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디지털 넝마주이' 서양화가 최혜민

2015.08.24 14:00:58 호수 0호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디지털시대 담았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25일까지 서양화가 최혜민 작가의 '_그리_다'전이 열린다. 최 작가가 준비한 _그리_다전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기계화된 시대의 불안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_그리_다전은 발상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서양화가 최혜민 작가가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19일부터 열린 전시 제목은 '_그리_다'이다. _그리_다 작업은 디지털 기술로 점철된 시대상을 아날로그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일곱 번째 개인전

최 작가가 명명한 '_그리_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_그리_다는 작가가 상상해온 이미지를 마음속에 그리는 행위를 뜻한다. _그리_다에서 작가는 자신에게 익숙한 선과 색을 사용해 오늘날의 시각 문화에 대한 단상을 그려냈다. 최 작가는 '북촌골목 _1504_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그 커다란 눈을 나는 닮았다 한다'와 '디지털 셋톱박스' 같은 작품을 예로 들었다.

둘째, _그리_다는 작가 혹은 관객의 상태에 따라 이미지가 선택되거나 소유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관객은 '_그리_다_색'이란 작품을 통해 활기가 필요한 경우 노란색을, 숙면이 필요한 경우 파란색의 사물을 취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_그리_다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의 편집과 재해석이 갖는 힘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_그리_다에는 '간절히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감정이 함축돼 있다. 봄과 겨울 또는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 배치된다.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봄을 그리고, 봄이 되면 '지난 겨울은 무척 추웠지'라고 회상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 속 사물과 소비되던 이미지는 최 작가의 손을 통해 유의미한 그림으로 거듭난다.


최 작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이미지 수집 행위"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넝마주이'를 자처한 최 작가는 기계화된 시대를 어떤 면에선 비판적으로 어떤 면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작업노트를 빌면 디지털 이미지는 현재 구심점 없이 부유하고 있다. 여러 개의 화면에서 정반대의 계절, 지구 반대편의 장소,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사건과 수많은 인물이 스치듯 지나간다. 시각 처리가 버거울 정도로 많은 양의 이미지는 순간적으로 생산되거나 소비된다. 그러나 각각의 이미지를 엮어내는 주제의식은 흐릿하다.

갤러리도스서 8월25일까지 '_그리_다'
디지털 이미지 수집해 한 화면에 편집

최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이미지를 취합하는 데서 시작한다.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편집을 통해 특정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편집 과정에서 조합된 '시각 언어'는 현 상황을 대변한다. 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디지털 시대가 수반한 혼란이다.

기술의 발전은 세계와 세계를 연결했다. 시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양립할 수 없던 것들은 공존하게 됐다. 분명하다고 생각되던 가치와 척도는 사라졌다. 젊은 세대는 그들이 목격하고 꿈꿨던 미래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성취 사이에 방황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의 아노미, 혹은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와 '디지털 이미그레이션'(이민자)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 작가는 "이러한 혼돈이 (오히려) 매력적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 시대는 과거와 달리 정해진 규범이 없고, 인과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맥락화된 사고를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동시대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접한다. 최 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히 조합된 풍경을 새로운 시대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을 즐겨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된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팽배하다. 최 작가는 디지털 강박증에 걸린 현대인에게 지금을 즐기라고 말한다. 화가로서 또는 독자로서 자유로운 이미지 환경을 적극 즐기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말을 자주 쓰는지도 모르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전시는 오는 25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최혜민 작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전공 및 동대학원 판화전공 석사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Printmaking 석사
▲개인전 갤러리아이(2007) 사이아트갤러리(2008) 갤러리가이아(2012) Anderson Ranch Arts Center(2013) 갤러리도올(2013) 등 7회
▲단체전 미국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로드아일랜드·뉴욕(2010∼2014) 박수근미술관(2013) 서울시립미술관 분관(2013) 아트팩토리(2014) 홍콩·일본·대만(2014∼2015) 등 다수
▲작품소장 Elon University(미국) Museum of Art(미국) 박수근미술관(강원)
▲에스토니아 'Prize of The Bank of Estonia'수상
▲서울대 대학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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