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계 5027 확장판> ‘작계 5015’ 해부

2015.09.07 10:10:19 호수 0호

“즉각 김정은 제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개념을 담은 새 작전계획(작계5015)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작계에는 김정은을 제거한다는 ‘참수 작전’까지 포함돼 있다. 남북이 합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계 5015가 공개돼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도 이번 작계 공개에 대해 비난했다. 

 


한국과 미국이 새 작전계획(작계 5015)을 만들어 지난 6월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서명을 마쳤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한·미는 1974년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7’을 만들었다. 1994년 미국이 북한 영변을 폭격할 계획을 수립한 직후 ‘5027-94’처럼 뒷부분에 연도를 붙여 업데이트해 왔다. 그러다가 한·미가 올해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지난 2010년 ‘전략기획지침’에 합의한 뒤 ‘작계 5015’를 구체화해왔다. 
 
남북관계 찬물
 
올해 말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기는 2020년 초로 연기했지만 작계 5015는 예정대로 수립했다. 향후 기존 작계 5027은 폐기된다. 양국 군은 지난달 실시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서 이 작계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작계 5015는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선제타격 개념을 적용하는 등 기존의 작계 5027보다 신속하고 공격적인 군사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안보학술세미나에서 군 관계자는 작계 5015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북한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심리전과 참수 작전, 정보 우위, 정밀 타켝 능력 등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합의된 작계는 전쟁 발발 등 유사시 한·미 군사력 운용과 관련된 큰 밑그림에 해당한다”며 “한·미 양 군은 새 작계에 따라 제대별로 예하부대까지 적용될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연말까지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작계 5015는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침했을 경우 작계 5027은 일정 장소까지 후퇴 뒤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하는 개념이다. 반면 새로운 작계 5015는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과 북한의 공격과 동시에 반격하는 선제타격 개념이 적용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공격력이 대폭 증강됐다”며 “일단 공격을 받은 뒤 반격하게 되면 워낙 피해가 커 북한의 공격력을 최단기간에 무력화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첨단 정찰 장비를 활용해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북한군이 공격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 같은 반격을 하는 적극성을 담고 있다.
 
작계 5015의 핵심은 맞춤형 억제전략(TDA)과 4D전략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포괄적 억제와 대응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 탐지(detect)와 방어(defence), 교란(disturb), 파괴(destruction)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군의 공격징후가 뚜렷할 경우 예방적 선제공격을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전술보다 공격적으로 설계
최단기간 무력화 개념으로 변경
 
참수 작전을 살펴보면, 주요 지휘자를 제거한다는 뜻의 미군 작전 개념이다. 적국이 핵·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정밀타격무기를 이용해 최종 승인권자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고 승인권자는 북한 김정은을 의미한다.
 
미국은 적국의 핵무기 사용징후가 포착되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등을 곧바로 활용한다. 최근에 이와 더불어 핵무기 사용 승인권한을 지닌 최고지휘자를 제거해 위험요인을 근원적으로 해소한다는 전략을 추가했다. 한국군이 이같은 참수 작전을 활용키로 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가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의 운영도 작계 5015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한국군은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과도한 대응을 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미측이 국지도발 때도 개입해 대응 강도를 조정키로 했다고 한다. 미군 측은 전면전뿐 아니라 국지도발 때도 필요한 경우 미군이 보유한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작계를 발표한 군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8·25 남북 합의가 이루어진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계 발표를 해서다. 이들 발언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물론 수년간 냉각됐던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화해 모드’로 되는 것을 깨버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김정은을 즉각 노리겠다’는 참수 작전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북한 대남 선정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배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고위급 접촉에 참가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도 방북한 남측 인사에게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남측) 군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공개 논란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는 작계 5015 등 군사기밀이 언론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부에 대해 대대적인 보안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작계 5015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직접 우리 군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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