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김상수

2013.09.02 08:57:44 호수 0호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담아내죠"

[일요시사=사회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그러나 사람을 주제로 한 그림. 김상수 작가는 디테일한 구성과 차분한 모노톤으로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담아냈다. 작법의 모던함과 화면의 귀여움(?)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유쾌한 현대적 우화다.






요즘 들어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기서 '
키운다'함은 단순히 먹이를 주는 행위만이 아닌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이 영위하는 삶은 개나 고양이의 일생을 좌우한다.

개…고양이…인간…

서양화가 김상수 작가는 최근 개나 고양이와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작가가 단순히 반려동물을 '그린다’'는 행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 속 동물의 이미지는 작품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 군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동물을 그리다 보니까 동물전문잡지(애견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동물 이미지로 작업하는 작가가 얼마나 되냐고. 그랬더니 20∼30대 작가 몇 사람 정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림이란 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창작이라 하고요. 어쩌면 제 작업은 캐릭터적인(대상을 부각시키는) 작업보다는 알레고리적인(우화적인) 작업에 가깝습니다. 동물이라는 소재가 중복될 수 있지만 그리는 방법이 중복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김 작가의 그림은 말끔한 묘사와 심플한 배경을 특징으로 한다. 김 작가는 "내 그림의 표현 방법을 모던하게 가져가려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언뜻 보면 유럽의 인상파 같은 근대 회화보다는 미국의 리얼리즘과 팝아트의 경향이 적절히 배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 작가의 그림은 어떤 '이즘(ism)'으로 가둘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제 그림을 팝아트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어쩌면 현 시대의 모든 회화는 어떤 특징으로 구분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미술사를 봐도 표현주의와 같은 이즘은 시간이 지나면서 묶이는 거고. 저는 제 그림을 100년 정도 지나고 봤을 때 기존의 표현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창작을 하는 일이니까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죠."

동물 소재로 전시…사람 이야기 우화로 표현
말끔한 묘사와 심플한 배경 "모더니티 화법"

김 작가는 "이미지가 변했을 뿐이지 그동안 사람 사는 이야기만 그려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김 작가는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었다. 그의 작업 모티브는 우리의 사는 이야기. 하지만 조금은 구조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며 일상의 단면을 들춰왔다.

"작업 초기에는 심오하고 어두운 표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첫 아이가 태어나고, 그림이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그래도 주제가 변한 건 아닙니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람들. 그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요.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는 초현실적인 부분도 도입했고요."

김 작가는 "내가 회화를 통해 의도한 것들을 관객들이 반드시 간파하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보는 사람마다 한 가지 그림을 놓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대학로 예술만세 갤러리에서 또 한 차례의 개인전을 앞둔 그는 "관객들이 그냥 부담 없이 와서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 전시될 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문법은 바로 모노톤의 화면 구성. 색의 배제를 통해 그림은 한껏 더 세련되진 느낌이다.

그는 1년여에 걸친 과도기 작업을 통해 컬러풀한 채색을 버리고 모노톤으로 회귀했다. 대학 시절, 흑과 백만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파스텔톤의 작업을 거쳐 다시 모노톤으로 돌아왔다. 작품 속 색의 변화는 그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친숙한 이미지 차용

"8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오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 작품들은 창고에 있는데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예요. 그런데 점차 화사해지다가 나를 '꽃' 작가로만 보는 것 같아서 최근 들어 모노톤으로 회귀했죠.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10년에 한 번씩 색이 환원한다고 해요. 하지만 화면에서 필요 없는 것들은 걷어내게 되죠. 이게 발전인지 퇴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그림은 즐겁고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상수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회화전공
▲북경 국제예술박람회(2005) 등 개인전 17회
▲MBC미술대전 등 국내외 단체전 130여회
▲2011 SOAF(코엑스,서울) 등 아트페어 다수
▲제8회 안견미술대전 안견대상 등 수상
▲홍익대·울산대·위덕대 등 강사
▲대학로 예술만세 갤러리 개인전 예정(8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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