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최고권력자들의 독서법 밀착해부

2010.09.28 09:29:42 호수 0호

살아온 대로 읽고, 읽은 대로 펼치고 “내 스타일이야~”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선해진 날씨와 풍요로움을 즐기며 책을 가까이 하기 좋은 시기다. 그리고 이렇게 읽은 책들은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독서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가 리더십 스타일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또한 읽은 책들이 국정운영, 인사에 반영되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의 <대통령의 독서법>을 통해 대통령들의 독서스타일을 살펴봤다.

성장과정과  독서스타일·리더십스타일 상관관계 밀접
노무현 자유분방 비판가, 이명박 실용독서가 성향 나와
  

이승만 대통령에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거친 8인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각기 특색 있는 독서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음독파의 우뇌형 독서법을 즐겼다. 감성이 풍부하고 활동적인 성격인 그는 책을 소리 내어 읽었던 음독파였고, 풍류와 시를 즐기는 우뇌형 독서가였던 것. 이 대통령은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를 가지고 있는데 1903년 투옥 중 국내 최초의 영한사전을 집필해 1/3정도 마쳤으나 러일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중단했던 일이나, 감옥에서 선교사들이 차입해준 책 523권으로 옥중 도서관을 개설해 죄수들에게 빌려줬던 일이 그것이다.

반면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성격의 박정희 대통령은 자기가 좋아하는 위인전을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것을 선호했다. 또한 책을 읽을 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좌뇌형 독서법을 보였다.

구미보통학교 6학년 때 둘째형의 공부방에서 처음 발견한 <나폴레옹 전기>에 푹 빠졌고, 사범학교 시절 <이순신 전기>를, 군대시절에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으며 연설기법을 연습했다.



8인8색 책 읽기

전두환 대통령은 단순하고 화끈한 성격답게 마음에 드는 책을 잡으면 단번에 쭉 훑어봤다. 경쟁심이 강한 그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이나 남에게 지기 싫어서 맹렬히, 공격적으로 책을 읽었다. 독서를 한가한 여가용이나 지식 습득이 아니라 강인한 도전이자, 절박한 고지 점령의 과정으로 여겼던 것. 

전 대통령은 학창 시절 제대로 책을 못 읽은 탓인지 집권 후 인재 등용 시 독서 여부를 따져 묻기도 했다. 최측근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노신영 전 총리는 ‘바쁜 와중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극찬하며 5공 내내 중용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내성적인 성격답게 책을 조용하게 소리 없이 읽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집근처에 있는 팔공산 자락의 절을 자주 찾아가 스님들에게 불경을 배운데다 7세 때 부친이 사망하고 친척집에서 5년간 더부살이하며 공부한 탓인지 남의 마음을 읽는 심리독서법에 능했다. 헌병, 군사정보대, 방첩부대, 보안부대 등에 근무하며 군사심리서적을 탐독하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독서스타일은 발췌독파의 알맹이 독서법으로 정리된다. 호탕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책을 꼼꼼히 읽기보다 중요한 대목만 대충 발췌하여 읽거나 전해 듣고 그것을 곧장 현실에 활용했다. 이 때문에 재임 중 참모들이 책 내용을 간략하게 발췌해서 보고하면 그것을 읽고 회의나 연설 때 활용하는 일이 잦았다.

책을 ‘편식’하기도 했는데 중3때 책상머리맡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놓은 후부터 정치관련 서적만 읽었고,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한 이후에도 정치관련 책만 읽자 친구들이 “색깔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한편, 김 대통령은 자신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문에 대해 “신군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여론조작”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다독습관은 유명하다. 꼼꼼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책에 밑줄 긋고 메모하며 파고드는 정독파였으며 6년여 감옥생활에서 터득한 관찰독서법을 통해 책을 읽을 때 거미나 화초를 관찰하듯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읽었다.

생전 2만권의 책을 소장했으며, <김대중 옥중서신>의 90% 이상이 책 이야기로 가득 찰 정도여서 ‘독서광’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독서와 사색과 일을 중단하면 그것으로 인생을 다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고 할 만큼 인생에 있어서 독서가 차지한 비중이 가장 큰 대통령이기도 했다.

매사에 호기심 많고 열정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서, 미래서에서 요트·볼링·요가관련 서적까지 두루 섭렵한 자유분방한 다독파로서 청와대에서 청설모, 바닷게 등 어떤 주제가 나와도 대화를 주도했다.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는 토로가 끊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5년 재임 중 공식석상에서 50여 권의 책을 직간접으로 추천해 ‘독서정치’라는 말을 낳았다. 그는 유난히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변호사 시절에 읽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전환시대의 논리>는 운동권 입문의 계기가 됐고, <정부혁신의 비전과 전략>은 참여정부의 혁신정책의 지침서가 됐다.

노 대통령은 <세종대왕>이나 <정조>보다 역성혁명을 주도한 <정도전>과 관련된 책을 더 좋아하는 비판적 독서가인 동시에 20대 초반 공사판 시절에 <간호원 연가> <희망도 없이 떠도는 노가다들의 삶과 애환>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을 정도로 낭만적 기질이 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바쁘게 살아온 기업인답게 책 읽는 방식도 달리는 차속에서 1권을 뚝딱 읽는 속독파에 속한다. 평생 기업마인드가 몸에 밴 그는 필요한 때 필요한 책만 읽는 실용독서가로 경영학이나 경제학, 영어처럼 실생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적을 탐독했다. 

성격 따라 독서법 제각각

상고 3년, 상과대학 4년을 다녔고 대학 3학년 때 6·3사태 주모자로 투옥 중에도 경제관련 서적을 읽었다. 잭 웰치와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적을 즐겨 읽었고, <쉽게 읽는 백범일지> <로마인 이야기>처럼 간편하고 재미있는 책을 선호했다. <율리어스 시저>를 읽고 전쟁영웅이 아닌 도로망과 수로개발에 성공한 국가경영자라고 평가할 정도로 경제 마인드가 강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같은 대통령들의 독서법에 대해 “대통령들의 독서 성향을 보면 정치 성향뿐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철학이나 비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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