 2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금밭’ 태권도·깜짝 소식 기대
구기종목 부진 속 축구가 희망

이로써 장혜진은 국내 선수 가운데 7번째로 양궁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2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했던 기보배는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금메달’로 좋은 결말을 지은 적이 종종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예상치 못한 남자 유도 90㎏급 송대남이 금빛 메치기에 성공했었다. 당시 송대남은 33살의 노장이어서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의 금메달 덕분에 한국은 남자73㎏급에서 우승을 놓친 왕기춘(양주시청)의 ‘금빛 공백’을 채우며 결과적으로 10-10 목표를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놓쳤지만 김지연의 여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도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깜짝 선물이었고 사격 25m 권총에서 따낸 김장미의 금메달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당초 목표로 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목표 10개 중 절반인 5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지난 12일 기준). 올림픽 6일만에 달성한 것이다. 한국은 아직 메달밭이 널려있다.

곧 한국팀의 금밭이라 할 수 있는 레슬링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이 중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김현우와 태권도 남자 68kg급 이대훈, 태권도 여자 49kg급 김소희 등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체조·배드민턴
골프·배구 기대

이밖에도 체조 도마의 강자 김한솔과,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이용대-유연성, 그리고 드림팀을 구축한 여자 골프 등도 기대해볼 만하다. 실력을 충분히 갖춘 ‘준비된’ 태극전사들인 만큼 한국 선수단은 언제든 깜짝 스타들의 탄생으로 애초 목표한 10-10 목표 달성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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