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이태원 환각파티 천태만상

2016.03.15 08:41:54 호수 0호

대낮부터 약에 취해 거리 활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태원과 강남 일대서 ‘공짜 마약’에 손을 댔다가 중독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피의자들 대부분 초범이며, 평범한 회사원들이었다. 이들은 클럽 종업원과 우연히 만난 마약 브로커들이 공짜로 건넨 마약 때문에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



헬멧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가 도로에서 정지신호를 보고 멈춰 섰다. 잠시 뒤, 형사 3명이 달려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덮친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6곳과 강남 일대에서 벌어졌던 환각 파티에서 마약을 공급했던 용의자다.

마약 청정국 흔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과 이태원의 클럽 6곳에서 손님들에게 대마와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김모(36)씨, 최모(34)씨, 허모(3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김씨 등에게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김모(22·여)씨 등 여성 12명과 남성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전직 영어강사 허씨는 김씨에게 필로폰 10g을 36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폰은 0.03g당 15~20만원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허씨에게 구입한 필로폰을 주거지에 보관하며 판매하고 제모씨(28) 등 10명과 함께 클럽에 모여 수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투약하거나 판매했다.

클럽 종원업인 최씨도 외국인에게 SNS로 대마와 허브(중독·환각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뿌린 식물류)를 각각 100g씩 사들였다. 최씨는 마약을 보관하면서 판매하고 정모씨(24) 등 8명과 함께 대마를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클럽 화장실에서 대마를 피고 홀이나 룸에서 샴페인에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대마를 소비했다.


김씨와 최씨 등 판매책들이 강남과 이태원의 클럽들에서 퍼뜨린 필로폰과 대마는 각각 38g과 310g에 달한다.

이들은 클럽을 찾은 여성 고객에게 마약을 공짜로 건네며 “투약하면 성관계 때 쾌감이 좋아진다. 피로가 없어진다”며 접근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손님들을 일단 중독시켜 나중에 마약을 비싼 값에 판매하려는 생각으로 여성들에게는 무료로 마약을 권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남성들에게도 초반에는 싼값에 마약을 판매했다.

이들은 여성 고객들을 먼저 마약에 중독시킨 뒤 시가보다 가격을 높여 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을 산 여성들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유흥업소 종사자까지 다양했다. 실제로 이들에게서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가 검거된 투약자 대다수는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초범들이었다.

투약자들 일부는 클럽 종업원이 마약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종업원에게 직접 마약을 사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마약중독을 호소하던 판매책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판매 일당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 클럽에서 마약류가 거리낌 없이 유통되는 등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클럽이라는 공간 특성상 다수가 이를 모방하려는 심리가 있는 만큼 이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내 한복판 판치는 ‘공짜 마약’
“피로 풀리고 섹스 때 좋아” 유혹

최근 한국사회는 마약범죄가 급증하면서 ‘마약 청정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자택에 대마 재배 시설을 갖추고 상습적으로 흡연한 외국인 대학 교수 등 마약사범 4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으며, 10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던 운반책이 검거되기도 했다.

마약류를 투약·거래하다 적발된 사람이 5년 사이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인터넷을 통한 마약거래가 성행한다고 보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7일 대검찰청 강력부(박민표 검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1916명으로 2011년 9174명에서 29.9% 늘어났다.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98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압수한 마약은 9만3591g으로 2014년 8만7662g보다 6.8% 많았다.

청소년과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 마약사범 증가세가 눈에 띈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지난해 128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 마약사범도 2011년 104명, 지난해 314명으로 비슷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인 마약사범에게 압수한 필로폰만 2만6878g에 달한다. 0.03g씩 89만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대검은 나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탓으로 분석했다. 대검은 이날 전국 마약수사 전담검사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인터넷 마약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난달 인천·수원·광주·대구·부산 등 전국 6대 지검으로 확대하고 전담 마약수사관을 배치했다.

마약사범 급증

마약 관련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을 자동으로 검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약거래를 24시간 감시할 방침이다. 검찰은 마약류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마약류 유통 목적의 인터넷·전화·유인물 등 광고를 금지·처벌하는 법 규정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시 모니터링으로 마약사범을 특정하고 입법조치도 병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마약-대마 차이] 

일반인들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구분하기 어렵다.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을 모아 ‘마약률’로 부른다. 정확한 표현은 마약이 아니라 ‘마약류’인 셈이다. 대검찰청이 펴낸 마약류 범죄백서에서는 제조 방법 기준으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으로 나눈다.  

마약은 마약원료인 생약으로부터 추출하는 천연마약과 추출알칼로이드,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합성마약으로 분류된다. 천연마약은 양귀비, 아편 등이 있다. 아편은 생갈색 덩어리로 ‘생아편’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아편의 진통효과 때문에 응급질환 등에 사용했다. 추출알칼로이드는 모르핀, 코데인 등 의약품 종류와 코카인 등을 의미한다. 합성 마약으로는 페티딘, 메타돈 등이 있다. 모르핀은 아편으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일정한 화학반응을 거쳐 추출한 강력한 진통성 알칼로이드를 의미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약리작용에 따라 환각제,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나뉜다. 이른바 히로뽕으로 불리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대표적인 각성제다.  

대마는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과는 별도로 분류되는 마약류다. 대마의 잎과 꽃이 흡연용으로 쓰여 대마초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대마초가 흡연용으로 전파된 것은 월남전이 벌어지던 1965년 이후라고 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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