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16) STX그룹 강정연

2010.12.28 10:24:29 호수 0호

헐값매각·편법증여·부당지원 3대 시한폭탄 ‘째깍째깍’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STX그룹 강정연씨다.

후계자 유력 20대 중반 외아들 ‘두문불출’
두딸 건설 대주주 데뷔 과정 ‘의혹투성이’

“후계? 너무 이르지 않나요?” STX그룹 한 간부에게 경영권 승계작업 여부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강덕수 회장이 올해 61세로 한창 일할 나이고, 아직 자녀들도 어리다”며 고개를 저었다. ‘매출 2000년 2605억원→2009년 24조5573억원, 자산 2000년 4391억원→2009년 32조7470억원, 직원 2000년 848명→2009년 5만8000명….’

“경영 맡길 생각 없다”



갈수록 몸집이 불고 있는 STX그룹. 신흥 재벌로 급성장한 STX그룹 후계구도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룹 간부의 말대로 이른 감이 있지만, 당당히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한번쯤 짚고 넘어갈 만하다.

재계 관계자는 “STX그룹이 창립 10년도 안 돼 재계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재계에 갑자기 떠오른 신흥재벌인 강 회장이 과연 언제 2세 경영체제를 정비할 것인지 관심거리”라며 “강 회장의 자녀들이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20대에 임원 직함으로 경영수업이 한창인 다른 대기업 총수 자녀들이 수두룩한 점에서 이제 서서히 후계구도 중심으로 부상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TX그룹의 후계구도는 안개속이다. 아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현재까지 그룹 내 후계자 내정 징후는 없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오너의 복안은 물론 공식 확인된 사실도 없다. 강 회장이 자녀에게 그룹 지휘봉을 넘겨줄지도 미지수다.

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지분은 가족에게 물려주겠지만 경영까지 가족에게 맡길 생각은 없다”며 “앞으로 STX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은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만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다른 그룹이야 어떻게 하든 능력이 안 되고 연령도 어린 우리 애들을 경영 일선에 내세울 생각이 없다”며 “CEO 가운데 차기 회장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총수와 달리 강 회장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STX 직원들 사이에선 “회장님 가족이 누군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그룹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의 가족들에 대해 “회사 경영과 무관한 일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강 회장의 부인은 배단씨다. 배씨는 별다른 바깥활동 없이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이 일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이들은 1남2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 역시 기본 정보조차 찾기 힘들다.

향후 후계자로 유력한 외아들은 현재 대학생으로 이름 등의 신원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이어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게 내부 직원의 귀띔이다. 이 아들은 현재까지 STX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 회장의 증여도 아직 없었다. 올해 각각 30세와 28세인 두 딸 정연·경림씨도 그룹 내 공식 직함이 없다.

다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 확인이 가능하다. 자매는 STX건설 지분을 25%씩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강 회장과 포스텍이 나눠 갖고 있다. STX건설은 새롬성원산업(67.79%), 씨엑스디(94%), 흥국상호저축은행(65.63%)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그룹 지주회사 격인 (주)STX 지분(3.14%)을 소유하고 있다.


(주)STX는 STX팬오션(25.41%), STX엔진(33.56%), STX조선해양(36.14%), STX에너지(47.42%), STX솔라(13.33%), STX리조트(100%) 등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주)STX의 최대주주는 포스텍(23.12%)으로, 포스텍은 다시 강 회장(69.38%)이 쥐고 있다.

문제는 정연·경림씨가 STX건설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의혹과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바로 헐값매각, 편법증여 의혹과 부당지원 논란이다. STX건설은 2005년 1월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보유 지분 100%를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인 포스텍(당시 포스인터내셔널)에 매각했다.

형제, 부인, 자녀…‘베일’

매각금액은 24억원. 당시 STX엔파코의 2005년 매출액이 4053억원, 순이익은 42억원을 기록했다는 점과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됐다는 점에서 알짜 사업부를 오너가 지배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정연·경림씨는 2006년 1월 유상증자를 통해 STX건설 지분을 매입했는데, 계열사 단 한 곳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편법증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STX건설은 매출이 2005년 883억원에서 2009년 301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그룹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해 내부 부당지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 회장은 이런 의혹들이 툭하면 부상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가지 의혹과 논란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 측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STX엔파코의 지분 매각과 두 딸의 지분 매입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른 그룹도 계열사간 서로 지원하고 있는데 왜 꼭 STX건설만 갖고 그러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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