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상가 장녀 임세령 ‘강남빌딩 매입’ 내막

2010.12.28 09:10:17 호수 0호

‘트러블 메이커’의 200억 통큰 베팅

지난해 4월 청담동 5층 건물 사들여 “노른자 땅”
부동산임대업 나설 듯…대대적 개보수 공사 예정



삼성가 맏며느리에서 여걸 사업가로 변신한 대상가 장녀 임세령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혼 후 손댄 사업마다, 하는 일마다 구설에 올라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돌싱’임씨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번에도 심상치 않은 바깥 행보가 딱 걸렸다. 과연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트러블 메이커’임씨의 뒤를 밟아봤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는 2009년 2월 11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했다. 1998년 6월 결혼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혼한 것. 임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업주부로 내조에만 전념한 탓에 별다른 바깥활동이 없었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외부에 노출된 적도 드물다.

임씨는 파경 후 임 명예회장의 한남동 자택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서울 삼성동의 최고가 고급아파트 S빌라(273.42㎡·약 83평)에 따로 ‘둥지’를 틀었다.

하는 일마다 ‘꼬인다 꼬여’

임씨는 이혼 소송 한달 전인 2009년 1월 이 빌라를 42억원에 매입해 미리 결별을 염두에 두고 은밀하게 거처부터 마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임씨가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꼭꼭 숨어있던 임씨가 베일을 벗은 것은 홀로서기에 나선 지 1년도 채 안돼서다. 그러나 손댄 사업마다, 하는 일마다 꼬였다.

임씨는 2009년 가을 쯤 불법건축 의혹이 있는 서울 청담동의 호화빌라 마크힐스 펜트하우스층을 매입해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4월 톱스타 이정재씨와 필리핀에 동행해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5월엔 외식사업 첫 작품인 퓨전 레스토랑 터치오브스파이스의 불법영업 적발로 망신을 당했다. 임씨는 대외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자 재계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혔고, 이 소식을 접한 임 명예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져 도로 칩거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임씨의 수상한 움직임이 또 다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임씨가 자신의 명의로 강남의 수백억원대 빌딩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 결과 임씨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가 빌딩을 사들인 것은 지난해 4월.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임씨는 김모씨로부터 서울 청담동 ××번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임씨 명의의 Y빌딩은 1995년 4월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대지면적 459.6㎡(약 140평)에 연면적 1538.06㎡(약 466평) 규모다.

이 일대는 임씨의 옛 시댁이었던 삼성가 빌딩들이 밀집한 지역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이건희 회장은 2009년 말과 지난해 초 청담동의 건물 두 채를 매입했는데, 두 건물 모두 ‘임세령 빌딩’과 이웃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도 이 근처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Y빌딩의 매매가는 약 200억원대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Y빌딩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단위면적(㎡)당 1890만원으로 나타났다. Y빌딩의 땅값만 87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산정한 건물 기준시가를 더하면 총 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Y빌딩은 건축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청담동 상권의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임씨가 Y빌딩을 매입할 당시 거래된 주변 빌딩들은 평균 대지면적 3.3㎡당 1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됐었다. 결국 Y빌딩 매매가가 200억원을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Y빌딩 인근에 있는 대지면적 약 495㎡(약 150평) 4층짜리 빌딩은 3.3㎡당 2억원 이상으로 계산돼 3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이곳의 땅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최근 3.3㎡당 2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 가격대로라면 Y빌딩의 현시세는 35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청담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Y빌딩은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청담 명품거리 중간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대로변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 빌딩’이라 할 수 있다”며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위치를 감안하면 임씨가 지불한 Y빌딩 값도 얼추 2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도 “청담동 중심 일대 빌딩은 토지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층수가 낮아도 보통 100억∼150억원을 호가한다”며 “Y빌딩의 경우 주변 빌딩들에 비해 비록 오래되고 낡았지만 신축 또는 리모델링이 된다면 앞으로 상당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임씨가 Y빌딩을 매입한 이유가 뭘까.

