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강한 야당론’ 집중 해부

2014.12.15 13:56:45 호수 0호

“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당다운 야당만이 살길”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의 ‘강한 야당론’이 주목받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탁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대청·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서며 당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2월8일로 예정된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비상대책위원인 박지원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며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야당다운 모습을 회복시킬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 공격수
박지원 부각

특히 정권 말기에나 나올법한 비선실세(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박근혜정권 2년차에 불거지며 박 의원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탁월한 정보력을 가진 야당의 대표 공격수인 ‘박지원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 2년차에 벌써부터 비선실세와 관련한 얘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레임덕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라는 분석이 많다. 야당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조기에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정치9단’ 박 의원은 실제로 ‘정윤회 정국’에서 대청·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당 차원에서 꾸린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조차 별다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박 의원의 정보력을 기대하며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은 정윤회 국정개입 관련 문건이 공개되기 이전인 지난 6월 이미 “‘만만회’가 청와대 인사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만만회 멤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만만회 멤버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사안은 민간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결국 박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까지 됐다. 그런데 유사한 내용이 담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나오며 박 의원의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것만 재차 확인됐다.

할 말 하는 야당…대표 공격수로 활약
악재·호재 뒤섞인 정국서 존재감 부각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증거가 없으면 발언을 안했고 제가 의혹을 제기해서 틀린 사실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윤회 문건이 공개된 이후 연일 날카로운 의혹 제기와 비판을 이어온 그는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윤회 문건은 내용이 핵심 ▲문건 유출 수사는 꼬리 자르기 ▲원활한 조사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 및 문고리 권력들(이재만·정호성·안봉근) 사퇴 ▲박 대통령 사과 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박 의원은 정윤회 파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강한 야당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가까이는 최근 야당의원 28명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유독 야당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사정기관의 입법로비 수사에 대해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저쪽(여당)에서 걸린 것을 우리도 고발해야 한다. 만만하니까 당하는 것이고 당하니까 국민에게 존재감이 없는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또 멀리는 지난 2010년 5월 당시 재선의원으로서 이례적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에도 강한 야당을 내세워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거대 여당에 일방적으로 야당이 끌려다니고 있던 상황을 타개하고 야당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강연정치로
전대 준비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은 전국을 도는 ‘강연정치’로 사실상의 전대 준비를 시작했다. 친노(친노무현)진영의 표가 문재인·정세균 의원 쪽으로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주로 비노진영 인사들과의 접촉면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박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정세균 의원이 동반 출마할 경우 친노 진영의 표가 갈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단일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박 의원 입장에서는 비노진영의 표를 최대한 공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이 대표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역구가 있는 곳이자 야당의 성지인 호남에서의 절대적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그가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호남정치권 인사 중 상당수 비노인사들이 박 의원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한 야당’ 내세워 차기 당권 접수?
야당다운 모습 회복시킬 적임자 자처

특히 김동철 의원은 박 의원을 겨냥해 “이제는 후배를 양성하는 존경받는 훌륭한 원로로 남으시라고 용퇴를 촉구한다”며 물러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호남에서도 다선의원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윤회 파동에 파묻혀 전대 시계가 일시적으로 멈춘 듯 보이지만 물밑에선 전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대 일정상 늦어도 오는 22일까지는 전대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빅3’ 주자들은 그 기간 안에 비대위원직을 동시에 내려놓고 본격적인 전대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알려진다.

강한 야당 표방
야성 회복 적임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8일 한 달 전쯤부터 연설을 다녀야 하고 보름 전에는 컷오프 신청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나갈 분이 있다면 22일 전까지는 그만둬야 된다”며 “(당권도전에 나서는 비대위원들이) 15일~22일 사이 어느 날짜를 잡아주면 같은날 동반사퇴하겠다는 의사가 합의됐다”고 말했다.

결국 박 의원의 ‘강한 야당론’이 통할지 여부는 다른 유력주자들이 당권경쟁에 가세한 이후 이들과의 경쟁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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