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6조 대박 비하인드 스토리

2015.11.16 11:04:12 호수 0호

거침없는 상한가 ‘진짜 이유는?’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10만원이 채 되지 않던 한미약품 주가가 1년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 900% 가까이 폭등했다. 어느새 시가총액은 웬만한 대기업들을 추월했고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호재가 있으면 악재도 있는 법이기에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이미 얼핏 보이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6조원대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수출 계약 기록을 수립한 한미약품이 연이은 호재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지난 3월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과 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의 수출 계약은 신호탄에 지나지 않았다.

신약 뭐길래

지난 9일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 ‘HM12525A’를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에 총액 9억1500만달러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 1억500만달러와 함께 임상 개발,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로 총액 8억1000만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얀센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2525A에 대한 개발·상업화 등의 독점 권리를 한미약품으로부터 확보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 기술을 5조원 규모에 수출한 바 있다. 나흘 간격을 두고 초대형 수출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킨 셈이다.


얀센과 수출 계약을 맺은 HM12525A는 인슐린을 분비하고 식욕 억제에 도움을 주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 작용 치료제다.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오래가게 해주는 한미약품의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1주일에 1번 투약으로 당뇨·비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이 보여준 성과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 뒤편에는 지난 10년간 8000억원의 자금을 R&D에 쏟아 부은 집념이 깔려있다. 그동안 신약개발은 등한시 한 채 해외 약품을 복제해 판매하는데 치중해온 다른 제약사들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기술이전과 함께 생산 제품에 대한 로열티도 받는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연일 낭보가 계속되는 사이 한미약품은 명실상부한 시장 주도주로 등극했다. 수출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대비 11만3000원(15.89%) 상승한 82만4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87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마저 경신했다.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이날 한미약품이 기록한 거래대금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거래량이 폭주하며 거래대금은 6000억원을 웃돌았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두 종목의 거래대금만 해도 2조원에 육박한다. 그 사이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LG전자를 제치고 28위까지 치솟았다. 명실상부한 코스피 시장 주도주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목표주가 110만원 이상을 내다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두고 한미약품 매수 대기자금만 1조원을 웃돌았다. 대형주에 이러한 매수세가 쌓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제약주가 주도주로 등장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약업계 최대 수출 계약 ‘함박웃음’
증권가에선 기대와 의혹 ‘뒷이야기’

한미약품의 거침없는 상한가는 동종업계 전반에도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4%넘게 오른 7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고 덩달아 시가총액도 8조9509억원으로 다시금 늘어났다. 증권업계도 셀트리온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헬스케어 펀드 역시 제약·바이오주의 강세에 힘입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헬스케어 펀드는 올해 바이오주와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6개월(6.48%) 수익률과 연초 이후 수익률(21.44%) 기준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어 그간 상승에 따른 고평가 논란과 일부 종목의 급등락 여파로 3개월 누적 수익률은 -6.5%로 다소 고전한 바 있다.

한미약품에 마냥 호조만 있는 건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회사의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주식을 대거 매입한 혐의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3월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에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의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계약 소식을 미리 입수하고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아 거액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한미약품이 미국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며칠 전부터 주가가 급등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 3월19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약품 주가는 발표 전부터 기관투자자의 매수세로 고공행진을 벌였다. 보름전만 해도 10만3500원이던 주가는 18일 18만2000원으로 치솟았다.

이들 두고 검찰은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미약품 수출 계약 정보를 한미약품 직원으로부터 입수해 펀드매니저 수십명에게 흘려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자본시장조사단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그의 미성년 손주들도 때 아닌 구설수에 올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 회장의 친손자인 임군이 2011년 취득한 한미약품 계열사 보유 주식의 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미성년자 주식 부호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임 회장의 나머지 친·외손주 6명이 지닌 계열사 주식 가치 역시 각각 1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7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모두 더하면 7000억원이다. 올해 초 약 600억원에서 10배 이상 불어난 액수다.

이들이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임 회장의 증여 때문이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손자, 손녀에게 수십억대 주식을 증여했다. 그리고 올해 대규모 수출 계약 건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임 회장의 손주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렇게 되자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요량이라는 이른바 꼼수 논란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조부모가 2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3세에게 부를 대물림 하는 방법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악용되곤 했다. 2세 증여보다 할증세율이 높지만 2세와 3세를 거칠 경우 예상되는 증여세 및 취득세보다는 오히려 부담이 적다는 계산이다.

편법증여 논란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과정이 미심쩍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손주들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각각 증여 받은 후 해당 주가는 3년 사이 10배 가량 올랐다. 임 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경우 신약 수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호재가 악재로 변질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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