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오너 vs 코미디언 공방전

2010.12.07 09:48:04 호수 0호

용돈 준 스폰? 삥 뜯긴 물주?

전직 코미디언에게 사기를 당한 대기업 회장이 누굴까. 한 사건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낯설지 않은 연예인들과 국내 굴지의 기업 오너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도 돈거래를 놓고 공방을 벌여 대중의 눈길을 끌만하다. 이른바 ‘장고웅 사기’사건의 전말과 연루 인물들을 추려봤다.

장고웅씨, 회장에 빌린 5억원 갚지 않아 유죄 판결
회장 측 “빌려줬다” 주장…장씨 측 “그냥줬다” 반박

‘장고웅 사기’사건의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코미디언 장고웅씨는 개그맨 겸 영화감독 심형래씨를 통해 모 기업 A회장을 알게 됐다. 이후 장씨는 평소 어울리던 심씨, 가수 서수남씨 등과 함께 수시로 모임을 만들어 A회장과 친분을 다졌다. 모임 경비는 대부분 A회장이 부담했다.



심형래·서수남 소개

이후 장씨는 2005년 5월 서씨를 통해 A회장에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5억원 정도를 빌려주면 연말이나 2006년 초에 갚겠다”며 돈을 꿔달라고 했고, A씨는 얼마 뒤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5장을 건넸다.

그러나 장씨는 A회장의 돈을 다 갚지 않았다. 약속한 날짜가 지났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참다못한 A회장은 결국 장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장씨가 A회장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판단해 장씨를 기소했다.

장씨는 “서씨가 ‘장씨를 한번 도와 달라’는 얘기를 꺼냈다”며 “이에 A회장이 심씨를 통해 ‘도와주고 싶다’고 제의했고, 돈을 주면서 ‘부담 없이 쓰라’고 말했기 때문에 A회장으로부터 받은 5억원은 빌린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사기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장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달 18일 장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먼저 얘기하지 않고 심·서씨가 부탁을 해서 돈을 준 것이더라도 A씨가 뜬금없이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한 것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A씨가 장씨의 소극적인 기망행위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65세인 장씨는 인기 코미디언 출신으로 1980년대 인기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폭소대작전>에서 ‘장고웅과 천지개벽’이란 엽기 밴드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칙칙이의 내일은 참피온’, ‘여자는 괴로워’, ‘0번 아가씨’, ‘난 모르겠네’, ‘걷지 말고 뛰어라’. ‘부부교대’등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엔 아역 탤런트였던 김민희씨를 내세운 ‘똑순이 캐럴’을 만들어 10여년 동안 꾸준한 수입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완전히 음반 제작자(신촌뮤직 대표)로 변신해 이승철, 양파, 박효신, 화요비 등 가요계 스타를 배출했다.

장씨는 이번 사건의 ‘키맨’인 심씨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장씨는 한때 심씨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장씨와 오랫동안 막역하게 지내온 사이인 심씨는 2007년 자신이 감독을 맡은 영화 <디워> 개봉을 앞두고 출연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설사약 소동과 레스토랑 뷔페 사건 등을 말했는데, 이들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바로 장씨다.

심씨는 <디워>를 제작하면서 장씨에게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돈복이 있으니 이번 영화에 투자하라”고 권했고, 이에 장씨는 흔쾌히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도 ‘장고웅 사기’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심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심씨는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법정엔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씨는 연예계 ‘스캔들 메이커’로 유명하다. 각종 사건 사고에 연루돼 여러번 사법처리 됐었다. 장씨는 1978년 1월 병역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1990년 1월 연예인들의 야간업소 출연료 중 30%를 일방적으로 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됐다.

특히 장씨는 두 차례의 도박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1997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2002년 12월에도 필리핀 등 동남아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연예계 스캔들 메이커

장씨에게 사기를 당한 A회장은 중견 기업의 오너다. 이 회사는 건설재료 제조업체로 연매출 6000억원에 이른다. 회사 한 직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금시초문이다. 회장님 개인 일이라 잘 모른다”고 잡아뗐다.

연예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둘이 너무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오해만 푼다면 곧바로 해결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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