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다산시대…‘왕의 남자’ 권력의 후계 점지할까

2010.08.24 09:25:11 호수 0호

한나라당 차기 대권 ‘킹메이커론’ 막전막후



대선 막후 영향력 주목받는 킹메이커 정몽준·이재오
친이계 쥔 이재오…대권은 ‘희망’ 킹메이커는 ‘선택’

한나라당에 때 이른 대권 바람이 불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으로 한나라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 간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 박근혜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당내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이들 외에도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이들이 대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지만 ‘가능성 충만한’ 후보들이 연일 수를 늘리면서 정가 일각에서는 ‘킹메이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후보들을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시키고 후보단일화 등으로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4룡’ 혹은 ‘9룡’으로 불리는 잠룡군이 등장했다. “4룡이니 5룡이니 잠룡이니 하는데 이는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며 한나라당에서는 몇룡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대선이 2년 넘게 남아 있다. 벌써부터 ‘잠룡’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당 지도부의 선긋기에도 불구, 2년 뒤를 바라보는 잠룡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를 필두로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경기도지사·정몽준 전 대표로 압축됐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전당대회, 당직 인선 등으로 세대교체론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8·8 개각이 그 정점을 찍으면서 차기 대권구도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명실상부 차기 대선후보군에 속해있던 이들은 물론 차차기 후보군에 속해있던 이들까지 급부상하고 있는 것.

우후죽순 잠룡군
4명서 10여 명으로

홍준표·원희룡·남경필 의원은 유력주자군에 합류했고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정두언·조윤선 의원은 차기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정운찬 전 총리와 이완구·정우택·김진선 전 지사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레이스를 펼칠 선수들이 확연히 늘었다는 것 외에 아직까지 당내 대권구도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박 전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고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주가를 올린 오 시장과 김 지사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정치력을 키워가고 있다.


기존 대선주자들과 새롭게 부상한 대선주자들을 모두 포함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살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보수계 유력주자군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28.7%의 지지를 받아 오세훈(11.3%), 김문수(10.2%), 정몽준(5.6%), 원희룡(4.4%), 이회창(4.2%), 홍준표(4.2%), 남경필(2.2%) 등 다른 후보들을 큰 차로 따돌렸다.

보수·진보 통합 유력주자군에서도 박 전 대표는 26.3%의 지지를 얻어 유시민(13.7%), 오세훈(10.6%), 한명숙(9.8%), 김문수(8.7%), 손학규(6.5%), 정몽준(5.6%), 이회창(4.6%) 등과 거리를 뒀다.

보수계 예비주자군에서는 대중성이 높은 나경원 의원(14.1%)의 인기가 안상수 대표(12.6%)와 김무성 원내대표(12.3%)의 그것을 능가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뒤를 이은 김태호 내정자(9.8%)나 ‘왕의 남자’ 이재오 내정자(6.8%)는 정두언(4.7%)·조윤선(4.4%) 의원과 임태희 실장(3.9%)과의 거리를 벌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유력 대선주자들을 대체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들의 급부상과 함께 당 안팎에서는 ‘킹메이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 간에 자체적인 경쟁이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이들 중 제대로 된 ‘새 인물’이 대선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줄 막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내 ‘킹메이커’로는 이재오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가 친이계의 구심점이자 당·정·청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미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적잖은 공을 세운 ‘검증받은’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정가 인사들 사이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과 함께 한나라당에 차기 대권을 둔 무한경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때 이른 대권 경쟁구도로 인해 친이·친박계로 당이 양분됐던 이전과는 달리 수많은 계파들이 나타날 것이며 대권구도에 따라 세력을 나누거나 합치는 등 구조 개편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는 구도로 가면 친이계는 없어지고 친이재오계, 친정몽준계, 친김문수계 등 수많은 계파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중심’에는 이 의원이 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의 킹메이커론은 그의 정계 복귀와 함께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현재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친이계에 속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박근혜 대항마’가 뜨는 데는 친이계의 전반적인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친이계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이 중 이상득 의원은 2선 후퇴로 현실정치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상태다.


돌아온 ‘왕의 남자’
킹메이커 역할 예상 돼

반면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 의원은 7월 재보선과 8·8 개각으로 일약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해 당당히 여의도의 문턱을 넘은 데 이어 국회의원 당선 10여 일만에 특임장관에 내정돼 당·정·청의 조율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당내에 ‘친이재오계’라 불리는 자신의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2~30명의 의원들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펼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이 특임장관에 내정된 것을 두고 몇몇 인사들은 “대권 교통정리를 위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킹메이커로서 그의 역할은 이미 정가 안팎의 시선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킹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는 이 의원의 시야에 들어갈 만한 이는 누구일까.

우선은 이 의원의 정계 복귀 이전부터 정가 일각에서 제기됐던 ‘당권 이재오, 대권 김문수’ 구도가 실체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이 의원이 민중당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이로 사적으로는 ‘형, 동생’하는 사이다.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화 후보로 나섰던 유시민 전 장관을 물리치고 연임에 성공하면서 ‘박근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이 의원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김 지사의 차기 대권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김 지사와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차기 권력으로 그를 밀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그 또한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과 맞물려 “스스로 킹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만큼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고 정권 말이 될수록 심화될 이 대통령의 레임덕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지만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도전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스스로 킹이 되려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의원이 킹메이커 혹은 킹으로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중 한 정치전문가는 “차기 대권레이스에 이미 박 전 대표라는 ‘선두주자’가 서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구도를 흔들기 위해 스스로의 정치적 비중뿐 아니라 현재 당안팎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비중을 키우기 위한 ‘킹메이커’로서의 행보가 우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룡 뒷심 될까
직접 대권 청사진 그릴까

그는 “당내에 굳어져있는 대선구도를 깨는 데까지는 킹이자 킹메이커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후 킹메이커로 남을 것인지 킹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메이커냐 킹이냐의 결정에는 당의 대선구도를 흔들 수 있는 또 다른 킹메이커의 존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킹메이커 정몽준 전 대표의 위치 선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풍’을 일으키는 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 이명박 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킹메이커’다. 6선의 정치경력 뿐 아니라 재계와 스포츠계 등 다방면에서 두루 인맥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대선주자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울 수 있는 이로 꼽힌다.

한나라당 입당 후에는 자력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꿰찼으며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당대표직을 승계 받아 한나라당 수장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 패배 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이로 인해 당내 대선주자군에서의 순위도 한두 단계 내려앉았다.

정 전 대표는 현재 월드컵 유치전을 펼치며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차기 대권가도에서 또 다시 ‘킹메이커’로 변신할 경우 당내 대선구도에서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정가 한 인사는 “정 전 대표는 킹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한나라당에 들어온 후 친이·친박계의 사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온 그가 ‘미래권력’의 밑그림을 그리는 이가 될 경우 이 의원만큼이나 차기 대권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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