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윤상현의 악몽

2016.03.22 10:51:11 호수 0호

1993년 초의 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개혁을 주창하며 자신의 재산 17억7822만6070원을 공개했다. 이를 시발로 정부 각료 등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재산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밀에 쌓여있던 이들의 재산이 공개되면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산이 낱낱이 밝혀지자 우리 사회는 일순간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어 언론이 앞장서서 인민재판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면서 이들에 대한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그들의 재산 형성 과정 등 세부 내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드러난 사실만이 판단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이렇다 할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여론에 밀려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

당시 정치판의 중심에 있었던 필자는 그 일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개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 사람들 중 일부의 경우 조금만 사려 깊게 바라보면 사회통념상 충분히 이해 가능한데 그야말로 마녀사냥에 희생당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고질에 대해 심지어 우려까지 품었었다.

이 일은 지금부터 20년도 더 지난 시절의 일이다. 그런데 2016년인 지금, 그 시절과 조금도 오차를 보이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세심하게 살피면 당시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최근 발생했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과 그 결과와 관련해서다.

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이라 지칭하는 등 비록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시시비비는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일전에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에서도 밝혔듯이, 여론에 밀려 법의 심판 대상이 아닌 일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일을 엄격하게 지적했던 일과 맥락을 같이한다.


윤 의원의 막말 파동이 발생하게 된 사유, 막말 파동의 본질인 공천 개입 여부와 그를 언론에 고자질한 인간이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오로지 막말만이 사건의 핵심으로 자리한 그 부분만 살펴보자.

이를 위해 세 개의 문항을 설정해본다. 첫째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면전에서 “김 대표, 당신 개**야!”다. 둘째는 제 삼자에게 “김 대표에게 개**라 전하시오!”다. 그리고 셋째 문항은 가까운 지인과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형, 김무성 그거 개**야! 내가 죽일 거야!”다.

상기 세 문항을 차근하게 살펴보자. 먼저 첫째 문항이다. 김 대표 면전에서 김 대표를 직격했으니 당연히 욕으로 규정할 수 있다. 다음은 두 번째 문항이다. 비록 본인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제삼자를 통해서 김 대표에게 전달하도록 하였으니 역시 명백한 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번에는 세 번째 문항을 살펴보자.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상기의 표현이 김 대표에 대한 욕이라 규정내릴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아니, 사실 냉정하게 살필 일도 아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성인, 특히 남자라면 이 장면 조금도 낯설지 않다. 아울러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지적할 터다.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욕한 게 아니고 언론에 그를 흘린 몹쓸 인간이 막말의 당사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윤 의원의 몫으로 남겨졌다. 윤 의원의 입장에서 살피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그래서 동 사건에 대해 ‘윤상현의 악몽’이라 지칭한 게다. 아울러 이 나라에 다시는 이런 허접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고대해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