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포선관위의 수상한 개표

2015.12.14 10:11:59 호수 0호

선거 끝나자마자 개표 완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18대 대선 개표와 관련해 또 다시 오류가 발견됐다. 전남 목포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대선 당시 개표상황표 일부를 분실하고도 이를 감춰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개표상황표는 선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공문서다. 하지만 목포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금까지 관련자들에게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8대 대선 개표와 관련해 또 다시 오류가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남 목포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목포선관위)가 지난 대선 당시 개표상황표 1장을 분실하고도 지금까지 이를 감춰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개표상황표는 선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공문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과실로 중요 기록물을 멸실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하지만 목포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금까지 관련자들에게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사건의 제보자 A씨는 18대 대선 당시 목포선관위 위원장과 사무국장, 관리계장 등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8일 검찰에 고발했다. A씨는 18대대선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다.

당시 목포선관위는 개표 종료 후 개표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개표상황표를 분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포선관위는 대선 다음날 사무실에서 개표상황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개표상황표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목포선관위는 이후 며칠 동안이나 사라진 개표상황표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자 목포선관위는 전남도선관위로부터 팩스본 개표상황표를 받아 분실한 개표상황표 자리에 끼워 넣어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 개표가 끝나면 시 선관위는 개표상황표를 상위기관인 도 선관위에 팩스로 전송하게 되는데 개표상황표를 분실하자 목포선관위가 전남선관위에 팩스로 보냈던 개표상황표를 다시 팩스로 받아 분실한 개표상황표 자리에 꽂아 넣은 것이다.

팩스본 개표상황표는 복사본이라 아무런 증거 능력도 없다. 실제로 다른 시도선관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팩스본 개표상황표는 공문으로 인정받는 문서가 아니라 다만 상급위원회인 시도선관위가 정확한 개표를 위해 점검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팩스본 개표상황표는 대부분 폐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포선관위는 개표상황표를 분실하고 공문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팩스본 개표상황표를 그 자리에 꽂아 넣은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개표상황표를 분실하는 것은 무척 보기 드문 일이다. 목포선관위를 감독해야 할 전남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도 오히려 팩스본 개표상황표를 목포선관위에 제공하면서 사건 은폐에 동참한 격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대선무효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입증할 핵심 문서인 개표상황표를 분실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난 대선 개표 과정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개표상황표 분실하고도 제 식구 감싸기
팩스 시간 설정 안 해 문서 시간 오류?

당시 목포선관위 관계자들을 징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남선관위 관계자는 “팩스를 통해 받은 개표상황표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개표상황표를 분실했다고 해도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과실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따로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시·군위원회에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해당 당선인의 임기 중 보관해야 한다. 개표상황표를 분실한 것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중과실임에도 전남선관위와 목포선관위 관계자들은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면 해당 사건을 유야무야 넘어갔던 것이다.

이 사건의 제보자는 “개표상황표 팩스본은 복사본에 불과해 원본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이 팩스본이 사후에 다시 만든 위조본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으니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너무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선관위는 해당 팩스본 개표상황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시각이 잘못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팩스본 개표상황표의 수신 시각은 2012년 12월19일 오후 18시01분. 선거가 종료되자마자 개표도 하기 전에 팩스본 개표상황표가 수신된 셈이다. 수상한 정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목포선관위는 당시 개표장의 팩스시간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당일 팩스로 주고받은 문서 대부분에 시간이 잘못 입력되는 황당한 실수까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목포시 팩스본 개표상황표를 보면 투표 마감 이후 개표상황표가 전송된 흔적이 발견되거나 일부는 개표상황표가 작성되기도 전에 개표상황표가 전송되는 황당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전남선관위 측은 “당시 개표소에서 사용한 팩스는 개표당일 사용만을 목적으로 남악디지털OA라는 곳에서 임차해 설치했는데 시간 설정을 새로 하지 않아 실제 시간과 다르게 기록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덕분에 그날 목포선관위가 팩스를 통해 주고받은 문서들은 시간이 모두 잘못 입력돼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팩스를 설치하면서 시간 설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전남선관위 관계자는 “이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선거에 영향 없다?

하지만 선관위 측이 팩스 시간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해명은 어딘가 미심쩍다. 만약 팩스 시간 설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개표도 하기 전에 선관위 측이 개표상황표를 미리 만들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까지 가능해진다.

사건의 제보자는 끝으로 “물론 이번 사건만으로 지난 대선개표 전체가 잘못됐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겠지만 개표 과정 곳곳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간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거의 핵심 문서인 개표상황표를 잃어버리고도 은폐하는 선관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반드시 마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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