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여기서 MB를 왜 찾아!”

2010.07.13 09:35:00 호수 0호

한나라당 도움 사절 거리서 ‘홀로 선거’


‘왕의 남자’가 7월 재보선으로 돌아왔다. 지난 대선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9개월 만에 국민권익위원회를 박차고 은평을 재보선에 나섰다. 이 위원장의 재보선 출마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나홀로 선거’ 선언은 정치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미 은평을은 ‘정권심판론’이 들끓고 있는 재보선 최대 승부처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당력을 모아 당선을 돕겠다는 당의 손길을 뿌리친 채 혼자만의 전쟁에 나섬에 따라 그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은평을이 7월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은평을 재보선이 결정되자 9개월 간 몸담았던 권익위를 나와 ‘고향’인 은평을 수복에 나섰다. 그의 승부수는 ‘나홀로 선거’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중앙당이나 외부인사의 지원은 사양하고 사무실도 폐쇄한 채 철저하게 혼자 은평구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그는 “정치적으로 판이 벌어지면 지역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며 “재보선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로 은평에 와서 심판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무슨 정권심판 하듯 하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본다. 야당도 진정성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진 앞에 선 장수

이후 이 전 위원장은 ‘더 낮은 자세로 은평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은평 발전을 위해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명함을 들고 은평을 곳곳을 누볐다. 사무실도 사실상 폐쇄했다. 전화를 받는 여직원을 제외하고는 “바깥으로 나가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사무실 출입도 막았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 전 위원장이 공천되면 앞장서서 당이 총력을 모아 반드시 당선되도록 하겠다”고 했고 당도 선거운동 지원을 제안했지만 그는 이마저도 “당에서 나를 찾아와야 시간만 빼앗긴다”며 거절했다.


이 같은 이 전 위원장의 선거행보에 정치권은 ‘노련한 한 수’라고 평하고 있다. 은평을은 이 전 위원장이 지난 15대 총선에서 출마, 48개구 중 최다득표로 당선한 후 16대, 17대 국회에서도 그의 재선과 3선을 이끌어낸 곳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낙마한 후 ‘적진’이 됐다. 그와 승부를 벌였던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결국 낙마하고 말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은평구청장은 물론 지역 시의원과 구의원도 야당표로 ‘물갈이’ 됐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 전 위원장의 출마를 겨냥, 은평을을 지방선거에 이어 정권심판의 장으로 삼겠다며 야권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이미 10여 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와 전략공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나서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판단은 시의적절했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도 은평을이 자신의 ‘텃밭’이기는 하나 이번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는 선거판세에 대해 “매우 어렵다. 한 마디로 험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지역에 다른 사람들에게 희생하라고 할 수 없고, 내가 이곳에서 3선하고 41년을 살았으니 몸을 던지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면서 “여기서 3선이나 야당 의원을 했는데, 내 지역구에 보궐선거가 있는데 내가 출마하지 않는 것도 주민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고, 이제 여당이 되어서 일할 기회가 생겼는데, 나 스스로 지역을 위해서 전부를 바치겠다는 각오로 출마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재오식 ‘나홀로 선거’의 핵심 요소도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일꾼’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은평이 없는 이재오는 상상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 41년 간 줄곧 은평에 살면서 아들딸을 낳고 키워온 이재오는 분명 은평의 자식”이라며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시골 촌놈을 지금의 이재오로 만들어준 은평은 분명 내 삶의 터전이자 정치적 고향”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선거의 범위를 자신으로 한정시키며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비껴가고 있다. 그는 당 지도부의 지원을 고사한 것과 관련, 은평을 재보선이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심판을 받고 싶다”며 “중앙당이나 외부 인사들의 지원은 사양하고 철저하게 은평구민들의 심판을 나 혼자 받겠다. 혼자 하는 선거를 해서 표심의 정확성을 한 번 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지역은 정권 심판이 될 수도 없고, 8개 보궐선거 중에 한 구역에 불과한 것이고, 또 보궐선거는 지역구민들이 이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 은평구에 와서 정권 심판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냐”며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일축했다.

야권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의 ‘나홀로 선거’가 정권심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지원을 거부한 것에 대해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선거용 깜짝쇼’를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정권 창출의 주역이자 정부여당의 핵심 중 핵심인 이 전 위원장이 ‘비껴가기 꼼수’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힐난했다.

심판 피하려는 꼼수?

또한 “이 전 위원장은 4대강 전도사를 자처해온 만큼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심판받아야 한다”며 “4대강 삽질공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4대강 죽이는 삽질공사를 중단해야 하는지를 놓고 한판승부를 해야 한다”며 은평을 선거를 ‘4대강 선거’로 규정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은평을 선거가 정권심판론 하에 치러질 경우 그 여파는 이 전 위원장 혼자 감당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닐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와 더해져 정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는 친이계 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자신이 만든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망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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