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부활 로드맵 막후

2016.05.30 11:17:48 호수 0호

당권 잡고 대권…MB맨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이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마땅한 당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모습이다. 4·13 총선을 통해 민의가 친박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친이계는 ‘결’을 같이하는 비박계의 지지를 업고 전당대회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만약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같이 상징성 있는 인물들의 힘을 끌어올 수 있다면 계파의 재건도 결코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친이계 쪽의 얘기들을 담아봤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친이(친 이명박)계가 최근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꿈틀대고 있다. 4·13 총선은 이러한 기류의 전환점이었다. 비록 이재오·조해진 등 복수의 친이계 핵심 인사들이 생환에 실패해 세는 약해졌지만, 살아남은 친이계 인사들은 각자의 힘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친박계 주춤
친이계 꿈틀

최근 친박(친 박근혜)계가 ‘자승자박’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2선 퇴진론’이 불거질 정도로 당내서 친박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에도 오히려 비박(비 박근혜)계를 향해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전국위 무산은 하나의 도화선이었다. 취재 도중 비박계 측 관계자들을 통해 “(친박계는) 반성이 없다”는 질타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이 큰일이다. 총선을 망친 게 친박계 아닌가. 그런데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친이계 안상수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 전국위 무산에 대해 “(친박계가) 속된 말로 그냥 깽판을 쳤다. 그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친박계 내 일부 의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일부 의원들이 당 정상화를 위해 힘쓰지 않고 사리사욕을 위해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말에 사회자가 ‘일부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부 친박계를 말하는 게 맞나’라고 되묻자 “친박계 일부다. 친박계도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 중에 좀 못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친박계 주도의 당 상황에 불만을 품은 이들 사이에서 정계 개편 기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있다.

정 전 의장은 ‘새한국의비전’ 설립을 알렸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한국에서도 정치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게 정 전 의장 측이 내세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시·도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까지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친이계-정의화
밀월 행보

경우에 따라서는 미래 권력을 키우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은 새한국의비전을 알릴 당시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연구해 대통령을 꿈꾸는 분들에게 봉헌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새한국의비전이 과연 ‘정치세력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군불은 이미 지펴졌다.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앞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장이 추진하는 작은 ‘플랫폼(새한국의비전)’은 국민의당과 먼저 (연대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 보수·개혁적 보수 세력을 독자적으로 묶은 후 그 다음 단계로 수평적 연대와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당과 단계적으로 연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연 정치세력화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해 소속 인사들 간 이견이 있다.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친이계 조해진 전 의원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정 전 의장의 퇴임식이 있기 하루 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창당에 관한 생각을 전혀 갖지 않고 우리 사회의 브레인과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권하는 정당에게 향후 5년간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로 (새한국의비전에) 참여했다. 내년 대선에 다가왔을 때 혹시라도 여야 간 후보 연대나 연합, 연립정부 논의가 있다면 싱크탱크에 참여하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 대화의 창구로써 이걸 활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게 정당을 만드는 모태가 되는 것은 본래 취지하고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조 전 의원과 같이 발기인이면서 친이계인 정병국 의원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새한국의비전의 설립 취지는) 마땅한 세력이 있다면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주자는 것인데, 그런 세력이 없다면 (새한국의비전이) 직접 그 세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전했다.

친박·비박 내홍에 커지는 존재감
새한국의비전 발기인에 대거 포진


앞서 박 전 사무총장이 밝힌 ‘선 결집 후 연대’서 알 수 있듯 우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결집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기인 명단에는 이미 복수의 전·현직 의원들 이름이 올라가 있다. 길정우, 정두언, 정병국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 조해진·권은희 전 의원 등 탈당파 전직 의원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조해진·정병국 등 친이계는 물론 권은희 등 친유승민계 인사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의 이름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새누리당 상황과 겹쳐 있다. 전국위 무산으로 분당론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도를 내세우는 새한국의비전의 등장은 자칫 중도파 인사들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계파 내 핵심 인사라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일단 정 전 의장은 청와대·친박계와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 일각에서 정 전 의장을 평가하기를 ‘자기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 전 의장에 대해 “임기가 끝나는 대로 부산으로 내려가 자기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전 의장은 상임위 차원에서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접점을 찾는 사람들이 정가에 많다.

