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물체에 생명 입히는 조명 디자이너 신수지

2014.09.29 11:58:20 호수 0호

차가운 세상을 따뜻한 빛으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디자인은 어렵지 않다? 조명을 소재로 다방면의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신수지씨. 그는 수학 선생이 되고 싶어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떠난 어학연수는 호기심 많은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신씨는 영국에서 돌아올 때쯤 유능한 디자이너가 돼 있었다. 이제 신씨는 한국에 자리 잡고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작품으로 때로는 커뮤니티로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그가 선택한 조명처럼 신씨는 차가운 세상의 따뜻한 빛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수지씨는 영국 유학시절 설치미술에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직접 도안을 짜고 작업도 했다. 큰 조형물에 와이어를 연결시킨 뒤 전기 센서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도록 했다. 신비한 바다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조형 한 가운데 라이트(조명)를 넣어 포인트를 줬다. 신씨의 설명에 따르면 라이트는 심장, 와이어는 미래를 향한 동력이다.

은은하면서 정돈

당시 신씨의 작업 주제는 "물체에 생명을 입히자"였다. 큰 조형 안에 있는 불빛은 깜빡이며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문득 신씨의 머릿속에는 '라이트를 주제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명 갓, 샹들리에 등 여러 모델이 떠올랐다.

신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폴리프로필렌'이란 소재를 사용했다. 폴리프로필렌이 쓰인 불빛은 은은하면서 정돈된 느낌을 줬다. 조명을 지지할 베이스로는 유리, 나무가 활용됐다.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신씨는 모두 11가지의 램프를 만들었고, 영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신씨의 작업은 올 핸드메이드다. 기계를 쓰지 않고, 손으로 디자인해 손으로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집 센 장인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신씨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두가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가령 신씨는 개구리를 모티브로 조명을 만들었다. 여러 개구리가 서로 손잡고 있는 재미난 모형이다. 특히 신씨는 개구리 작업에서 완성된 제품을 만들지 않고, 분리된 형태로 구매자에게 제시했다. 구매자 스스로 설계도에 따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국 유학파 출신…라이트 소재로 작업
우아하면서 모던 눈길 "구매자가 완성"

말이 설계도지 실은 어떤 공구도 없이 연결만 하면 쓸 수 있는 간단한 형태다. 신씨는 "되도록 많은 사람을 디자인에 참여시키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어둠을 피하기 위한 빛'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마음에 안식을 주는 희망'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구매자가 직접 제품을 완성하게끔 유도하는 것도 사용하는 사람이 조명에 애정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신씨가 제작한 조명을 보면 유독 종이가 많이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신씨는 종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질감을 좋아한다. 수학이나 인테리어를 공부하면서 종이와 친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가 'Sails'등으로 이름 붙인 조명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모던한 매력을 뽐낸다. 어떤 곳에 있더라도 공간의 격조를 높여준다. 우아한 곡선과 직선의 조합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조명 본연의 임무인 빛의 발산을 잃지 않는다.

공간의 품격 높여

신씨는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할머니가 될 때까지 꾸준히 이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결혼 등으로 작업을 잠시 미뤄왔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마음 맞는 디자이너와 함께 <The DISIGNERS>를 오픈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신씨는 관객에게 좀 더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제가방을 만들어 전시를 앞두고 있다.

디자이너 개인의 만족보다는 구매자에게 실용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해 온 신씨.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탐구해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신수지 작가는?]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Interior & Spatial Design 학사 및 석사
▲런던 한국문화원, 베이징 티 아트센터, 첼시 드라곤오브월톤스트릿, 일산 킨텍스 등 10여회 전시
▲런던 SONY 게임연수실 디자인 공모전 2등
▲<Vogue girl> <Canary Wharf magazine> 등 외신 소개
▲인테리어·조명디자인(
www.allmodern.co.uk) 광고디자인(런던 한인뉴스·한인레스토랑 등) 디자인 칼럼니스트(디북) 번역(gru company) 재영한인예술협회 등 경력
▲디자인 온라인숍 <The DISIGNERS>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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