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사돈 맺는 보광-LS ‘묘한 인연’ 스토리

2010.11.23 09:45:55 호수 0호

멀리하기엔 가까운, 가까이하기엔 멀다

재벌가간 혼사가 또 성사됐다. 보광 홍씨일가와 LS 구씨일가가 사돈을 맺는다. 돈 많은 집안끼리 결혼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지만, 사실 로열패밀리간 ‘그들만의 웨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집안만 봐도 그렇다. 여러모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보광·LS가, 나아가 삼성-LG가의 인연을 담아봤다.



홍석조 회장 장남·구자용 부회장 장녀 결혼
삼성·LG가 이미 사돈…한때 동업했다 결별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이모저모는 언제 어디서나 관심의 대상이다. 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에서다. 그들의 결혼은 특히 더하다. 일반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울타리가 쳐져 있기 때문이다. 재벌가간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있다. 이른바 ‘비즈니스 패밀리’현상이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그중엔 그저 사세 확장을 위해 자녀들을 커플로 엮어준 ‘정략결혼’도 적지 않다.

“정략결혼 아니다”

최근 한 결혼이 화제다. 재벌가간 혼사인 탓이다. 두 일가 모두 국내에서 알아주는 기업가 집안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 신랑 신부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로열패밀리다.

주인공은 보광 홍씨일가와 LS 구씨일가다.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과 구자용 E1 부회장 겸 LS네트웍스 회장이 사돈을 맺는 것. 홍 회장의 장남 정국씨와 구 부회장의 장녀 희나씨는 11월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올해 28세인 정국씨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에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나 경제학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현재 보스톤컨설팅그룹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세인 희나씨는 미국 터프스대학을 졸업했다.


구 부회장이 맡고 있는 E1은 LPG 가스 공급업체로 업계 1위다. 지난해 매출은 4조4000억원이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 바이클로 등 스포츠·자전거 브랜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 회장의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 8월 편의점 수 5000개를 돌파하는 등 편의점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이다.

E1과 보광훼미리마트 측은 “두 집안의 혼인은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정략결혼과 거리가 멀다”며 “서로 사랑해 양가의 축복 속에서 결혼하는 지극히 평범한 혼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희나씨의 결혼은 재벌가간 혼사라 눈길을 모은다. 특히 ‘범삼성가’와 ‘범LG가’가 결합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홍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홍 회장의 누나다. 자유당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그의 부친 고 홍진기씨는 1960년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의 인연으로 삼성그룹 소유의 서울라디오방송과 중앙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

1967년 장녀 홍 여사를 이 회장에게 출가시켜 삼성가와 사돈을 맺었다. 홍 회장(사시 18회)은 1981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대검 기획과장, 법무부 감찰과장,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법무부 검찰국장, 인천지검장, 광주고검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3월부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을 맡고 있다.

홍 회장의 형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동생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홍석규 (주)보광 회장·홍라영 삼성 리움미술관 부관장이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5촌 당숙이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동생 구평회 E1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형은 구자열 LS전선 회장, 동생은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미주법인장, LG칼텍스 부사장 등을 거쳐 2008년 12월과 지난 3월부터 각각 E1 부회장, LS네트웍스 회장을 맡고 있다. 재계의 양대 산맥이자 최대 라이벌인 삼성가와 LG가는 이미 사돈을 맺은 바 있다.

이번 결혼으로 사실상 ‘겹사돈’이 된 셈이다. 이 창업주와 구 창업주는 사돈 사이다. 이 창업주의 차녀 숙희씨와 구 창업주의 3남 자학(아워홈 회장)씨가 1958년 결혼했다. 뿐만 아니다.

두 창업주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들은 모두 경남 출신으로 초등학교(진주 지수초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같은 시기에 같은 분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구 창업주는 생전 “이 창업주와 같은 반에서 책상을 나란히 맞대고 공부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사돈관계가 되면서 두 사람은 불필요한 사업 경쟁을 피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맺었지만 소용없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창업 이후 반세기 넘게 전자 등 각 분야에서 ‘물고 물리는’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 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별들의 전쟁’무대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된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감정싸움이 벌어졌고, 때론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한때 손을 잡은 적이 있다. 1964년 구 창업주가 이 창업주의 달콤한 동업 제안을 받아들여 각각 50대50의 비율로 공동출자한 방송사업(라디오서울·동양TV)이 그것이다.

사실상 ‘겹사돈’

그러나 ‘공동경영’에서 두 회사 임직원간 알력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이별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LG그룹이 동양TV를, 삼성그룹이 라디오서울을 갖기로 합의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두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


당시 LG그룹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고, 구 창업주는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1969년 삼성전자 설립 전 이 창업주가 한발 앞서 1958년 금성사(LG전자)를 설립한 구 창업주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가 대놓고 면박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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