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막힌 숨통 터라”

2010.06.29 09:35:09 호수 0호

사면초가 MB 대북정책 新시나리오 전모



“대북 강경노선 지속한다고? 어, 그러는 거 아냐! 남북정상회담으로 뚫어” 요즘 잘나가는 방송 개그프로그램에 빗댄 속칭 ‘알통 MB’에 대한 조언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군불때기가 한창이다. 북측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긴장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하게 북풍을 몰아붙였지만, 역효과만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오히려 MB에게 불리하다. 지방선거 패배, 세종시 수정안 등 사면초가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이명박 레임덕이 빨라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무게가 실린다. 대북 관계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이용, 하반기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극적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MB지지 종교계 등 보수진영 정상회담 군불 여론 조성
지방선거 패배·국제사회 낮은 호응 변화 필요성 대두



천안함 사태 등 북풍을 등에 업고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MB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 신뢰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대북관계 개선 시 주도권까지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MB 대북정책 변화 시나리오의 첫 출발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기독교계 원로목사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527명의 종교인들은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을 재개하는 것이 11월에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가 대북인도적 지원을 끝내 거부할 경우 종교계가 먼저 행동에 돌입할 것도 밝혀 MB의 고심을 깊게 만들었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의 퇴로를 만들어 대화국면에 대비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대북 주도권·국민 신뢰
모두 잃을 수 있다


민주평통은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천안함 사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남북 ‘물밑접촉’을 통해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천안함 사건 국제제재와 관련해서는 “향후 국제제재를 둘러싸고 미·중 등 주요 국가 간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에 유의한다”며 “이 경우 대북 대책의 주도권을 상실한 가운데 사실상 아무런 대북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가 종결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북핵 정책이 다르다는 점도 대북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핵카드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만큼, 협상은 포괄적으로 하되 상호 불신이 크고 신뢰가 없기 때문에 합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정책이다. 반면 이명박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단계적 합의 이행과정에서 대가만 챙기고 약속은 안 지켰으니 이번에는 북한의 핵심 핵프로그램 폐기를 확인한 연후에 일괄해서(one shot deal) 보상하자는 내용이다. ‘비핵개방3000’을 골조로 한 그랜드바겐(grand bargain)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천안함 사건을 더해 대북제재 정책을 강화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문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엔안보리에 회부했지만, 여러 반론이 제기되면서 시일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 6월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천안함 외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남한의 대북제재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남한에 긴장감이 고조되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북강경책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후에 전개될 한반도 평화회담에서도 ‘남북+미중’ 구도가 아닌 ‘미북+남+중’ 구도나 ‘미중+남+북’ 구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럴 경우 남한의 역할과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겉으로는 원칙 고수
내부로는 시기 고려

대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문제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온 보수종교인사들은 “남한 사회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고 반목하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남북 교류 협력 및 인도적 대북지원 전면 중단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 일각에서는 이같은 보수진영의 남북정상회담 군불은 국민적 단합을 유도해 떨어진 MB정부의 신뢰도를 높이자는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야당 의원들도 일제히 대북 강경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원혜영 의원은 “지방선거나 여론조사에서 봤듯 전쟁은 안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도 “정부가 외교적으로 (대북제재를) 호언장담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설득이 무망해 경제성이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북조치가 한 달을 넘어가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의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정부의 체류인원 제한 등으로 입주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체류제한 해제 등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도 인천시가 올해 계획한 2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사업을 취임과 함께 즉각 시행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원칙 고수를 밝히고 있다.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재 나라가 안보 불감증에 걸려 있다”며 대북 강경책의 지속을 주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MB 대북제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서 열린 ‘북한 반인도범죄 UN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UN 안전보장이사회 뿐만 아니라 UN 총회에서도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결의하는 등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UN 안보리가 이런 북한의 무력도발을 제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G20 개최 전 화해할까
“슬슬 분위기 조성해라”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대북특사나 남북정상회담 등 출구전략으로 제시되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7월 유엔안보리에 회부된 천안함 사건이 마무리되고 재보선 선거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임기 절반을 넘어선 상태에서 뚜렷한 실적이 없다는 점도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는 것. 따라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극적 시기 선택이 중요해졌다.

오는 11월11일부터 12일까지 G20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 G7 이외의 국가가 개최하기는 처음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다. 남북정상회담 물꼬를 G20 정상회담 전에 틀 수 있다는 것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다.

7~8월 개각을 통해 대북정책 핫라인을 점검한 후 물밑 작업을 거쳐 10월경 공식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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