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잇단 악재에 골머리 싸맨 사연

2011.01.11 09:42:42 호수 0호

커피믹스계의 ‘조폭’ 가격은 엿장수 맘대로

커피믹스 시장의 최강자 동서식품이 떨고 있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악재에 앞뒤가 꽉꽉 막힌 때문이다.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동서식품을 불편하게 하는 논란들을 짚어봤다.

배당금 50% 해외로… 외국 주주만 살찌운다 비판
후발주자들 시장 진입… 커피경쟁서 밀리면 쪽박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커피믹스, 이른바 ‘봉지커피’의 가격은 10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고작 100원 짜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커피믹스가 한해 팔리는 양을 모두 합하면 무려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커피믹스는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이마트 전국 129개 점포에서 판매된 2696개 상품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믹스 매출 1조



동서식품의 최대 효자 상품은 ‘맥심 모카골드’다. 1987년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당 219개, 하루 평균 1890만개가 팔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커피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맥심 모카골드’는 많은 경쟁 제품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판매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일궈왔다. 과거 10년간 매출액 평균증가율이 8.9%나 된다. 영업이익의 연평균 성장률은 14.1%, 연평균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15.6%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동서식품의 성장은 독과점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동서식품은 지난 2009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맥심커피 가격을 인상해 왔다. 커피값 평균 인상률은 자그마치 6%. 최고 9.2%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커피값을 좌지우지할 수 있던 것은 동서식품이 시장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은 76%로 21.7%인 한국네슬레를 크게 웃돈다. ‘테이스터스 초이스’로 유명한 한국네슬레는 ‘수프리모’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동서식품의 견고함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커피시장에서 동서식품은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커피시장을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큰 분야로 지적한 바 있다. 가격을 올리는 건 동서식품 마음먹기에 달려있단 얘기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측 관계자는 “올해는 아직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언제 커피값이 올라도 이상할 게 없다. 동서식품의 독주를 막을 세력이 부재한 때문이다.


또 이처럼 시장지배적 입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갔다. 지난 2009년에는 당기 순이익 62.3%를 배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에는 순이익의 123.88%를 배당하면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들이 가져갔다.

여기서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갖고 있는 미국 크래프트푸드사가 490억원의 배당금과 222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챙겼다.또 스타벅스 등 외국계 회사들이 상표 및 기술 라이선스 대가로 41억원을 가져갔다. 모두 753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아직 결산이 완료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로 빠져나갈 배당금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동서식품이 해외 주주들만 살찌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동서식품 측 관계자는 “해외자본이 들어가 있는 기업이라면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일축했다. 최근 남양유업과 롯데칠성음료가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 또한 동서식품을 불편하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매출 60% 모카골드

남양유업은 출산율 감소로 분유 매출이 정체되자 커피믹스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2년간 연구원들을 독일·스페인·일본 등지로 연수를 보내는 등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롯데칠성은 강력한 영업망을 앞세워 2005년 이후 다시 커피믹스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서식품이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동서식품은 “30년간 시장 1위를 통해 축적한 커피 맛을 경쟁업체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총 매출의 60%가 맥심 모카골드 1종으로부터 창출되며 잘 팔리는 후속 신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경쟁’에서 밀리면 쪽박 찰 수밖에 없단 얘기다. 이처럼 줄을 잇는 악재들로 동서식품은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동서식품은 어떻게 이 위기상황을 모면할까. 그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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