유 전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보였고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내려오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정 전 의장의 최근 행보와 유 전 원내대표의 당시 행보 사이에 기시감이 든다는 것이다.

아, 옛날이여
‘어게인 2008’

퇴임식이 있던 날에도 정 전 의장은 정치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퇴임사를 통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중심의 정치 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텐트(새한국의비전)’를 함께 펼치겠다.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초당적으로 국회를 운영해왔듯,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 세력의 ‘빅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

그렇다면 새한국의비전이 정당의 모습을 갖췄을 때 비박계의 집단 이동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밖은 춥다”라는 말로 갈음했다. “보수정당엔 분당의 DNA가 없다”라고 말한 정병국 의원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당 관계자들은 새한국의비전이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대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발기인인 정병국 의원이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했는데 새한국의비전이 그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병국 당권 도전 시사 “피하지 않아”
윤여준과 남경필 ‘킹메이커’ 역할론

정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5선 고지에 올랐는데 자·타천 당권 도전 이야기가 나온다.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하면 피하지는 않겠다. 우리 당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당청 관계, 여야 관계를 과연 내가 풀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당권 도전에 대해 아직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 기싸움을 펼쳐 경선 가능성을 높였다.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서 진행된 원내부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의원과 홍 의원이 만나 뼈 있는 농담을 서로 주고 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 의원은 회의 시작 전, 홍 의원에게 “어이구, 인사도 안 하시나”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고 이에 홍 의원은 “어허, 높아진다더니 어깨에 힘부터 들어갔나”라고 받아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홍 의원은 지척에 있던 한 기자에게 정 의원을 지목하며 “당대표 시켜드리라”고 농담을 했고 정 의원은 “어이구, 형님이 양보하시는 거야”라고 응수했다.

만약 당내 개혁·소장파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정 의원이 당권을 잡는다면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나설 수 있다.

킹메이커 윤여준
남경필 대권 잡나

남·원·정의 한 축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또 다른 킹메이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영입하면서 단숨에 여당 대선 후보군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때문에 남 경기지사가 ‘킹’이 되는데 정 의원이 발 벗고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 최근 ‘20대 국회 협치(연정)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남 지사와 정 의원이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원래부터 남·원·정이라 불리며 공사를 함께 나눴던 사이인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과연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옛 친이계가 정 의원의 당권 확보를 신호로 대선을 향한 로드맵까지 그려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r.kr>


<기사 속 기사> 작심한 반기문 앞날은?
벌써 대권 도전 ‘득? 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서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자신이 대선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타자의 입을 통해 설로만 돌았던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윤곽을 드러내자 정치권은 곧바로 술렁였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으나 반 총장 본인의 입을 통해 권력 의지가 내비치자 당황하는 기색이다.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친박계는 “100년 안에 한국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또 나오겠느냐”며 크게 반기는 모습인 반면, 비박계는 “검증 과정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두 계파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 것이다.

사실상 출마 시사…들썩이는 여야
‘반색 vs 경계’엇갈린 양측 반응

반 총장과 함께 포럼에 참석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에 대해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고, 애국심도 투철하신 분”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는 충청 출신들이 먼저 일어난 사례가 많다”고 해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나 의원 역시 “반 총장의 경험과 능력을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쓰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반색했다.

반면 야권은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인지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엔사무총장을 임기 중에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나라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란다”며 “그 뒤 본인이 어떤 일 할지 거취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시기상 적절치 못했음을 지적했다. 사회자가 ‘(반 총장 발언의)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국회 정서도 있고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설사 계획을 하고 있더라도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이렇게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를 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 이런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반 총장을 두고 친박-비박이 서로 갈등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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