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영업 중단하라”…온몸으로 절규

2010.10.12 09:16:44 호수 0호

강원랜드, 대통령 암살범으로 내몬 내막

카지노에서 거액 탕진한 30대 대통령 암살 기도
과거 손목 절단 시위, 강원랜드 폭파 협박하기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한 뒤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30대가 붙잡혔다.
지난 4일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강원랜드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청와대 주변을 배회하다 진입까지 시도했던 박모(37)씨를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12일 트위터에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자신의 컴퓨터로 총포 구매와 관련된 검색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거된 박 씨는 지난 1월말 국회 앞에서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제한을 요구하며 흉기로 자신의 손등을 내리치는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소동으로 그는 왼쪽 손목이 절단 직전까지 가는 중상을 입었다. 또 지난 6월엔 강원랜드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피소돼 1심 판결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육군 대위 출신이다. 전역 후 그는 주식투자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의 귀재’로 입소문이 나면서 TV에 출연할 정도로 한때 잘나가는 청년사업가였다. 이런 박씨가 강원랜드에서 전재산을 잃고 대통령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꾀하게 된 데까지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때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백이 고향인 박 씨는 근처의 강원랜드를 찾게 됐다. 호기심에 문을 두드려본 카지노였지만 빠른 속도로 도박에 중독됐다. 그로부터 2년 후, 결과는 참담했다. 그간 악착같이 모아둔 돈 9억원을 날린 것. 박씨는 도박을 끊기로 마음먹고, 스스로 강원랜드에 출입금지 요청을 냈다.

굳은 결심이었지만 이내 허물어졌다. 1년간 다시 주식 투자에 매진하며 돈을 모은 그는 2004년 강원랜드에 출입제한을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과는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박씨는 4억원을 날렸고 다시 한 번 출입제한을 요청했다. 이 또한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렇게 출입제한요청과 해제를 반복하면서 박씨는 총 18억원을 탕진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09년,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 5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그런데 진료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30대인 그의 뼈 나이가 75세로 판정된 것. 박씨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식사와 수면을 거의 하지 않고 냉커피와 정신력만으로 버틴 탓에 뼈가 다 녹았다”며 “카지노에 드나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도박에서 손을 뗄 결심을 굳힌 그는 그의 부친에게 ‘가족에 의한 출입금지요청’을 부탁했다. 가족에 의한 출입금지요청은 해당 가족의 명이 다할 때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그리고 그는 강원랜드와 싸움을 시작했다. 강원랜드가 멀쩡한 국민을 도박중독자로 만든다는 판단 하에 국가와 강원랜드를 상대로 내국인 카지노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엔 일인시위나 민원을 넣는 등 비교적 온건한 방법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자 결국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야만 했다.
그때마다 그가 주장한 것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가뜩이나 내국인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강원랜드로서는 충분히 귀를 기울일만한 내용이다.

경찰 집계를 보면 매년 적지 않은 이들이 강원랜드와 관련해 자살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실정임에도 정부는 당초 2005년까지로 계획했던 내국인 부문 영업을 ‘폐광지역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2015년까지 10년 연장했다.

또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자 양산을 막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렇다 보니 언제 제2, 3의 박씨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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