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⑦화제의 당선인 & 낙선인

2016.04.19 11:03:02 호수 0호

희비 교차…누가 울고 웃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누군가에겐 약속의 날, 다른 누군가에겐 시련의 날이었다. 4·13총선으로 각 후보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 중 유독 유권자들의 시선을 끈 당선인·낙선인들이 있어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유권자들을 가장 놀라게 한 지역을 하나 꼽아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 종로를 고를 것이다. ‘정치1번지’ ‘오세훈 대 정세균’이라는 관전 포인트도 관심거리였지만, 무엇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의 당선 여부에 많은 눈과 귀가 쏠렸다. 오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차기 여권의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다.

‘대첩’ 결과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건지 막판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동안 진행해 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 지지율은 42.2%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정세균 후보의 35.4%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국민의당 박태순 후보 3.9%, 모름·무응답 17.3%).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정 후보가 52.6%를 얻어 39.7%의 오 후보를 12.9%p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1만852표라는 다소 큰 차이였다.

이로써 6선 고지에 오르게 된 정 당선인은 야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거듭났다. 실제로 정 당선인은 총선 직후당선 인터뷰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은 내년에 정권교체를 하라는 명령을 해주셨다”며 “그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가장 힘든 일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오 후보와)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여론조사 보도 등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민심과는 다른 상황이 있었고 그런 것들이 종로구민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좀 더 정확하게, 국민을 오도하는 일이 없도록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비상을 꿈꿨던 오 후보는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한때 오 후보의 뒤는 ‘박심’이 받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이번 결과로 한동안 행보에 제약이 걸리게 됐다. 오 후보는 최근 “죄송합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낙선인사를 하는가 하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정 당선인이 당선자 인터뷰를 하는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변의 주인공은 또 있다. 더민주 전현희 당선인은 험지를 넘어 ‘야당의 사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최종 결과를 보면, 51.5%를 얻은 전 당선인이 44.4%의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7.1%p(6624 표 차)로 이겼다.

전 당선인은 당선 인터뷰에서 “이곳이 여당 텃밭이라 행사나 모임에 가면 소개도 잘 해주지 않는 등 따돌림을 많이 당했다”며 “선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루라도 눈물짓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역 밀착형 공약과 선거 활동이 적중했다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강남을이 잘 사는 곳이라는 외부 평가와 달리 사실은 낙후된 곳이 많다”며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것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전 당선인은 동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과 많은 약속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세곡동에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고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못 믿을 여론조사…곳곳서 뒤집혀
여야 거물들 칼바람에 ‘아~ 옛날이여’

해바라기를 달고 다니는 퍼포먼스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한몫했다. 전 당선인은 ‘강남바라기’를 상징한다는 이 꽃을 줄곧 달고서 후보 등록이 있은 후부터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진심을 다한 소통”이라며 “그동안 수만 명의 주민을 거리에서 만나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었다. 이렇게 진심을 다해 소통하다 보니 마음이 전해져서 오늘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영남에 김부겸이 있다면 호남에는 이정현이 있었다. 44.5%를 얻은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은 39.1%의 더민주 노관규 후보를 제쳤다. 전매특허가 된 자전거 유세로 순천의 선택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하게 된 이 당선인은 지난 재보선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이 당선인은 기세를 몰아 당권도전까지 선언한 상태다. 당선 소감 발표 때 그는 “새누리당 당 대표에 도전해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을 바꿔보이겠다”고 말했다.
 

당을 옮겨 당선된 인물들도 있다. 더민주의 진영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조경태 당선인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대 당 소속이었다. 진 당선인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되자 이에 반발해 당을 떠났고 더민주로 적을 옮겼다. 조 당선인은 새누리당의 구애로 더민주를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나란히 4선에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선 소감에서 진 당선인은 “역사적 흐름에서 한없이 역행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조 당선인은 “당내 잘못된 관행이나 행태에 대해서는 국민과 또 당원과 함께 바로잡아 나가겠다”며 “새누리당 역시 책임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총선 이후 각 당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헌정사상 여성 최다선인 지역구 5선 의원에 성공한 추미애 당선인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광진을에서 추 당선인은 48.5%를 얻어 37.2%에 그친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당선인은 여성 최초로 5선이 된 소감에 대해 “우리 광진 유권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광진구 발전과 대한민국의 행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재보선이 해법?

낙선으로 고배를 마신 후보들은 1년 후 재보선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에서 야심차게 영입했던 안대희 후보는 서울 마포갑에서 더민주 노웅래 당선인의 벽에 걸려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전남 광양곡성구례에 나선 더민주 우윤근 후보는 국민의당 정인화 당선인에게 1만표가 넘는 차이로 패배했다.

당의 컷오프에 맞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이재오 후보는 서울 은평을에서 강병원 당선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 외에도 황우여, 이인제, 신기남, 김영환 등 여야의 거물들 다수가 현역 물갈이 바람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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