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동해오픈 우승한 탱크샷 최경주 진가<엿보기>

2008.10.22 17:46:31 호수 0호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달랐다. 그는 강했다. 생애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아직 한 번도 동일 대회 연속 우승은 없었던 일이다. 그는 국내대회에서만 14승째를 챙겼다. 일본투어 2승, 유럽투어 1승, PGA투어 7승을 더해 개인통산 24승째다. 무엇보다 최경주는 후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숨겨놓았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현재 최경주의 꿈은 3년 이내에 메이저대회를 정복하겠다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경주의 매력을 집중 탐구했다.

“내가 가는 길, 아무도 못말린다”

프로 데뷔 15년 만에 생애 첫 ‘대회 2연패’ 달성. 최경주가 일군 결실이다. 그는 제24회 신한동해오픈골프대회에서 합계 13언더파 2백75타로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기쁨도 곁들였다. 지금까지는 해외(미국 7승, 일본 2승, 유럽 1승) 10승과 한국프로골프 13승을 따내는 동안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결과물이다.
최경주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대회 2라운드부터 매일 이글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빛난 것은 4라운드였다. 페이드와 드로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그는 여기서 퍼트가 매우 빛났던 것. 또한 이것이 우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사실 이번 대회 최경주의 컨디션을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담을 느꼈고 어려움도 있었다고. 일단 장거리 이동에 따른 여독도 남아 있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피곤했다. 많은 행사에 참여한 탓이다.
후배들의 기량도 최경주를 힘들게 했다. 3라운드까지는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고 만만찮은 국내 후배 선수들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면서 힘들어 했다. 돌부처처럼 흔들리지 않고 놀라운 샷과 위기 탈출 능력으로 역전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지만 후배들의 선전에 놀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경주는 인터뷰에서 “나도 놀랐다. 후배들의 선전으로 죽을 뻔했다. 날로 후배들의 기량이 좋아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쳤다고 평가했다. 배상문이나 대회에서 함께 플레이했던 문경준, 이민창 등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앞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고. 그는 그러면서 현재 젊은 후배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PGA투어에 많이 진출할 때 그 힘의 응집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 최경주의 강점을 무엇일까. 우선 최고의 샷을 가지고 있으며 멘탈에 근접한 선수란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PGA무대에서 9년 동안 버텨냈다. 웬만한 위기로는 흔들리는 법이 없다.
최경주에게는 얼음처럼 차가운 냉정함과 판단력이 있다. 이것이 그가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서게 한 버팀목 중 하나다. 기량도 뛰어나고 위기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2타차 공동 4위 출발하고 11번 홀에서 공동 선두
12번홀 1타차 단독선두 나선 후 3타차 우승 쐐기
 
찬스에 강하다는 것은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찬스가 오면 과감한 승부를 거는 것이 그만의 장점이란 얘기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같은 강점을 여실이 보여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최경주는 1, 2라운드에서 티샷이 흔들리면서 두 차례 OB를 냈다.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샷을 시도했다. 새로 시도한 ‘드로 샷’은 마음대로 컨트롤 되지 않으면서 두 차례 OB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났다. 남은 홀이 더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타수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1라운드 6번홀(파5)에선 티샷 OB 후 다섯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린 후 보기로 막았다. 2라운드에선 15번홀(파3)에서 OB를 낸 후 2타를 잃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칩인 이글을 뽑아냈다. 마지막 날에는 6타를 줄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사’ 최경주의 진가가 발휘된 순간이다.??
또 다른 강점으로는 차분하게 경기를 치러내는 평정심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화가 날 법도 한 상황에서 오히려 차분하다. 샷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전체를 보는 눈이 넓은 ‘인내골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 힘을 폭발시키며 일거에 승부를 결정짓는다.
최경주는 이와 관련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우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차근차근 견디다 보면 기회는 온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최경주의 기량과 깊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퍼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4일 내내 티오프를 앞두고 연습 그린에서 30∼40분이 넘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최경주의 연습방법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45분 정도 퍼트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퍼트 연습에 인색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 정해진 루틴에 따라 슬라이스와 훅, 스트레이트 라인에서 연습한다. 그 다음 티를 꽂고 네 방향에서 1, 2, 3m 퍼트를 차례대로 시작하면서 퍼트 감각을 익힌다. 20개씩 시도해 12회 이상 성공하면 그린에서 내려온다.
퍼트 연습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퍼트가 곧 스코어란 생각에서다. 신한동해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최경주가 6언더파 66타를 칠 수 있었던 요인도 바로 퍼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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