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손가락으로 그리는 화가 오치균

2016.03.25 15:50:55 호수 0호

“촉감으로 느끼며 완성하죠”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오치균의 초대전 ‘Oh Chi Gyun, New York 1987-2016’이 오는 4월10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오치균이 1988년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 직후 가진 전시 이후로 금호미술관에서 25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오치균은 컨버스에 손가락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을 두텁게 쌓아올린 기법으로 유명하다. ‘감’ ‘서울’ ‘사북’ ‘산타페’ 시리즈 등 풍경화로 잘 알려진 오치균의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온 ‘뉴욕 시리즈’를 소개한다.

뉴욕 시리즈

이번 전시는 뉴욕을 주제로 한 오치균의 작품을  세 시기로 구분해 보여준다. 오치균의 유학 시기에 해당하는 1987년∼1990년 뉴욕 1기, 개인전 준비를 위해 1992년 다시 뉴욕에 정착했다가 1995년 산타페로 이주하기 전까지인 뉴욕 2기, 2014년 가을 다시 뉴욕을 찾았을 때 받은 인상을 담은 뉴욕 3기 등 100여점이 전시 중이다.

뉴욕 1기의 대표작은 ‘Homeless’ ‘Figure’ ‘Subway’ 시리즈다. 어두운 거리의 부랑자와 좁은 방 안에 기묘하게 일그러진 자세를 취한 인물, 대도시를 관통하는 어두운 지하철 선로 등을 그렸다. 자신의 삶과 감정에서 출발해 스스로가 이방인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거대도시 뉴욕에서의 고독한 삶을 빛과 어둠의 대비와 마티에르를 통해 표현했다.
 

뉴욕 2기는 ‘Empire State’ ‘설경’ 시리즈 등으로 대표된다. 경제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도시의 건물 외형이 주는 기하학적 조형미로 관심이 전환되는 과정, 일상의 소소한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안정된 심리를 느낄 수 있다.


아크릴물감 두텁게 쌓아올린 기법
30년간 작업과 인생 압축한 전시회

뉴욕의 마천루가 만들어낸 지평선과 빌딩숲을 그린 작품들은 광활하고 대담한 도시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특히 빌딩의 외관이나 창문의 반복된 형태가 주는 기하학적 리듬이 눈에 띈다. 눈이 쌓인 겨울 도시풍경을 그린 ‘설경’ 시리즈는 아직 다소 어두운 기운이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지만 음울한 도시가 아닌 자연으로서의 뉴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 시기엔 가족과 주변 사물, 도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인간적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체류 중 태어난 딸을 그린 초상이나 정물화와 같은 소품들을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뉴욕 3기는 ‘Central Park’ ‘West Broadway’ ‘1st Ave.’ 등으로 대변되는 시기다. 화창한 하늘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고운 색감,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이는 뉴욕 곳곳의 거리가 이전보다 밝고 경쾌해진 색감과 마티에르로 표현되고 있다.
 

오치균은 밝고 따뜻한 뉴욕의 빛과 아름다운 경관을 일렁이듯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 변화를 느끼게 한다. 뉴욕 3기에 이르면 물감의 마티에르는 더 이상 고독과 소외의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이 아니다.

삶이 고스란히

이번 ‘오치균 뉴욕’전은 그의 30년간의 작업과 인생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로, 줄기차게 화폭에 담아온 뉴욕의 모습들과 그곳에서의 삶을 공개한다. 인체, 정물, 풍경 등 다양한 범주로 확장돼 제시된 뉴욕 시리즈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개인적 이야기의 장이다.


<shin@ilyosisa.co.kr>

 

[오치균은?]

1956년 충남 출생.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8년 미국 브루클린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미술관, 뉴욕 첼시아트뮤지엄, 가나화랑, 박수근미술관, 브루클린대학교 갤러리 등에서 전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하나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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