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정직한 목수 김영진

2014.08.18 12:36:00 호수 0호

"100년 써도 튼튼한 가구 만들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A/S를 가기 싫어서 가구를 튼튼하게 만드는 목수가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 지금 건물 지하실에 공방이 생겼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비닐하우스든 지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 남자, 나무만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쉬는 날에도 머릿속에 도면을 그린다. "기계가 못 만드는 건 있어도 사람이 못 만드는 건 없다"는 말에서 강인한 목수의 자부심을 느꼈다. 목수 김영진씨와의 만남은 톱밥 수북한 공방에서 이뤄졌다. 그의 정직한 땀을 톱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자가 있으면 안 돼요." 목수 김영진씨는 인터뷰 내내 '하자'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는 가구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망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조금만 써도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가구는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 과도한 장식도 사양이다. "필요한 구조만 남기고 깔끔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가구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깔끔한 가구

우람한 겉모습과 달리 김씨는 매우 섬세한 작업을 한다. 튼튼한 가구를 위해 100% 짜임 기법을 쓴다. 피스나 너트, 볼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손은 훨씬 많이 가지만 어떤 외부 환경에도 변형이 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100년 후에도 쓸 수 있는 '명품가구'는 이렇게 탄생한다.

김씨는 명품, 장인 등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냥 가구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작업 속도도 느리다고 했다.


대신 하자가 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손님이 원하는 가구 형태를 말하면 김씨는 3D작업으로 이미지를 제시한다. 모든 작업 상황을 의뢰인과 공유하고, 사용된 원목의 특성을 일일이 설명한다.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가구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대략 1∼2달 정도가 소요된다.

김씨는 고객에게 가구를 전달할 때보다 자신이 생각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몇몇 지인들은 "아무도 안 보는 곳까지 왜 '오일'을 바르느냐"고 충고하기도 했다. 고생하는 김씨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무결이 살아나면서 도드라지는 그 희열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가구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과거 전시에서 김씨는 "가구는 쓰는 사람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고 각각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오브제 자체로서의 의미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동일하게 만들어진 가구는 특정 개인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형화된 가구보다는 '맞춤가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실제로 목재가 쓰이는 가구는 최종적으로 사람 손을 거친다. 김씨는 "대부분의 가구가 자동화될 수 없다"고 했다. 나무를 자를 때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조립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각각의 가구는 복제가 안 되는 진본이다. 의자만 해도 단 0.5도의 미세한 차이로 사람이 앉았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장식은 NO!…필요한 구조만 고집
100% 짜임 기법으로 섬세한 작업

김씨는 가구를 만들 때 구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잘 만든 의자는 쿠션 없이도 쓰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가장 안락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높이와 비율, 각도를 계산하고 최고급 자재를 조합한다.

표준화된 의자에는 이런 사람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김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거형태에 맞춰 가구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사방탁자처럼 좀 더 좋은 구조의 가구를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월이 지나면 직선 형태였던 가구도 부드러운 곡선이 된다. 쓰는 사람의 사용방식과 성품에 따라 함께 늙어가는 까닭이다.

마찬가지로 김씨가 만드는 가구는 그의 넉넉한 성품을 닮았다. 많은 제작자가 수납가구 벽면에 값싼 오동나무를 쓸 때 김씨는 비치(Beech) 원목을 고집했다고 한다. 비치 원목이 더 오래가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오래가는 가구

김씨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가구디자인으로 편입했다. 친척을 만나 미국에 머물던 시기, 목수란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디자인을 말로 하는 것보다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가구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김씨다. 이후 그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기계 소리를 알아듣게 됐고, 나무를 어르고 달래는 기술을 익혔다.

김씨는 목수를 천직으로 여겼다. 딱 죽기 5년 전까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김씨는 틈틈이 우리 전통가구를 실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다리 모양이나 장식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 조선 가구가 놀랍다.

앞으로도 김씨는 그의 표현대로 '미친 듯이' 가구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가구를 보며 100년 뒤의 미래세대는 '지금의 목수'를 기억할 것이다.

 

<angeli@ilyosisa.co.kr>

 

[김영진 목수는?]

▲협성대 가구디자인 졸업
▲협성대 환경 가구디자인 석사
▲2008 경기가구 우수디자인 공모전 입선
▲킨텍스 가구전시 4회, 독일 imm 쾰른 전시
▲한국 가구디자인 협회 회원
▲Patrick 목공소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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