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2009.09.22 10:35:14 호수 0호

타히티를 닮은 사랑 이야기


요시모토 바나나 저, 김난주 역 / 민음사 펴냄 / 1만1000원

강렬한 남국의 색채 가득 담긴 일러스트와
사진이 어우러진 독특한 여행 소설

 
세련된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무지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남태평양의 낙원으로 불리는 타히티를 여행하고 그곳에서의 경험과 감흥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원시의 순수와 야성을 간직한 대자연과 이국적인 열대의 풍물이 다채로운 타히티의 정식 명칭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로 총 118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머무는 곳은 타히티에서 손꼽히는 보라보라 섬과 모레아 섬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방갈로, 뿌예졌다가 다시 투명해지는 바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모래 위를 매끄럽게 스치고 지나가는 가오리와 레몬색 상어,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에 아랑곳 않고 유유히 헤엄치는 거북, 햇살에 따라 시시각각 빛깔이 변하는 산호, 해 질 무렵이면 장엄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깎아지른 절벽, 푸른 섬을 붉게 불태우는 석양, 놀다 지쳐 돌아오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소리. 작품 속 주인공이 타히티에서 맞는 하루하루의 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실제로 타히티에 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행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빼앗아 버리는 타히티의 자연은 그저 감각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가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한편 그곳에서 스치는 사람들은 그저 관광객일 수도 있으나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때때로 인생에 빛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주인공 에이코가 우연히 만나는 일본 관광객 가네야마 씨가 바로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연이 닿아 아주 짧지만 깊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는 존재를 만나 그때의 삶에 관계된 어떤 힌트를 얻는 것은 여행의 색다른 묘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타히티의 자연의 존재 양식과 등장인물들 간의 내밀한 연관성을 포착하면서 여행지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체험을 짜임새 있게 엮어내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마치 고갱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선이 굵고 투박한 터치로 티아레를 귀에 꽂은 타히티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자연의 원시적인 풍광을 담아 낸 하라 마스미의 일러스트와 타히티의 빼어난 절경을 포착한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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