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착해진 롯데 속사정

2015.10.12 12:02:56 호수 0호

“짠돌이 회사가 달라졌어요”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그룹이 착해졌다.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좋은 기업이미지 만들기에 한창이다. ‘짠돌이’로 소문난 롯데그룹이 공들여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는 이유를 분석했다. 

 


롯데는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3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사회공헌 비용은 390만원에 그쳐 ‘짠돌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사회 눈맞추기
 
사회적인 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는 유통업체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그룹에 내려지는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유통업체를 통틀어 매출액 대비 1%도 안 되는 기부액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 유통업체의 강자 롯데그룹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전사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출범한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사회공헌 사업이 ‘묵직’하게 진행되리라는 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문화재단은 2020년까지 2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의 개인 사재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롯데는 사회적인 약자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여성이 마음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맘(mom)편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롯데는 상생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신 회장은 강석윤 롯데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전 계열사 노동조합위원장, 근로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식’을 열었다. 일반적인 노사 관계를 다지는 자리에서 가족경영과 상생경영을 우선 강조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롯데그룹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두고 ‘왕자의 난’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롯데가에 발생한 왕자의 난은 그룹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왕자의 난 과정에서 나온 롯데그룹의 국적논란,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문제가 롯데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호텔롯데의 매출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 2곳이 올해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재입찰에 들어가는데 악화된 여론 탓에 특허권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사회와 상생 강조 좋은기업 만들기
공헌활동 팍팍…정관계에 굽실굽실
 
신 회장 개인으로서는 왕자의 난을 마무리 짓고 그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이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드라이브가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롯데그룹은 정부와 국민에게 낮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신 회장의 이같은 스탠스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 회장은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후 롯데그룹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롯데리아 치킨·햄버거 배달은 즉각적으로 중단했으며,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은 한식뷔페 역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백화점 사업과 관련해 협력업체를 힘들게 하는 상품구성과 인테리어 비용 전가의 상황도 개선키로 했다. 이 정도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예스맨’과 같은 모습이다.
 
또,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에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정부를 지원 사격했다. 신 회장의 한마디는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신 회장의 입김이 반영돼 롯데백화점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오는 18일까지 1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노마진으로 풀 예정이다.
 
 
또한 국민정서가 악화된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불투명한 순환 출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 회장은 분주한 모습이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이 가지고 있던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는 등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또,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규모가 되는 계열사들이 상장 고려대상이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당초 올해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던 순환출자 구조 개선작업이 10월말까지로 단축될 전망이다.
 
롯데가 최근 북한의 포격 도발 때 전역을 연기한 장병 10명을 정식 채용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장병들에게 대기업 특별 채용이라는 ‘선물’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그 의도에 대해 뒷말이 나온다.
 
일본 기업 논란이 있었던 데 따른 발빠른 이미지 개선 작업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하는 한편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정부 눈치보기가 심화될 경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어 완급조절이 필요하고 덧붙였다.
 
정책 발맞추기
 
현재 정부는 롯데그룹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은 모습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국감에서 “지난달 국감 때 지배구조와 관련된 자료 제출에 롯데에게 한 달 여유를 준다고 했다”며 “자료를 오는 16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법 규정에 의해 원칙대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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