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재오 ‘벌과 나비’ 전략

2010.09.14 09:25:00 호수 0호

 

‘권력 2인자’ ‘실세’ 따가운 시선, 소통 행보로 불식
90도로 허리 굽히는 인사로 “적군 마음 휘어잡아라”

이재오 특임장관의 소통행보가 남다르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후 정·관·재·종교계를 아우르는 상견례를 통해 각계각층과의 활발한 소통을 꾀하고 있다.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인사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과 총선으로 사이가 크게 벌어진 박근혜 전 대표나 야당인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행보도 ‘실세장관’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90도 인사의 정치학’과 함께 여의도로 돌아왔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권의 2인자’라는 지적을 한껏 낮춘 자세로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공직사회와 국민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한 후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취임 후 여야 지도부를 찾은 데 이어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것. 정치권만 소통의 대상으로 꼽힌 것은 아니다. 그는 종교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전경련·중소기업·건설협회 등 재계로도 발걸음을 옮겼다.

활발한 소통행보와 더불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90도로 허리를 굽혀 하는 인사가 단연 시선을 끌었다. 일명 ‘90도 인사’로 불리는 이 장관의 인사를 받은 이 중에는 야당인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도 포함돼 있다. 이들과는 그리 ‘편한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소통’과 ‘화합’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힌 것이다.

허리 굽혀 ‘소통’

이처럼 파격적이라 할 만한 인사법에 정가 안팎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쇼’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 장관의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90도 인사가 익숙하지 않으면 현기증이 생기는 만큼 ‘진심이 실린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는 등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것.


그러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친박 구상찬 의원은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에게 90도 인사를 한 것을 두고 “이제 ‘겸손 모드’로 가겠다는 뜻이 진정성 있게 읽혔다”면서 “진정성이 없으면 그런 머리 숙임이 장난처럼 보인다. 쇼 같으면 상대방이 바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지역구에 가면 90도까지는 못 하지만 허리를 최대한 숙인다”면서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의 말을 들을 자세가 돼 있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90도 인사’를 정치적인 셈법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인사법을 “정치적으로 연출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자세를 낮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장관이 ‘90도 인사’로 특임장관 내정 후 제기된 ‘정권의 2인자’ ‘실세장관’이라는 비판을 희석시키고 있음을 짚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서는 ‘2인자’ 혹은 ‘실세’로 꼽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그에게는 정권의 조력자가 되려 했으나 ‘권력의 실세’로 몰려 여의도를 떠나야 했던 일이나 내부 권력다툼의 한 축으로 꼽혀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만큼 화합은커녕 불화의 씨앗이 되는 데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자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인사도 “특임장관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각계각층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면서 ‘여야를 초월해 국회와 정부, 청와대 간의 원활한 소통’ ‘국민통합을 위해 각계각층의 단체들과 긴밀히 교류’ ‘사회적 갈등현안을 포함한 대통령이 지시한 주요 과제에 충실히 임무 완수’하는 것을 강조했던 주호영 초대 특임장관의 취임사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 장관이 소통의 통로가 되려면 낮은 자세로 듣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힘을 모으자’고 해야 했고, 이러한 뜻이 ‘90도 인사의 정치학’을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밖’에서 자세를 한껏 낮출수록 ‘안’에서 이 장관의 자리는 굳건해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현 정권 들어 처음 실시된 이 대통령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정례회동에 정부 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자리를 함께 했다. 또한 당·정·청 핵심 지도부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9인 회의’ 등 각종 당·정·청 회의의 핵심 멤버로 참석, 주요 국정현안 논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 권력으로 자리매김

또한 그는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번 정기국회가 정부의 중점법안 통과의 마지막 적기라고 생각하고 장·차관은 ‘마부위침(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의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 여권의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은 물론 집권 후반기 국정지표인 ‘공정한 사회’를 전하는 전도사 역할도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6일 조계종을 찾아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격을 높이고 나라를 한단계 높이는 것”이라며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재계를 방문, “대통령의 뜻을 각계각층에 전달하고 또 각계각층의 뜻을 과감히 전달하고자 이렇게 인사를 왔다”면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정치권, 공직사회, 기업이 투명해야 하는데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먼저 청렴하고 투명해야 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그 기준이 엄격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실 직원들과의 오찬에서도 “‘공정한 사회’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서 하고 20∼30년 동안 추진해야 하는 미래 키워드”라며 “이를 정치권 전반, 공직 사회, 기업을 비롯한 일반 국민에게도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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