‘돌싱’(돌아온 싱글)이 된 임씨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추측은 무성하다. 업계에선 임씨가 조만간 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지면적 약 140평, 200∼300억원 호가

임씨는 대상홀딩스 지분 20.41%를 갖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동서건설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다. 임씨의 여동생 임상민씨가 38.36%, 임 명예회장과 그의 부인 박현주씨가 각각 2.88%, 2.35%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임씨가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상그룹 외식업체 와이즈앤피(YZ&P)의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임씨가 그룹 계열사에서 공식 직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인수, 와이즈앤피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대상홀딩스가 2009년 9월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와이즈앤피는 서울 명동과 대구 롯데백화점 등에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요리를 취급하는 퓨전 레스토랑 ‘터치 오브 스파이스’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상그룹이 2009년 11월부터 투자전문 계열사 UTC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전국 수십 곳의 온·오프라인 학원 인수를 추진하자 임씨가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대상그룹 측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임 명예회장이 임씨를 위해 학원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측들은 임씨가 갑자기 빌딩을 매입한 배경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아닌 개인 명의로 샀고, 외식사업을 하기엔 평수가 적기 때문이다. 학원을 들이기도 주변 환경과 맞지 않다.

결국 임씨가 단순히 부동산(건물) 임대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Y빌딩 관리인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이 빌딩의 소유자를 ‘대상’으로 알고 있었다.


관리인은 “건물주가 새 주인으로 바뀌고 입주자들을 내보냈다”며 “이미 다른 사업자들과 입주 계약이 끝났다. 확실하지 않지만 건물 전체에 병원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빌딩은 현재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당초 이 빌딩엔 주점식 J노래방(지하), 명품가전 B매장(1·2층), 성형외과 M의원(3층), 피부과 R의원(4층), 비만 및 피부관리 A클리닉(5층) 등이 입주해 있었다.

그러나 임씨가 빌딩을 사들인 뒤부터 하나둘 ‘방 빼기’를 시작해 최근 기존 입주자들이 모두 퇴실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하기 위해서다.

빌딩 관리인은 “아무리 금싸라기 땅이더라도 건물이 너무 오래되다보니 임대료 제값을 못 받은 것 같다”며 “아직 공사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신축을 할지 기존 건물에 리모델링만 할지도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임씨는 부동산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열애설로 비화된 이정재씨와의 해외행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씨는 임씨와의 동반출국 내용이 알려지자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임씨와 필리핀을 찾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일행과 부동산사업과 관련해 함께 갔다. (임씨에게)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 구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임씨의 빌딩 매입과 이씨의 부동산사업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지 여부다. 우선 양측의 움직임을 눈여겨 볼만하다.

2009년 11월 공동 개발 주체자격으로 부동산개발업체 서림C&D의 등기이사에 오른 이씨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디벨로퍼 2명과 함께 서울 삼성동에 고급 빌라를 건설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고 인허가 절차를 끝낸 것은 이듬해 3월25일. 임씨가 Y빌딩을 매입한 날짜는 4월6일이다. 그리고 둘이 부동산사업차 2박3일간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4월16일이다.

더욱이 Y빌딩의 공사와 입주 대상이 법인 등기부등본에 명시된 서림C&D의 사업목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중개업, 분양대행업 등은 일반 부동산업체들도 영위하는 사업 부분이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정재 부동산사업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하지만 Y빌딩 관리인의 말대로라면 건물 전체에 병원이 들어선다는 것인데, 서림C&D의 사업목적에 바로 의료기관 관련 경영 컨설팅업이 포함돼 있다. 공교롭게도 Y빌딩과 서림C&D(사무실)는 가깝다. 두 건물의 거리는 약 500m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현재로선 임씨의 빌딩과 이씨의 사업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직 인허가 과정에 있는 등 공사 첫 삽도 뜨지 않은 탓이다. 서림C&D 측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대상그룹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진도 아니고 오너 가족인 임씨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알겠냐”며 “왜 자꾸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사업 내용도 자세히 알 수 없고 밝힐 입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