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의원회관을 방문했던 한 사회복지사가 몰래카메라로 여자화장실을 촬영한 것. 그는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국회 보좌직원에게 잡혀 경찰로 넘겨졌다. 하지만 방문자 신원조회 등 ‘보안’이 지켜진다고 여겼던 의원회관에서 벌어진 일이라 국회 관계자들은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몰카 사건의 전모를 따라갔다.
“진짜 이번 한번 뿐이라고…” 숨어서 기다렸는데 우발적?
‘간 큰’ 사회복지사 추태…구멍 뚫린 의원회관 보안검색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던 한 30대 남성이 여자화장실을 몰래카메라로 찍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악! 누구세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오후 4시쯤. 의원회관 8층 여자화장실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자화장실을 찾았던 한 보좌직원은 수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주변을 살피다 경악하고 말았다. 화장실 칸막이 너머로 스마트폰을 내밀어 여성을 촬영하는 30대 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여성 보좌직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한나라당 K의원실의 L보좌관에게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국회의원회관 여자화장실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3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인 김씨는 평소 국회관련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의원실과 왕래가 있었다. 이날 김씨는 협회 여직원이 함께 한나라당 모 의원실 보좌관과 점심식사를 한 후 같이 방문한 여직원은 돌려보내고 몰래 여자화장실에 숨어들어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조사결과 김씨의 스마트폰에는 국회 여직원을 촬영한 영상 5개가 저장돼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혹시 모르는 추가 범행을 조사하기 위해 김씨의 집에 있는 개인컴퓨터도 압수수사했으나 추가범행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복지사는 수용시설의 현장에서 시설운용자와 수용자 사이에 제도적으로 개입해 예산지원당국의 감독을 대신하고, 수용자의 인권과 법적 불이익을 대변·옹호하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양의 탈’을 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을 놀라게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국회보좌직원들 사이에 소문으로 떠도는 한 가지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범인을 잡은 사람은 당초 알려진 한나라당 B의원실의 비서관이 아니라 한나라당 K의원실의 L보좌관이라는 것이다.
애초 범인을 잡은 사람으로 알려졌었던 한나라당 B의원실의 비서관이 자신이 범인을 잡은 장본인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에 표창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관할경찰서에서 사실 확인을 위한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굿이나 보고, 표창장이나?
L보좌관은 M방송국의 모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정작 범인을 잡고도 겸손한 모습을 보여준 L보좌관은 “(B의원실 보좌관이) 무슨 생각으로 표창을 요구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L보좌관은 화장실에서 여직원의 비명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달려가 곧 뛰쳐나오는 김씨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잡아 의원실에 대기시켜 놓고 경찰에 연락해 인계했다.
사건 이후 국회 의원회관의 방문자 신원조회가 전보다 훨씬 삼엄해진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부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