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선거의 여왕’세종시로 다시 일어설까?

2010.06.08 09:00:49 호수 0호

박근혜 전 대표의 위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로 한 해를 시작한 박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5%의 지지를 얻어 본인의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했다. 조만간 지방선거 후폭풍이 반영된 정계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라 이 지지율을 ‘바닥점’으로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하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추격전은 매섭기만 하다.



반환점 돈 정권, 휘청거리기 시작한 ‘박근혜 신화’
하락세 탄 지지율 지방선거 기점으로 최저치 경신
정치적 행보 숨통 쥔 세종시 수정안 ‘해결’ 승부수

차기 대선주자들의 레이스에서 ‘박근혜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2위와도 수 배의 차이를 내왔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직까지 다른 여야 대선주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져 있기는 하지만 ‘불안한 대세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서 나타난 ‘위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특정 이슈로 인해 순간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시간동안 서서히 지지층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흐를수록
지지율서 거품 빠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를 통해 본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서는 이러한 기류가 확연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월 첫 주를 40.4%의 지지율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두 번째, 세 번째 주에 38.7%로 떨어지더니 마지막 주엔 35.5%대까지 내려앉았다. 하락과 소폭 상승을 거듭하던 지지율은 2월 마지막 주에 들어선 29.7%까지 떨어졌다. 현 정부에 들어 처음으로 3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다.


세종시 논란이 잠잠해지자 1주일 만에 바닥을 치고 34.7%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하락세를 보인 것을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붕괴 혹은 재조정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몇 차례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는 했지만 3월 첫 주에 34.7%, 4월 첫 주에 34.4%, 5월 둘째 주에 28.9%의 지지를 얻는 등 반등한 지지율조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5월 마지막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 하락한 25.1%로 나타났다. 1위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본인 지지율로서는 최저치였다. 또한 연초보다 15.3% 하락한 수치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는 지방선거와 천안함 사건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일정 거리를 뒀고, 그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가 주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추락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박 전 대표가 설 공간이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세종시 논란에만 목소리를 냈다. 그것도 최근에는 “할 말은 다했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육영수 여사가 만든 ‘카네이션컵 배구대회’ 개막식에 불참했다.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부를 수 있는 ‘충북행’을 접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충북 단양군에서 치러진 배구대회에 ‘카네이션컵 어머니배구대회는 저에게도 남다르게 느껴지는 대회입니다. 과거 어머니가 깊은 관심을 갖고 매년 참석하셨는데, 벌써 40회를 맞는다니 저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깊은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이 대회에 참석하신 어머니들의 건강과 우리나라 배구발전을 기원하면서 멋지고 당당한 승부를 펼치시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축전만을 전달했다.

하지만 세종시 정국이 길어지면서 피로감만 누적되고 있을 뿐 아직 어떠한 해결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서조차 역할을 찾지 못하게 됐다. 당의 차기 대권주자이지만 당직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종시 논란에 대한 ‘답’을 찾지도 못하면서 지방선거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 당 안팎에서 지원유세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선거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자신의 ‘원칙’이나 ‘약속’에 발목이 묶여 버렸다.

그는 결국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지원유세를 펼쳤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한층 강해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읍소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공천한 이석원 후보가 무소속 김문오 후보에게 크게 뒤지자 전력 지원에 나서게 된 것.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지역구에 머무르며 빗속 유세도 마다하지 않았다. ‘몸살이 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었다.


여의도 정가에
‘박근혜’ 그림자 없다

하지만 수많은 지원유세 요청에도 불구,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사라졌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세종시 논란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그가 지원한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승기를 넘기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한나라당이 고전한다는 것은 ‘박근혜’라는 이름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라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한정된 선거 결과를 가지고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을 논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라며 “이번 선거는 지역민들이 ‘박근혜’를 배척했다기보다는 지역 토착 세력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인데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를 가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한나라당의 참패로 ‘선거의 여왕’이자 ‘약속과 신뢰’를 강조한 박 전 대표를 다시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키로 한 것처럼 지방선거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박 전 대표에게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의도 ‘밖’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타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여권 차기 대선주자’를 둔 거센 추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오던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도 지방선거에서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주며 박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폭풍은 이처럼 박 전 대표에게 ‘위기’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 후폭풍이 반영된 전당대회와 이로 인한 당내 권력 개편으로 그가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넓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퇴키로 한 것은 박 전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의 사퇴로 ‘안’에서 그를 견제해왔던 정몽준 대표가 ‘잠룡군’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여의도 정치와는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 권력구도에서 박 전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넓어지게 됐다.


한나라당 권력교체
위기이자 기회 만났다

또한 ‘세종시’는 향후 정국에서 반전을 꾀할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충남과 충북 모두 민주당이 승기를 잡게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이 위기를 맞은 반면,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층을 흩뜨려 놓고 지방선거에서 궁지에 몰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세종시를 ‘구명의 동아줄’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종시 수정 논란은 답보상태에 머물러왔다. 이는 국회로 넘어온 세종시 수정안이 야당의 냉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 친이·친박계가 세종시 수정 문제에 이견을 보이면서 거대여당의 힘으로 강행처리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의 키는 세종시와 관련해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로 “수도권에서 압승하면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친이계의 구상은 단단히 어긋났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가려졌던 세종시 수정 논란은 언제든 여의도를 덮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당의 권력마저 교체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구명줄’을 활용, 수세에 몰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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