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들의 여름휴가 계획표 살펴보니

2010.08.03 10:56:32 호수 0호

가족과 휴가 가면서도 업무·언론 ‘날 내버려둬’
대통령의 ‘휴가 징크스’ 휴가만 가면 대형사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세계 각국 정상들의 여름휴가 계획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국가 운영이라는 무거운 직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시간을 얻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이번 휴가를 가족과 단란한 한 때를 보내거나 재충전을 위해 쓰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휴가 아닌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몸은 쉬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국가 주요 사안에 대한 ‘구상’을 멈추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일부 국가의 정상들은 휴가를 반납하거나 휴가지에서 보고를 받고 회의를 갖기도 한다. 각국 정상들의 범상치 않은 휴가 일정을 따라가 봤다.

각국 정상들의 여름휴가가 시작되고 있다. 여름휴가철인 8월을 맞아 국내·외에서의 휴가 일정이 잡히고 있다. 일거리는 산더미 같지만 오랜만의 망중한을 즐기게 된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취임 후 첫 가족휴가를 즐길 예정이다. 아내 사만다가 9월 셋째를 출산할 예정이어서 가족과 함께 콘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망중한 즐겨볼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속편한’ 휴가 길에 올랐다. 독일에서는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뢰감이 떨어지고 조급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데다 언론도 총리의 휴가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아 느긋하게 휴가 일정을 세운 것.


메르켈 총리는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 참석한 뒤 이탈리아 남티롤에서 남편과 약 한 달 여의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한 달 여의 휴가 일정을 잡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이 한 달 간의 긴 바캉스를 떠나는 이달 중 지중해 연안의 가족별장에서 휴가를 즐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각료들의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휴가 중 개각구상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사흘간 미국 동북부 메인주 데저트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즐겼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급히 여름휴가 계획을 수정하게 된 것.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멕시코만의 기름유출 사태가 일어난 곳을 방문, “기름유출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멕시코만 연안 주민을 위해 미국민은 멕시코만 연안의 관광지로 휴가를 떠나라”고 당부하고는 정작 본인은 선선한 북부지역에서 휴가를 보낸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에 14일부터 이틀간 멕시코만의 플로리다 주에서 지내고 매사추세츠 주의 마서스비니어드 섬으로 이동해 나머지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일정을 꾸렸다. 이곳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가족휴가를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또한 대통령의 휴가에 많은 눈이 쏠리자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각종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국 정상들의 휴가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가족과 단란한 한 때를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휴가 직후 국정 구상을 밝힌다는 점에서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논란이 일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휴가 계획도 다른 국가 정상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아예 회의를 위해 단체로 휴가를 떠난다.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 등 최고지도부는 거의 매년 7월 말 또는 8월 초 단체로 허베이성 보하이만의 베이다이허에 마련된 고위인사들의 여름 휴양시설을 찾는다. 휴가도 즐기고 국가 중대사안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일명 ‘베이다이허 회의’로 불리는 여름휴가에서는 차기 지도부 선출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때문에 이번에도 천안함 사태 후 한반도 정세와 미·중 관계,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중앙군사위 부주석 선출문제 등의 현안이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예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스캔들의 제왕’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매년 여름 사르디니아 섬의 별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미녀들과 떠들썩한 휴가를 즐겼다. 하지만 지난해 잇따른 추문으로 휴가를 취소한 데 이어 올해에도 지지율 급락과 연정 붕괴 위기, 언론 규제입법으로 인한 언론계의 총파업 등 산적한 현안으로 인해 휴가를 취소하게 됐다. 국민들에게는 자국 내에서 휴가를 보낼 것을 호소하는 광고를 찍었지만 본인은 휴가는 ‘꿈도 못 꾸게’ 된 것.

일본은 아예 총리가 7, 8월에 여름휴가를 즐기는 관례가 없다. 더군다나 지난 7월30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달릴 처지다. 대신 오는 15일, 일본의 최대 명절인 ‘오봉’을 계기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휴가를 가더라도 9월12일 치러질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냥 속이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 첫째주 휴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휴가가 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주에서 한달 가량 휴가를 즐기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이 대통령은 2008년에 5일, 2009년에 4일의 휴가를 보냈다. 올해도 4~5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휴가와 관련해서는 유난히 운(?)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휴가는 ‘남의 일’

2008년에는 관저로 배웅 나온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에게 “어차피 일 터졌다고 빨리 올라오라고 할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 씨가 됐는지 이튿날 새벽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미지정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에 포함시킨다는 결정을 내려 이 대통령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2009년에는 이 대통령의 휴가기간 중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자국 여기자 2명을 구출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한가하게 휴가를 보낼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검토하라”는 비난 논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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