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마주 숨겨진 뒷이야기

2014.09.01 11:50:44 호수 0호

"정치인 테마주 움직이는 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인 테마주’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인 테마주 현상은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요즘에는 유력정치인과 아주 조그만 인연이 있는 회사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테마주는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일반인들은 모르는 정치인 테마주의 실상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7월 김명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로 알려진 ‘비트컴퓨터’ 주식에 투자해 투자금을 무려 3배 가까이 불린 것으로 확인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트컴퓨터는 회장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코스닥시장에서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이다. 그런 김 전 후보자를 향해 당시 야당 청문위원은 “김 후보는 교육부장관이 아니라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더 어울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과열되는 테마주

하지만 이후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크게 높아졌다. 정치인 테마주는 오래 전부터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려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욱 과열양상을 띄고 있다. 과거엔 유력정치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유력정치인이 추진하는 대형정책과 관련한 테마주들만 인기를 얻었지만, 요즘에는 유력정치인과 아주 조그만 인연이 있는 회사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주식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집도했던 우리들병원과 관계사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떠올랐다. 우리들병원 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으니,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의원과도 친분이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단순한 추측이 해당 주식을 정치인 테마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서희건설은 심지어 이봉관 회장이 문 의원의 모교인 경희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 정도 관계가 있다고 해서 문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어떤 혜택을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테마주는 올 상반기 증시에서 별다른 성장이 없었다. 우리들휴브레인이 지난해 말보다 무려 600% 넘게 급등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주식 감자(‘자본감소’를 줄인 말로,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정리, 회사 분할·합병, 사업 보전 등의 목적으로 자본총액을 줄이는 것을 뜻함)로 인한 착시 현상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체적인 정치인 테마주의 실적은 초라하다. 금감원이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6월부터 대선 전날인 12월18일까지 분석한 147개 정치인 테마주의 수익률은 평균 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8.6%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척 초라한 결과다.

자기 테마주 폭락하면 괜히 '섭섭'
테마주 보면 정치인 미래 보인다?

그래서 정치인 테마주가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면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지금도 정치인 테마주에 열광하며 불나방처럼 모여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이 뜨면 관련 회사가 아무래도 직간접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이나 주식에 정상적으로 투자해서는 딱히 큰돈을 벌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자 위험한 걸 알면서도 테마주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테마주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의 99%가 이른바 ‘개미(개인투자자)’들이었다.

정치인 테마주로 이득을 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 관계자들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 관계자들 중 일부는 열풍을 틈타 자신의 보유지분을 내다 팔아 큰 이익을 보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때문에 요즘 주식시장에선 정치인과 별 관련도 없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정치인들과의 작은 친분도 과시해 정치인 테마주로 등극하고자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림B&Co, 하츠, 화진, 동일벨트, 에넥스 등은 현재 시장에서 실제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정치인 테마주의 등락에 따라서는 해당 정치인들도 울고 웃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가 뜬다고 해서 본인들이 어떤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존심 문제 아니겠나? 특히 선거에서 패하거나 당직 등에서 내려 온 이후 자신과 관련한 테마주가 폭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괜히 섭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식 투자자들의 평가가 비교적 객관적이고 날카로워 정치인 테마주의 등락만 잘 살펴보면 해당 정치인의 운명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 테마주가 반드시 정치인의 거취에 따라 등락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7·30재보선 참패 이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테마주가 일제히 고공행진을 이어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별한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해당 테마주들의 주가가 모두 올라 주식시장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관계 인사들이 정치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정치인 테마주로 큰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치인 테마주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관계 인사들 중 정치인 테마주에 손을 댄 적이 있는 인물들은 집중적으로 조사해 자금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쪽박 또는 대박

정치인 테마주와 관련해 해당 정치인이 루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게 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모 회사가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모 정치인의 테마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상승했는데, 해당 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회사를 넘겨주기 위해 일부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바람에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정치인이 힘을 쓴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확산돼 해당 정치인이 난데없이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mi737@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