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불감증'이 낳은 판교 환풍구 추락사

2014.10.21 09:53:51 호수 0호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너무도 어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경 성남 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축제' 축하 공연 도중 환풍구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 수십명이 추락해 16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야외 광장 공연장에서 인기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좀 더 좋은 위치에서 보기 위해 일부 관람객들이 지상에서 1.5m 높이의 환풍구 위로 몰리면서 환풍 철망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일어났다.

이번 사고를 두고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안전불감증'의 심각한 폐해를 보도하면서 관련법의 부재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도 환풍구 설비의 부실 시공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10층짜리 유스페이스 건물과 이 건물 설비인 환풍구는 2009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설치됐다. 경찰은 이 건물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환풍구 관련 자료를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환풍구 덮개 받침대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는 하중실험도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련의 언론보도와 경찰의 수사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즉,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가라고 만든 구조물이 아니다.

사고 직전에는 문제의 환풍구에 30명이 넘는 성인들이 올라서 있었고 1명당 60kg으로 단순 계산해 봤을 때도 1.8t이나 되는 하중이 발생했다.

얘기인즉슨, 받침대의 하중 문제나 설비 부실 문제가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얘기다. 사건의 본질은 1.5m 높이의 환풍구에 올라서는 건 성인들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공연을 좀 더 잘 보기 위한 개개인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사망자들은 이 같은 지적과 경고방송 등을 무시한 채 올라가서 공연을 관람했고, 결국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다시 한 번 '안전불감증 코리아'라는 뼈아픈 상처만 남겼다.

환풍구에 올라섰던 관람객들은 주최측에서도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주의를 줬지만 터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이라는 한 누리꾼은 "주최측에서도 '간간히 거긴 위험하니 내려오세요' 했지만 '예~예~" 그냥 건성으로 대답만 했다"고 했다. 공연 중간 중간에 위험을 감지한 주최측에서 경고방송도 했다고 한다.

이번 판교 환풍구 추락사건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시대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느슨한 상태였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중요한 것은 '안전불감증' 문제가 잠깐 이슈로 떠올랐다가 기억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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