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 운영 숨통 트일까 ‘오늘은 맑음! 그러나 내일은?’

2010.08.03 11:13:23 호수 0호

한나라당 신승 7·28 재보선 후폭풍

한나라당…구사일생 지방선거 후폭풍 정지 ‘밑으로 밑으로’
민주당…“민심 제대로 못 읽었다”…정세균 대표 체제 위기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계속되는 악재로 레임덕 위기까지 몰린 이 대통령에게 든든한 힘을 실어줄 천군만마가 돌아온 것. 2012년 대선을 앞둔 미니총선격인 7·28 재보선 결과다. 한나라당이 5:3의 압승을 거뒀다. 6·2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달라진 민심에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재오, 윤진식 등 ‘왕의 남자’들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MB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야권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정세균 지도체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회창 대표의 고민도 깊어진다. 지방선거에 이어 텃밭인 충청권에서의 몰락이다.



왕의 남자들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친이계 좌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이재오 당선자는 서울 은평을에서 범야권 대표로 나선 장상 후보에 18.4% 차이를 보이며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충북 충주에서 출마한 윤진식 당선자도 예상을 깨고 63.7%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민주당 정기영 후보는 36.3% 득표율에 그쳤다. 윤 당선자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 중 한명이다.

야권, 낙하산 공천이 문제
정세균 대표 사퇴 등 내홍

이번 7·28 재보선은 서울 은평을을 비롯해 인천 계양을, 충남 천안을, 충북 충주, 광주 남구, 강원도 3곳 등 전국 8곳에서 실시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전국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미니총선으로도 불렸다.

민주당 등 야권은 6·2 지방선거 승리와 총리실 사찰, 성희롱 발언 등 연일 터지는 한나라당 악재로 재보선 승리를 예견했었다. 8곳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강원도 원주를 제외한 7곳이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라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였다. 특히 서울 은평을의 이 당선자와 충북 충주의 윤 당선자는 MB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걸었다. 6·2 지방선거 승리 전략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여권에서조차도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만 이겨도 승리한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7월 재보선의 특징 중 하나가 이 같은 민주당의 자만이다. 최악의 공천을 불러와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한 정권 심판론도 두 달이 지난 재보선에서는 힘을 잃었다. 서울 은평을의 경우 이 당선자의 대항마로 장상 후보는 격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참신함이 없는데다 71세라는 고령의 나이도 적지 않은 반감을 불러왔다.


은평을 주민들의 반응도 새삼 다르지 않다. 이모씨는 “민주당은 민심을 모르는 것 같다. 도덕성 없는 인간을 싫어해 한나라당을 싫어하는데 똑같은 후보를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실제로 장 후보는 김대중 정권 때 국무총리로 임명됐지만,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국적문제, 의료보험 혜택 논란 등으로 국회로부터 동의안을 얻지 못했다.

인천 계양을도 민주당은 지역 연고가 거의 없는 김희갑 전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을 공천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만 국회의원으로 두 번을 도전한 이상권 당선자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김희갑 후보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고, 인지도와 동정론에서 앞선 이 당선자가 승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충청도 재보선 2곳을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것도 의외의 결과다. 지난 1년여 간 세종시 수정안으로 충청 민심이 돌아서 지방선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서 지역 일꾼론을 강조하고 민심을 달랜 것이 의외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의 고무된 표정과는 달리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보선 패배에 따른 정 대표의 지도력에 큰 상처가 나면서 책임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7월30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의 사퇴를 만류해 최종 거취 결정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거듭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반사이익 정당’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정 대표 등 현 지도부와 대척점에 있는 비주류 모임 쇄신연대측도 즉각 회동을 갖고 ‘반(反) 정세균 연대’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 같은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류·비주류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9월 중순에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심판론의 열기가 가라앉은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정 운영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권에 절대 불리한 중간 선거에서 이 정도면 사실상 압승”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친서민 정책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예상 밖의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안상수 대표는 “국민의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서민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비해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밑으로 밑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국정운영을 가다듬겠다는 것이다. 

당·청, 민심 잡기
친서민정책 강화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4대강 사업 전도사’ 이재오와 ‘MB의 경제 브레인’ 윤진식이 원내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선거 기간 야당이 전면에 내세운 ‘정권심판론’의 강한 공세를 뚫고 큰 표 차이로 이긴 것은 민심이 한나라당의 ‘국정안정론’에 더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월 초 MB의 휴가 이후에 구체화될 개각과 4대강 사업 등 하반기 국정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의 추진이 비교적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친서민’으로 가닥을 잡은 후반기 국정기조가 탄력을 받으면서 여권이 추진하려는 개헌, 행정체제개편 등의 국정 과제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공산이 높아졌다.

개각과 관련해서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 부담을 덜게 돼 개각 폭에 구애 받지 않고 장관을 인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만큼 지금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하고 공식 사의를 표명해 총리 인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임 총리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이석연 법제처장,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완구 전 충남지사,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친박계를 포함, ‘제3의 인물’ 발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도 한결 가벼워졌다. 선거기간 내내 전국을 돌며 선거지원 유세에 공을 들여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은평을에서 승리한 이 당선자와도 돈독한 관계여서, 이 당선자가 안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선진당은 재보선에 충남 천안을 한곳에 후보를 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텃밭인 충청도 지역에서 밀리면서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이에 따른 이회창 대표의 지도력에도 상당히 큰 타격이 미쳤다.

이상민 선진당 의원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당이 지역주민들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제는 특정인의 거취문제를 넘어서서 총체적인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가 처음으로 제기했던 ‘보수대연합론’이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의 늪에서 빠져 나온 한나라당이 선진당을 비롯한 보수정치세력을 끌어 들여 전국적인 보수의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개헌선인 200석까지 의석수를 늘이려는 계획이 시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은 2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각오로 이 땅의 정치풍토를 바르게 바꾸고 선진화하기 위한 대장정에 끝까지 최선을 다 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보수대연합에 대한 의지가 지금은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회창, 지도력 손상
보수대연합으로 만회?

선진당 한 재선의원도 “보수대연합에 대한 당내 의견이 크게 갈리는 상황”이라며 “한나라당과 합당한다고 해도 상당수 의원들이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16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이 요원한 데다 충청권 민심 이반으로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오는 것도 어렵고, 내년 말까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어 당을 일으켜 세울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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