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성폭행’ 항소심서 집행유예 선고 왜?

2011.01.11 09:36:50 호수 0호

“좋은 남편 못됐다면 좋은 아버지 돼라”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남편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관심을 끈다. 재판부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선처를 베푼 것.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지난 4일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폭행을 가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A(21)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A씨는 가출과 학업 중단을 일삼다 2008년 19세의 나이로 아내를 만나 B군을 낳았다.
20세 초보 부부로 불화를 겪던 이들은 지난 3월 부부싸움 도중 A씨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성관계를 맺게 됐고, 아내는 A씨를 강간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어린 부부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연민을 느꼈다.

두 사람은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양가 가족들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이번 사건에 양가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집안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어린 부부는 지난 6월 이혼도장을 찍었다.

이와 관련 앞서 1심 재판부는 “부부간 명백한 강간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거나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을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범행은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자녀를 낳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결혼생활을 시작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아들 B군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낼 책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A씨를 엄벌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판단해 원심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하지만 폭행을 당하면서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는 배우자의 성적 요구에 응할 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A의 범행 내용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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