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혼의 경제학<재계뒷담화>

2009.08.04 13:37:00 호수 0호

<이혼 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고…”

외식업계에는 ‘부부경영’을 앞세웠던 대표 기업들이 있다.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 (주)놀부NBG와 네네치킨을 운영 중인 (주)혜인유통이 그곳이다. 이 두 기업의 부부 대표들은 사업 초기부터 동업자이자 동반자로서 회사를 함께 이끌어 왔다. 그러나 현재 두 기업의 수장들은 모두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이혼 후 각 기업의 경영권을 부부 중 한 명이 넘겨받은 것. 놀부의 경우 아내가, 네네치킨은 남편이 경영권을 차지했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부부가 갈라선 후 두 기업 모두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관련업계에는 ‘누구는 웃는데 누구는 괜스레 배 아파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 그들의 이혼 후 손익계산서를 따져봤다.

‘놀부’ 김순진 회장 ‘돌싱’된 후 승승장구…주식가치 110억원
‘네네치킨’ 현철호 회장 홀로서기 후 대박…연매출 700억원



(주)놀부NBG는 현재 국내외 640여 개 가맹점과 6500여 명의 직원, 일일고객수 12만명이 사용하는 한식 대표 외식기업이다.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 놀부솥뚜껑삼겹살, 놀부항아리갈비 등 소유한 브랜드만도 10여 개나 된다.

‘부부’경영에서 ‘여성’경영으로

소위 외식업계의 ‘재벌그룹’으로 불리는 이 기업의 수장은 업계 유일한 여성 CEO 김순진 회장이다. 김 회장은 이른바 ‘돌싱’이다.
지난 2003년 오진권 전 남편과 이혼했다. 사실 김순진 (주)놀부NBG 회장과 오진권 (주)이야기가 있는 외식 공간 회장은 한때 부부이자 훌륭한 사업파트너였다. 1987년 서울 신림동에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한 보쌈집인 ‘골목길’을 열 당시부터 이 둘은 함께했다.

외식프랜차이즈 회사인 ‘놀부’도 부부가 공동대표로 올라 함께 일궜다. 오 회장이 회장으로 경영 전반을 관리했고, 김 회장이 사장을 맡아 점포관리 및 대외홍보를 책임졌다. 당시만 해도 외식업계의 ‘부부경영’은 다소 생소했던 때로 놀부는 이 점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후 금실 좋은 ‘잉꼬 경영자’ 부부로 여러 매스컴의 관심을 끌었고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놀부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부부경영을 이뤘던 놀부가 이혼으로 김 회장의 단독 경영으로 바뀌었다.

결국 김 회장은 외식업계 유일한 여성 CEO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놀부는 즉시 CEO 마케팅의 초점을 부부경영에서 여성경영으로 바꿔 김 회장을 홍보하기에 전념했다. 2003년 9월 ‘21세기 여성 CEO 연합’ 회장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최근 관련 기사의 대부분이 김 회장과 관련된 내용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홍보 마케팅이 효과를 이룬 탓일까. 이후 놀부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할머니보쌈이 대표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이전에는 어렵던 해외진출 사업도 2004년 이후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일본, 중국 등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히 매출액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2001~2002년 230~32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던 놀부는 경영권을 바꾼 2003년 390억원, 2004년 456억원을 달성했다. 2007년 연매출 91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무려 1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00년 초기에 비해 회사 매출액이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김 회장의 보유자산도 늘어났다. 2002년 전체 주식의 41.16%를 소유했던 김 회장은 2003년 전 남편인 오 회장의 주식을 흡수, 전체 54.58%의 주식을 차지했다. 2005년 이후에는 이를 79.58%로 높여 놀부의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게다가 2006년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기존 6만 주에서 26만 주로 늘려 재원을 확보해 회사의 몸집을 키웠다. 현재 김 회장은 2008년 12월 기준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10억원 규모로 국내 비상장 여성주식부호 34위에 랭크됐다. 김 회장의 이혼 후 앞날이 승승장구인 반면 오 회장의 움직임은 이와는 상반되는 형국이다.  2002년 놀부의 지분 30%를 소유했던 오 회장은 2003년 이혼하던 해 16.58%로 지분율이 반으로 줄더니 이듬해에는 주주명부에서 아예 이름이 빠졌다.

놀부의 주당 가격이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002년 당시 시가총액 1억여 원의 주식을 내놓은 셈. 이 주식은 고스란히 김 회장이 넘겨받았다. 오 회장의 고난은 또 있었다. 이혼 이후 오 회장은 ‘놀부집’ 등 직영 매장으로 별도 회사인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을 차렸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김 회장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이다. 이혼 합의 당시 ‘동종업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송에서 패한 오 회장은 패소 후 4일 만에 직영점 5곳을 철수하고, 손해배상을 통해 50억원을 날렸다. 최근 오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오 회장은 최근 다시 외식업계에 얼굴을 드러내며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네치킨을 운영 중인 (주)혜인유통은 놀부와는 반대의 케이스로 이혼 후 남편이 경영권을 차지했다. 2005년 7월 이혼하게 된 현철호 회장은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다. 1999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늘 부부경영을 하며 상당 부분 힘이 됐던 아내가 빠진 상황에서도 현 회장이 홀로 이끈 ‘네네치킨’은 오히려 대박행진을 기록했다. 네네치킨은 사실 2005년 이전만 하더라도 업계 대표기업인 비비큐, 교촌치킨과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강북’ 지역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번진 네네치킨의 성장은 주목할 만 했다. 특히 2007년은 동종업계 내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유재석, 노홍철, 정준하 등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델로 한 CF 한 편이 대박의 주인공이다. CF 한 편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네네치킨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홀로서기 후 대박행진

당시 CF로 인해 지출한 광고비는 30억원으로 알려지는데 업계는 네네치킨이 수배에 달하는 홍보효과를 봤다고 해석한다. 실제 2006년 전국 494개 가맹점을 보유하던 네네치킨은 2007년 182개의 신규매장을 개점해 672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이 같은 성장 속도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 약 9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자연히 매출액도 크게 성장했다. 2007년 기준 500억원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 1개의 가맹점을 시작으로 발판을 다진 것을 감안한다면 눈부신 성장인 것이다. 현재는 1000여 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비비큐와 교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이혼 당시 경영권을 넘기고 퇴사한 현 회장의 전 아내는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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