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헤드헌팅 시즌

2010.06.01 08:54:43 호수 0호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 모십니다”

여의도에 ‘인재’ 모집공고문이 붙었다. 일부 보좌진들의 6·2 지방선거 출마와 국회 상임위 교체 등으로 국회의원 보좌진 구성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실의 채용정보가 전해지는 국회 홈페이지 ‘의원실 소식’ 게시판에는 함께 일할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재를 찾는 게시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방선거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상임위가 결정되면 미뤘던 5급 비서관 증원까지 겹쳐 보좌진을 구하는 손길이 급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6월 지방선거로 ‘출혈’ 상임위 따라 보좌관 물갈이
5급 비서관 충원 소식에 의원실 너도나도 ‘모집공고’


18대 후반기 국회로의 ‘자리바꿈’이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의원실마다 보좌진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1명, 6급 비서관 1명, 7급 비서관 1명, 9급 비서관 1명까지 6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이들은 정무와 정책파트, 의원 수행 등의 업무를 맡는다. 국회의원의 의중에 따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에 가슴 졸여야 하지만 전문 보좌관의 길을 걷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의원실마다 구인 공고



하지만 이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헤드헌팅 시즌이 찾아온다. 그 첫 번째는 총선이다. 의원의 선거 결과에 따라 보좌진들의 희비도 엇갈리게 되는 것. 의원직을 잃은 이들이 많은 정당의 경우 보좌진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새롭게 금배지를 단 의원에게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17대 국회 이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보좌관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강해지기는 했지만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전문적인 입법 활동만을 하는 보좌관이 적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의 선거 때문에 의원회관 내의 ‘물갈이’가 이뤄지기도 한다. 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진을 선택하는 이는 이전보다 줄었다”면서 “선거철이 되면 우르르 뛰쳐나갔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해도 동요하지 않는 보좌관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줄기는 했어도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상 자신의 뜻을 펼쳐보려는 이는 있게 마련이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쌓은 정치 경험과 지역구 사정에 밝다는 점, 의원의 측근으로 공천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본인의 선거를 치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보좌관 출신 인사들이 시의원, 구청장 등 지역에서 보폭을 넓힐 수 있는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지방선거 활동을 하기 시작한 3월 가량부터 의원실의 구인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월 한달간 25개에 불과하던 의원실의 구인 관련 게시물이 2월 40여개, 3월 80여개, 4월 95개 수준까지 치솟은 것.

상임위가 바뀌는 것도 보좌관들의 자리 이동을 부추긴다. 국회의 경우 2년마다 소속 상임위가 바뀐다. 상임위마다 처리해야 하는 일의 특성이 다르고 산하 정부기관과 관련 단체도 달라지는 만큼 상임위 교체는 자연스레 정책 보좌관의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고 싶은 상임위가 있다고 꼭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6개 국회 상임위에 대한 의원들의 선호도는 확실하고 일부 상임위의 경우 선수가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때문에 상임위 구성에 눈치싸움은 기본, 의원들이 어느 상임위에 시선을 두건 신청 의원수가 넘치거나 모자라는 사태는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상임위 업무를 위해 베테랑 보좌관이나 관련 업종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영입 1순위에 오른다.

이번 보좌진 구인은 충원해야 할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명 더 늘어나면서 헤드헌팅에 불이 붙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개정안은 “최근 의원발의 법률안이 과거에 비해 대폭 증가하고 있고, 예산·결산심사와 국정감사·청문회 등 의원의 의정활동도 과거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국회의 연중 상시적인 운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국회의원 지원인력으론 업무량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5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인 비서관 1인을 증원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원 보조직원의 운영을 도모하고자” 제시됐다.

당초 여야는 4급 보좌관 중 1명을 3급으로 상향조정하고 8급 비서직을 신설하는 내용을 검토했지만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마무리한 정치권은 빠르게 보좌관 충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보통 5월경 보좌진 구성을 대강이나마 정리하지만 이번에는 지방선거와 상임위 구성까지 겹치면서 아예 보좌진 충원을 뒤로 미룬 의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5월 동안에도 인턴부터 정책비서, 수행비서, 비서관, 보좌관을 뽑는 의원실은 꾸준히 구인 게시물을 올렸다. 이러한 구인 관련 게시물은 55여 개에 이른다. 또한 이 게시물들은 조회수 100회를 가뿐하게 넘기고 있다. 일부 게시물은 조회수가 1000회에 육박할 정도다. 
 
늘어난 5급이 ‘문제’

국회의원 보좌진에 도전한 한 인사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며 “국회의원 보좌진은 고용이 불안하다고 알고 있지만 적지 않은 연봉에 다양한 사회 경험이 가능한 자리인 만큼 꼭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국회가 기대한 만큼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품는 이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구 관리를 맡겼던 이들을 보좌관으로 삼거나 내부 승진을 통해 5급 비서관 자리를 채우는 의원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뽑아달라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 하나 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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