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정성립-조욱성 커넥션 의혹

2016.07.25 15:19:08 호수 0호

여기저기 붙어다니며 사람 자르는 환상의 콤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너무 큰 기대였을까. 든든한 지원군이라 생각했던 초반의 기대감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때마침 정 사장과 그의 측근들이 점령군으로 탈바꿈했다는 묘한 소문마저 떠돈다. 그의 곁을 지켜온 핵심 참모와 정 사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수면 위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선박통’이다. 1976년 동해조선공업에 입사하면서 조선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1981년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긴 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2006~2012년)을 맡으면서 잠시 조선업계를 떠났지만 2013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부임하며 다시금 조선업계에 발을 디뎠다.

자타공인 조선통
대우조선 컴백

정 사장이 다시금 대우조선해양과 연을 맺은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앞서 2014년 12월 무렵부터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고재호 사장 경질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임자가 누구냐’에 쏠렸다. 물론 후임자 선정의 열쇠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이었던 정씨를 후임 사장후보로 내세웠다. 정 사장이 STX조선해양에 몸담던 시절 보여준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준 까닭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자율협약에 접어든 STX조선해양을 2년여간 진두지휘하면서 영업적자 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조선업계에서도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던 정 사장을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산업은행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물론 정 사장의 부임을 반대했던 목소리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 사장이 사장후보로 추천되자 즉각 산업은행의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올바른 인사검증을 거친 참신한 내부인사를 선임하는 게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세는 변하지 않았다. 후보로 추천된 지 약 한 달이 흐른 지난해 5월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정식 부임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정 사장이야말로 체질 개선을 완수할 만한 전문경영인”이라며 정 사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은 거취가 바뀔 때마다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보좌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매번 동행했다. 그리고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조선업계의 눈은 그와 손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욱성 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정-조’ 듀오 
인사전횡 의혹…곳곳에 측근 배치?

울산대학교서 조선공학을 전공한 조 부사장은 1984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2004년 대우조선해양 상무를 거쳤다. 2007년 대우정보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겨 2008년 지원총괄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포스텍 총괄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STX조선해양에 몸담았다.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최측근이자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내놓은 인력감축안과 세부적인 자구계획안의 초안도 조 부사장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접점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표면상 둘 간의 인연은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수장으로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조 부사장의 근무지는 대우정보시스템, STX조선해양으로 연이어 바뀌었고 이곳들은 모두 정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던 행선지였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하자마자 조선업계에서 조 부사장의 ‘대우조선행’을 유력하게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몇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지난 2002년 4월 발생했던 ‘4·4사태’를 둘 간의 접점이 이뤄진 시기로 꼽기도 한다.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전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 정 사장이 신임을 보냈고 이후부터 밀접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노사갈등은 정 사장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만큼 조 부사장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유혈충돌로 번졌던 4·4사태가 발생했던 시기에 인사2팀장으로 재직하던 조 부사장은 선두에서 해당 사건을 책임지는 입장이었고 성공리에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후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절대적인 신임 하에 승승장구했고 사내에서 그는 ‘왕의 남자’로 불렸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구조조정 손발

물론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STX조선해양의 의중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정 사장과 산업은행이 일방적인 인사를 계획했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은 별 탈 없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넘어왔고 최근에는 그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급기야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서 조 부사장은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대우조선해양에 둥지를 튼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뒷말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 부사장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확산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경영관리·인사·충무·협력사운영·조달에 이르는 관리 전반의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요직을 모두 통솔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실무가 조 부사장에게 집중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정 의혹도 제기된다. 조 부사장과 접점을 지닌 C씨, L씨와 관련된 의혹이 대표적이다.

생산 및 생산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C씨와 L씨는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임원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조 부사장과 같은 대학교 동문이자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상무로 재직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곳곳 의혹 투성
인사전횡 의혹

대우조선해양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씨의 경우 조 부사장과 대학교 학군단 동기라는 인연이 (승진에) 작용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혹을 사실처럼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K씨도 조 부사장과 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역시 조 부사장의 회사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점부터 고속 승진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다.

더욱 놀라운 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조 부사장과 밀접히 연루되는 또 다른 인물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의 아들이다. 취재 결과 조 부사장의 아들로 추측되는 인물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총무과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상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조 부사장의 연혁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혹을 살 만한 구석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 부사장 아들과 관련된 인사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김재훈 대우조선해양 홍보실 과장은 “해당 인물이 연태 조선에서 근무하는 건 맞지만 근무 연혁을 비롯한 자세한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이는 조 부사장의 아들 여부를 떠나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들을 둘러싼 소문들
그리고 꼬리무는 의혹

근래에 일어난 2건의 선박 화재사건에서도 조 부사장은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은 LPG운반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 때문에 책임자 교체가 이뤄졌지만 지난 11월 또 한 번의 화재사고가 발생해 2명이 추가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석달 사이에 작업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조 부사장은 생산관리 책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책임 소지를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 노조 관계자 역시 "조 사장은 일차적인 책임이 없고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생산쪽 담당 임원이 추궁을 받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최적의 관리자를 선임하지 못한 데 따른 예고된 인재였기에 조 부사장 역시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조성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생산관리 요직에 내세웠다가 참사가 벌어졌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조 부사장이 연루된 의혹이 꼬리를 무는 사이에 정 사장에 대한 내부 불만도 조금씩 부각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블라인드(익명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익명의 글은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은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과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정 사장을 향해 충고와 비판의 논조를 게재한 것이었다.

고조되는 불만
미심쩍은 시선

스스로를 미래 사장이 될 비전을 가진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10년 전 사장 시절 데리고 다니던 부하들을 다시 불러들여 승진까지 시키고 회사가 이 지경인데도 무보직 전무·상무들 계약 연장까지 시켜가며 데리고 있을 것인가”라며 “간신만 곁에 둬 각 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간신들의 입에 발린 거짓말에 그만 놀아나시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