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80주년 진위여부 논란

2010.11.09 10:20:31 호수 0호

남의 역사 끌어다‘연혁 뻥튀기’?


80년 된 백화점건물 자리에서 영업하는 것 뿐”
창립 80주년이 아니라 개점 80주년…“문제없다”

신세계 백화점이 ‘개점 80주년’ 축포를 쏘아 올렸다. 갖은 행사를 벌이며 축배를 들고 있는 사이, 일각에서는 신세계 개점 80주년 진위 여부를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 백화점이 ‘개점 80주년’ 축포를 터뜨렸다. 이에 맞춰 신세계는 다양한 기념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광고와 쇼핑백 등의 디자인을 교체했는가 하면 20여개 명품 브랜드에서 신세계 단독 상품을 내놨다. 또 지난달 29일부터는 경품을 통해 순금을 증정하는 등 고객 사은행사와 콘서트나 미술전 등 문화행사도 진행 중이다.

기념행사 봇물

그러나 신세계가 축배를 들고 있는 사이, 일각에서는 신세계 개점 80주년이 맞는지를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지금의 신세계 본점 자리에 국내 최초의 미쓰코시 백화점이 문을 연 것은 사실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1906년 충무로에 미쓰코시 오복점(옷감과 의류를 파는 상점)을 열었다. 1929년 미쓰코시 오복점은 미쓰코시 백화점으로 승격됐다. 이듬해인 1930년 지금의 신세계 본점 자리에 신관을 지은 후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이라는 이름을 달았는데,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백화점의 효시가 됐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해방 직후 경영진이 전면 교체되면서 동화 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동화 백화점은 정부 소유가 됐다. 한국전쟁 때는 미군의 PX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1955년, 동화 백화점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1962년 동화 백화점은 동방생명에 인수됐다. 그리고 1963년 삼성그룹이 동방생명을 인수하면서 동화 백화점도 자연스레 삼성가의 일원이 됐다. 이때부터 동화 백화점은 ‘신세계’로 간판을 바꿔달았으며, 1991년 신세계가 삼성가에서 분가해 나오면서 지금의 신세계그룹 모양새가 갖춰졌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해방 후 역사가 완전히 단절됐으며 삼성그룹이 인수할 때까지도 이곳은 신세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던 곳이다.

신세계의 ‘전신’이 아니란 얘기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서 신세계와 상관없는 일본인의 백화점이 1930년 문을 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무런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다. 실제로 신세계가 1987년 발간한 <신세계, 25년의 발자취>에서도 신세계의 연혁을 1963년 7월15일부터로 기록하고 있다. 또 이 책의 기념사를 통해 이병철 전 회장은 “신세계가 창립된 지 어언 25년이 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세계는 창립일을 1963년 11월11일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10월에 발간된 <신세계 개점 70주년 화보집>에는 개점 기념일이 1930년 10월24일로 바뀌었다.
신세계 홈페이지 역시 설립일자를 1955년 12월9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는 설립일자 대신 “1930년 10월24일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지점으로 개점”을 기원으로 잡고 있다.

신세계는 ‘창립’이 아니라 ‘개점’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창립도 하기 전에 개점을 했다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말장난’으로 소비자들을 농락한 셈이다.
신세계의 논리대로라면 롯데 백화점의 개점일도 1979년이 아닌 1920년으로 바꿀 수 있다. 롯데 백화점이 2002년 인수한 미도파 백화점은 1920년에 일본인이 설립한 조지아 백화점을 1960년에 인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80주년 밀어붙여

이처럼 현재 논란은 가중되고 있지만 신세계는 이에 아랑곳 않고 ‘개점 80주년’을 밀고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개점 80주년’이란 타이틀을 내세워 ‘신세계가 최초 백화점이고 앞으로 최고 백화점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통이라는 게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인가”라는 냉소 섞인 말들과 혀 차는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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