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들은 ‘수도 서울’을 좋아해?

2010.06.01 09:55:00 호수 0호

최고권력자 마지막 안식처 살펴보니


서거 1주기를 맞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공개됐다. 묘역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됐다. 이와 함께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잠든 곳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들이 최고 권력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최고 권력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달랐듯 묘역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돌아봤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 현충원 나란히 자리 잡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시민 기부’ 박석으로 단장



최고 권력자들이 마지막 잠 드는 곳은 어디일까. 정부가 정한 전직 대통령들의 잠자리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등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묘역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묘역의 사정은 각각 다르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합쳐 1650㎡(약 500평), 3960㎡(약 1100평) 규모다. 이 전 대통령은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합장했으나 육영수 여사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따로 묘를 쓰면서 묘역의 크기에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남은 자리 ‘없어요~’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묘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묘역의 크기는 264㎡(80평)로 두 전 대통령의 묘역에 비해 협소하다. 이전까지 전직 국가원수의 묘역 규모는 1700㎡ 안팎이었으나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만으로 서울현충원의 국가원수묘역 대부분이 소진되자 지난 2003년 말 관련 법률이 개정돼 260㎡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2004년 대전현충원에 9653㎡(2925평) 규모로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위한 ‘국가원수묘역’이 조성됐고 2006년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이 이곳에 안장되기는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서울현충원을 택했다.

정진태 서울현충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묘역에 대해 “(위치는) 김 전 대통령의 유가족이 직접 선택했다”며 “유가족은 최대한 소박하고 검소하고 친환경적으로 조성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장조카(김홍선씨)가 지관과 함께 묏자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장소가 다소 가파르지만 풍수 측면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의 묘역이 모여 있다 보니 편해진 일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월1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한 뒤 이승만 전 대통령 내외,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 6·25 전쟁 60년, 4·19 혁명 50년을 맞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해를 맞아 대한민국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인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게 된 것.

이는 현역 대통령이 새해 첫날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가원수의 묘는 국립묘지법의 규정을 받는다. 국가원수 묘소 1기는 가로 16m, 세로 16.5m 규모로 안지름 4.5m의 원형 봉분과 비석, 상석, 향로대, 추모비 등을 갖춰야 하고 원형 봉분은 2.7m 높이로 애석을 소재로 한 12개의 판석으로 묘두름돌을 사용해 봉분을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오석으로 만든 비석의 전면에는 ‘제0대 대통령 000의 묘’, 뒷면에는 출생일과 출생지·사망일 및 사망지·사망구분, 좌측에는 가족사항, 우측에는 주요 공적 및 경력이 새겨진다. 비석 상부에는 국가원수를 상징하는 봉황무늬 조각이 올려지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1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은 조금 달랐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서울이나 대전의 국립현충원이 아니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한 고인의 유지와 ‘화장한 유골을 안장하되 봉분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묘역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 묘역의 위상에 맞게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해 역사적·문화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결정으로 묘지와 그 주변은 ‘국가보존묘지 1호’로 지정된 상태다.

묘역 곳곳에는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기 위한 갖가지 의미들이 포함됐다. 3504m²(1060평)에 걸쳐 조성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사람사는 세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마을을 향해 이등변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묘역 입구에는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수반’이 있으며 묘역 안쪽에 조성된 ‘곡장’은 “오랜 기간 대통령처럼 변하지 않고 대통령의 묘역을 지켜줄 것”이라는 게 재단측의 설명이다.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고인돌 모양의 너럭바위가 봉분 역할을 하고 있다.

묘역에 숨은 의미들

노 전 대통령 묘역의 가장 큰 특징은 묘역 입구부터 깔린 박석이다. 3만8000여 개의 박석 중 ‘시민기부’로 조성된 박석 1만5000개 속에는 추모 글씨가 새겨졌다. 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비석이 별도로 없다. 박석에 새겨진 글 하나하나가 비석인 셈”이 됐으며 사상 처음으로 ‘시민기부’ 형식으로 전직 대통령의 묘역이 조성됐다는 특별한 의미도 갖게 됐다.

또한 63개 구역으로 나눠 설치된 박석은 63세를 일기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묘역 수로에 사용된 벽돌에는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다”(이희호) “대통령님의 평화 이슬비처럼”(송기인) 등 유명 인사들의 친필 휘호가 새겨졌다.

추도식도 특별했다. 서거 1주기인 지난달 23일 오후2시 봉하마을 묘역 근처에서 열린 추도식에서는 523개의 노란 풍선과 523마리의 나비를 하늘로 날리는 의식이 펼쳐졌다. 또한 추도식에 참석한 참배객들은 진영역에 모여 봉하마을 묘역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민주올레’ 행사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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