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토로> 김부선이 직접 밝힌 그날 그 사건 전말

2014.09.22 11:22:12 호수 0호

“억울하고 화나 참을 수 없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주민대토론회에서 이웃 주민을 폭행했다는 불미스러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론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으론 그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관리비 문제와 관련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배우 김부선씨가 서울 성동구 옥수동 A아파트 전 부녀회장 윤모씨를 폭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씨가 윤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얼굴을 다친 윤씨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가해자고 윤씨는 피해자인 모양새였다. 복수의 언론은 ‘김부선 폭행’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조회 수를 높여갔지만, 정작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일요시사>는 김씨를 통해 그날의 상황과 배경에 대해 들었다.
 
몸소 주민자치 실천
 
지난 12일 A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서는 아파트 공동체의 당면과제를 함께 토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개별난방 ▲아파트 중축 ▲난방비 ▲주차장 LED 교체 ▲공동커뮤니티 지원금 등이었다. 그런데 회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김씨의 말은 이렇다.
 
“주민회의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예정돼 있었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의 마무리 30분 전인 오후 7시30분, 갑자기 전 부녀회장 윤씨 등 한 무리가 회의장에 나타나더니 우리에게 나가라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경찰을 부르겠다’며 회의를 방해했어요. 정말 어이가 없었죠.”
 
다양한 안건을 논의 중이던 주민들은 갑작스런 윤씨 무리의 등장에 회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가 회의장에 난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김씨와 일부 주민들이 회의 안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언급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김씨 등 주민들은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난방, 아파트 중축, 난방비, 주차장 LED 교체, 공동커뮤니티 지원금에 대해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요.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것이었죠. 갑자기 난입한 윤씨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줬어요. 그런데 삿대질을 하면서 화만 냈어요.”
 
김씨는 윤씨 무리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주민들과 회의장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말싸움이 일었고, 윤씨가 휴대폰으로 김씨의 오른손을 내리 찍으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것. 김씨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이 많다”며 쌍방 폭행을 주장했다. 반면 윤씨는 김씨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격하고 발로 찼다는 입장이다.
 
수년 아파트 비리 추적 “용감한 게 죄라면 죄” 
결국 반상회서 사단 “차라리 공론화돼서 좋다”
 
“굉장히 계획적이었어요. 동시 다발적으로 난입했죠. 이들이 저에게 반말을 하면서 폭언을 하자 옆에 있던 주민들이 ‘왜 김부선한테 반말하냐’며 저를 옹호해 줬어요. 제가 옳은 말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일어난 폭력시비에는 단순한 시비가 아니었다. 사실 ‘난방비 비리’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24일, ‘복불복 난방비, 옥수동 아파트의 비밀’을 보도하면서 A아파트의 비정상적인 난방비 부과 현실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A아파트 536세대 중 410세대는 난방비가 0원에서 9만원에 불과했다. 300세대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42평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껴 쓴 집은 80만원이 나왔는데 다른 집은 0원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이후 김씨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이 난방비 비리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게 됐고 결국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텃밭운영위원장(자치회장)까지 맡게 됐다.
“저는 제 돈 들여서 아파트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에요. 귀찮은 일, 제가 하겠다고 해서 텃밭운영위원장으로 뽑혔어요. 텃밭운영위원회는 합법적인 주민자치기구고, 구청에서 지원금도 나와요. 지원금으로 화단에 꽃과 나무를 심고 정자도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죠.”
 
김씨는 텃밭운영위원회 구청 지원금을 받기 전 깐느 영화제에 참석하고자 프랑스로 떠난 바 있다. 그런데 다음날 윤씨 등으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당신이 회장 자리를 고사한다고 해서 부회장한테 하라고 했더니 부회장도 끝까지 안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뽑아서 구청 지원금을 신청한 상태’.
 
“프랑스에 간 사이 윤씨 무리가 주민들에게 나와 연락이 안 된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아파트 방송까지 해가면서 서로 협조했다는 거죠. 너무 화났어요. 근데 알고 보니 지원금은 11월 말까지 받으면 되는 거였어요.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어요.”
 

‘완장’ 욕심 없어
 
김씨는 ‘완장’ 욕심이 없다. 그저 아름다운 아파트 공동체를 꿈꾼다. 다만 아파트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루빨리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아파트 주민 대표자 몇 명이 500가구 이상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웃긴 거죠. 아파트 내에서도 기득권층, 권력이 있기에 이들을 감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인의식 없는 우리도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주변에 관심을 갖고 직접 나서야해요.”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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