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매혹

2010.08.10 10:15:00 호수 0호


최보식 저 / 휴먼앤북스 펴냄 / 1만2000원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어떤 인간들에게는 다른 것이다. 몸이 주는 감각의 황홀을 부인할 이는 없겠으나, 어느 순간 그것조차 과감히 떨쳐버릴 정신의 황홀은 따로 준비돼 있다.

그 황홀에 빠져드는 순간이야말로 어쩌면 이미 홍진의 주민이 아닌 새로운 인류일 테다. 저자는 죽은 이벽과 늙은 정약용, 반대적인 성향인 두 화자가 장을 번갈아가면서 서술하는 구성을 통해 당대의 진실을 복합적이고 세밀하게 드러냈다.

이벽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 그리고 주자학과 서학 사이에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갈등했던 정약용의 삶이 매혹당한 이의 삶이 보여주는 감동과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조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서학 이념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을 때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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