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김무성 대표의 선전포고?

2015.11.25 10:55:35 호수 0호

우리 시대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시자 고인을 회고하며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쏟아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정을 종식하고 문민정부를 세운 인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신념의 지도자’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여러 평가가 이어지지만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회고하는 부분은 ‘민주화를 위해서 온 몸을 던졌던 대통령’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의 공과를 떠나 이 부분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외의 찬사가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이셨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다. 고인 가시는 길을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상기에서 살펴지듯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두 가지 의미심장한 발언을 토해냈다. 김 전 대통령은 불세출의 영웅이고, 자신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각론으로 살펴보자. 먼저 김 전 대통령이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다. 불세출은 세상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만큼 뛰어남을 의미하고 영웅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하여 불세출의 영웅이란 그야말로 영웅 중에 영웅으로 천지개벽에 준하는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지칭한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께서 그에 필적하는 업적을 남기셨다는 의미인데, 감히 우리 역사에 그리고 한국 현대 정치사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필자로서는 쉽사리 납득 되지 않는다.

여하튼 이 부분은 김 대표의 주관으로 판단하고 다음 부분을 살펴보자.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 즉 정치적으로 적자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다. 이는 김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철저하게 계승하겠다는 각오로 비쳐진다.

이제 이 모두를 종합하여 살펴보자. 결국 한국 현대사 최고의 영웅은 김 전 대통령이고 아울러 김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명맥을 고스란히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의 발언이 고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볼 수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바라볼 때 도가 지나쳐 보인다. 필자의 시각에는 차라리 현재 처해있는 곤궁한 상황 하에서의 도발, 즉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도적인 선전포고로 비쳐진다.

왜 그런지 역지사지라고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떠나서 이 시대 최고 영웅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본인 역시 그 유지를 잇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의 대표인 김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독재의 화신으로 규정했던 김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불세출의 영웅이라 지칭하고 그의 아들임을 자처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운운하는 말장난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그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존재를 부정하겠다는, 나아가 박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쳐진다. 그래서 도발 혹은 선전포고를 언급한 것이다.

여하튼 김 대표의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조만간에 정치판에 평지풍파가 예상된다. 김 대표, 기왕에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 했으니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말기를 고대해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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