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뇌관 ‘대우조선 함수’막전막후

2010.11.09 09:42:35 호수 0호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 ‘대형 스캔들’로 파문 확산
대통령 부인·친구 연루설 얽혀 ‘게이트’비화 조짐

아슬아슬하다. 불안불안하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 순간 녹을 수도, 깨질 수도 있어 모두들 조심스럽다.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남상태 유임 로비를 뇌관으로 ‘영부인 파문’에 ‘친구 스캔들’까지 뒤엉키면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두 의혹 모두 아직 밝혀지거나 확실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MB를 겨냥하고 있어 ‘물음표’만으로도 그 위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영부인이 로비 몸통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 ‘영부인 연루설’을 제기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남 사장은 지난해 1월19일 이명박 대통령 처남인 고 김재정씨가 골프를 치다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자 김씨 처로부터 김윤옥 여사의 병원 방문 날짜를 알아내 병원에서 김 여사를 만났다.

남 사장 부인도 김 여사의 형부(둘째언니 남편)인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2월초 청와대 관저에서 김 여사를 만나 남편의 연임 청탁을 했다. 이에 김 여사는 2월10일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게 남 사장의 연임을 지시했고, 닷새 뒤인 2월15일 정 수석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김 여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곧바로 남 사장의 연임이 확정됐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영부인 입김으로
남상태 유임됐다”

강 의원은 “이런 로비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여행자 수표 묶음의 거액의 사례금이 김 여사와 황씨 등에게 제공됐다”고 폭로성 주장을 했다.


남 사장은 김 여사의 남동생인 김씨와 경북중 동창으로 친구 사이다. 이 때문에 남 사장과 김 여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다. 김씨는 지난 2월7일 별세했다. 김씨는 당뇨병과 신부전증 등 복합질환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1년 넘게 투병생활을 해왔다.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주)다스(DAS)의 감사이자 최대주주였던 김씨는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휠체어에 탄 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여야는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고, 청와대는 발끈했다. 하나같이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덤벼들고 있다.

당·정·청은 한목소리로 ‘강기정 때리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무성 원내대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명확한 증거를 내놓으라”며 “‘치고 빠지기 식’의 비열한 자세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부도 거들었다. 김황식 총리는 “헌법상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소신 있게 행동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지 결코 이를 남용해 개인 명예훼손이나 피해를 가져오자는 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진노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강 의원의 주장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굉장히 진노했다”고 전했다. 법적 대응 방침도 밝혔다. 정 수석은 “강 의원의 망언은 그야말로 국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청와대는 모든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강기정 감싸기’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강 의원은 김 여사 비리 의혹을 뒷받침할 백업자료를 갖고 있다”며 “영부인 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고 있지만 만약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계속한다면 그 심사숙고는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손학규 대표는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운운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 기본정신에 철저히 해 달라”고 꼬집었다.

청와대·여당 발끈
야당 발 뺀 모양새

‘영부인 몸통’파문의 중심에 선 남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1950년 대구 출생으로 경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두산기계를 거쳐 1979년 4월 대우조선공업 재무부분에 입사, 2006년 3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임 로비 의혹은 남 사장의 유임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선임된 남 사장은 MB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3월 연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탓에 사실상 정부가 임명권을 갖고 있어 당초 사장 교체가 유력했으나 남 사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다른 산업은행 출자 회사의 경우 대부분 수장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남 사장이 협력업체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자리보전을 위해 정권 실세에게 건넸다는 연임 로비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의혹엔 거물급 인사가 오르내린다. 바로 이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 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다. 남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천 회장에게 주면서 연임 로비를 청탁했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4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천 회장의 사무실과 부속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2008년 자녀 3명의 명의로 임천공업과 계열사 주식 18만주가량을 25억7000만원에 사들인 뒤 주식매입 대금을 이씨로부터 기부금 등의 형태로 되돌려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천 회장이 지난해 북악산에 짓고 있는 돌 박물관에 쓰일 12억원어치의 철근도 이씨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 회장 혐의는 이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지난달 15일 계열사 및 하청회사들과의 가공거래를 통해 비자금 354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수십억원을 천 회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50년 절친’이다.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학창 시절 이 대통령은 상대 학생회장, 천 회장은 한국농어촌문제연구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한때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기도 했다.

천 회장은 정치권, 특히 여권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천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을 위해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의혹과 정권 실세들을 앞세워 포스코 회장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 로비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인물은 여권 인사 두세 명, 정권 실세 두세 명이다. 모두 이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다.

남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은 정치권으로 번진 상태다. 대형 스캔들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 비리가 아닌 ‘권력형 게이트’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인 이유다.

청, 이래저래 곤혹
검찰 수사에 촉각

공교롭게도 천 회장을 물고 늘어진 인사는 강 의원이다. 강 의원은 남 사장의 1차 로비 대상자로 천 회장 등을 지목했다.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게이트’라고 규정한 강 의원은 앞서 지난 7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중 수십억원이 남 사장에게 들어가 유임 로비에 쓰였을 것”이라며 “정권실세가 여럿 개입한 권력형 비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간의 시선은 검찰에 쏠린다. 수사에 따라 얼어붙은 정국이 녹을 수도, 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강 의원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민주당도 한발 뺀 모양새다. 천 회장은 당분간 외국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다. 검찰은 복잡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대우조선 함수’를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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