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투자와 피그말리온 효과

2016.08.04 10:15:22 호수 1085호

그리스 신화에서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해 갈라테이아라 이름 짓고 그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해 조각상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 뒤 물론 둘은 아들딸 낳고 잘 살았을 것이다. 이렇듯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거나 의심을 받게 되면 실제로 나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현상을 스티그마(stigma) 효과라 한다. 이는 성경서 예수가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라고 한 말이나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려 어떤 일을 성취했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자연의 섭리라 할 수 있겠다.

상승할 것으로 믿고 산 주식이 외부 변수나 수급 여건 악화로 하락했을 때 공포에 던져 버리지 않고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며 버티거나 낮은 단가에 추가 매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름다운 석고상이 언젠가는 사람으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며 사랑을 쏟은 피그말리온의 우직한 믿음과 통하는 면이 있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명도 실제로 이러한 믿음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회사에 다니며 주식 투자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그는 2010년 명예퇴직을 하고 본격적인 전업 투자의 길에 접어 들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주로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놓고 기다리는 투자를 했다.

약 20억원에 가까운 돈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원양자원’ 주식 비중이 높았다. 중국원양자원 주식이 계속 흘러 내리자 수익을 낸 다른 종목을 팔아 그 돈으로 중국원양자원을 추가 매수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한 필자가 그에게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으니 “당연합니다. 이 종목처럼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이 없어요. 가장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것은 위험한 게 아니라 가장 안전한 투자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내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해 결국 중국원양자원에 몰빵 매매한 형태가 돼버렸다.


하지만 주가는 이따금 반등을 줄 뿐 줄줄 내려갔다. 2013년 추석 전날에는 하한가를 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평가액은 결국 5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중국고섬’이라는 중국주의 상장 폐지 악몽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그의 중국주 한 종목에 대한 전액 투자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었다. 필자는 그가 이제라도 매도하여 화를 면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분산투자는 물론 손절매 원칙도 지키지 않아 결국 커다란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4년 개인 주주들이 모여 중국 현지 탐방도 가고 시위도 시작했다. TV서 모자를 눌러 쓰고 피켓을 든 그가 보여 안쓰러웠다. 그 회사는 정황상 낌새나 소문이 안 좋았지만 그는 상승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2014년 7월 1100원이던 주가가 그 해 12월 1만4000원을 넘는 13배 폭등을 보였고 그의 평가액은 55억원을 넘겼다. 그리고 최고점은 아니지만 그 근처에서 매도했다.

필자는 그의 그러한 투자 방식이 매우 무모하고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큰 수익으로 해당 종목 투자를 마무리한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기대와 믿음이 결국 석고상에게 생명력을 불러 오고 해피엔딩을 한 것에 비견할 만한 일이라면 과장일까?

사실 ‘일본 주식시장의 신’이라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도 나름의 근거를 갖고 인내하는 투자를 통해 일본 개인 납세자 1위에 올랐던 곳이다. 요즘 관리종목에 지정된 중국원양자원 주가가 다시 뜨겁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짜들의 영역이 된 것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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