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 2010 대박 쫓는 사람들 ④소문난 ‘로또명당’ 가보니

2010.11.30 09:13:55 호수 0호

인생역전은 옛말…“다음은 나” 꿈을 산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주 로또 사고, 또 사고
낮아진 당첨금, 높아진 물가에 대박 기대 버려



‘로또한방, 인생역전’. 로또 광풍이 불어 닥친 지 8년이다. 6개의 번호를 맞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로또를 사고 당첨 발표를 보며 울고 웃는다. 당첨되지 못해 씁쓸히 뒤돌아 서도 ‘다음엔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손을 내밀기 마련이다. 재미로 한번, 혹은 매주 기대감을 품고 사게 되는 로또의 ‘환상’이 만든 ‘명당’을 찾았다.

6개 숫자에 빠진 사람들은 오늘도 로또 판매점 주변을 맴돈다. 그중에서도 로또 1등을 배출했다는 곳, ‘명당’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 같은 이들과 지방에서 물어물어 찾아온 이들, 길을 걷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여는 이들 모두 속내는 다르지 않다. ‘다음 당첨자는 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로또 명당으로 이름 높은 판매점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중 한 곳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 편의점과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제이복권방’이다.

참새 방앗간 ‘로또방’

스파 편의점은 로또 262회차부터 현재까지 1등 6번, 2등 17번이 나온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 11월22일. 417회차 로또 발매가 막 시작된 날이었다.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원색의 현수막 덕분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전에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1등 13명, 2등은 31명’의 당첨자가 나온 회차를 정리한 종이를 붙여놓은 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차와 당첨금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종이 마지막 부분에는 ‘전국 최고 명당’이라는 글귀가 자랑스레 새겨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널찍한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보통 로또는 추첨당일에도 판매 마감 시까지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길게 줄을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명당’이라 소문난 탓인지 짧은 시간에도 수십명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편의점이지만 물건을 사는 이들은 드물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장을 보러 나왔다가 들른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가게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서 로또 번호를 적었다. 문을 열고 계산대 앞에 선 후 “수동 몇 장” “로또 0원치요”라는 말을 건네고 번호표만 받아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임덕근(42)씨는 “복권은 불경기에 잘된다지만 이곳의 매출은 일정하다”며 “로또 명당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이 로또를 판매한 것은 로또 판매가 시작된 지난 2002년부터다. 꾸준히 당첨자가 나와 1등은 13명, 2등은 31명, 3등은 천명을 넘기며 세는 것을 관뒀다.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 제주도는 물론이요, 외국에서도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인천에 사는 한 노부부는 퇴임 후 매일 이곳에 들르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중 언제 ‘운’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있어 발품을 팔고 있다는 것.

임씨는 “로또는 얼마가 판매됐고 얼마를 받을 수 있으며 남은 돈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초보이든 노련한 이든 누구나 똑같이 기대를 걸 수 있고, 많이 사든 적게 사든 ‘내가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똑같다”면서 “로또는 나쁘게 말하면 ‘사행산업’이지만 좋게 말하면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곳에 ‘희망’이란 기대치를 사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만큼이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이복권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게 자리한 복권방 앞에는 역시나 로또 당첨자를 배출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최근 ‘기적의 복권방’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351회차에 1등 1명과 2등 6명이 한꺼번에 나온데 이어 한달여 만에 다시 1등 1명과 2등 6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게 앞 로또 1등과 2등 당첨을 축하하는 원색의 현수막은 이러한 대박 일화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복권방은 40대 후반부터 60대 중후반까지 나이 지긋하신 10여 분 만으로도 꽉 차 보였다.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쉼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말이 이어지는 게 힘들 정도였다. “여기가 거기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온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나서야 겨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장수만(43)씨는 “여태까지 1등이 3번 나왔는데 그 중 2분은 알고 있다”며 “평범하신 분들이다. 1등에 당첨되는 날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다른 기운을 느꼈던 것은 장씨였다.

그는 “오히려 우리 가족이 꿈을 꿨다”며 어머니와 누나가 꾼 ‘대박꿈’을 설명했다. 가게에 사람들이 넘치는 꿈과 꽃봉오리 3개를 들고 있는 꿈을 꾼 후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것. 길을 가던 지관이 센 기가 흐른다며 수맥탐지기를 들고 들어온 일도 있다며 웃는다.


두 곳 모두 분위기가 밝았다.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어서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로또에 인생을 걸고 전 재산을 걸었다 패가망신을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이 1회당 10만원을 초과해 구매할 수 없게 된 데다 수백억의 당첨금을 받는 일이 없어지다시피 하면서 ‘로또 폐인’은 줄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집 한 채, 작게 가게 하나 차릴 정도이다 보니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것.

‘인생역전’ 없더라

한참 로또 번호를 고심하던 윤재철(45)씨는 “매주 로또 구매에 10만원 정도를 쓰고 있지만 꼭 1등에 당첨되겠다는 생각에 하는 것은 아니”라며 “1주일을 살아가는 보람이 없는데 로또로 ‘희망’을 사고 있다. 토요일날 몇 개의 숫자를 맞추느냐를 보고 일주일동안 내가 복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로또의 매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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