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고, 키득거리며 가출을 모의하라!

2010.07.20 11:43:29 호수 0호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허영만 , 송철웅 저 / 이정식 사진 / 가디언 펴냄 / 1만3000원

만화가 허영만과 열 세 남자의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이야기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모든 사건은 술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허영만 화백이 바닷길을 돌아보자고 제안했고, 옆에 있던 히말라야 사나이 박영석 대장이 거들면서 열네 명의 중년 남자들은 한반도 바닷길을 무동력 돛단배로 일주하기로 결의한다. 그들은 낡은 요트를 마련해 여섯 달에 걸쳐 수리를 하고, 2009년 6월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하여 동해 끝 독도까지 1년 간의 한반도 해안선 일주에 나선다. 힘든 일주였지만, 그들은 우리 바다와 섬과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과 진한 우정을 만나게 되었다.

허영만 선장과 집단가출호 대원들은 낭만과 여유를 꿈꿨지만, 현실은 ‘생고생’의 연속이었다. 밤낮없는 모기들의 공습, 추운 겨울에도 시멘트 바닥에 침낭 하나 의지하고 자야 하는 비박, 배멀미, 높은 파도와의 사투 등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다. 하지만 그 고생의 대가로 우리나라의 숨겨진 비경들과 사람들의 깊은 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리고, 어디서도 지친 영혼을 뉘일 곳을 찾지 못하고 사는 남자들. 남자들은 가출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하지만 시간 또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가출을 미루지만 실제로는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과 편한 잠자리를 버릴 용기가 없는 것이다. 삶이 무료해 살아가는 재미를 찾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가출을 유쾌하게 모의해보라.

이때 가출하면 몸고생이라는 주의사항은 꼭 기억해야 한다. “돛을 올리고 로프를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마에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다친 줄도 몰랐다.”라는 허 화백의 말처럼 가출이란 일상을 버리고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력과 기쁨, 그리고 희망을 불어넣는 윤활유인 셈이다. 주말에 아내가 여행 가면 짜증나거나 아무 때나 불러낼 친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 남자들, 회사와 일이 일순위였다가 어느 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이들의 집단가출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허영만과 열 세 남자의 무모한 도전은 자기가 좋아하는 로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행동해보지 못한 남자들의 심리적 ‘대리만족’을 통렬하게 채워줄 것이다. 특히 가출 경험이 화려한 허영만 화백의 위트있는 그림과 우리 바다 우리 섬의 풍광이 담긴 사진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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