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 저그’ 품은 필 미켈슨

2013.08.19 10:19:54 호수 0호

장타 대신 정확도집념의 라운딩

경기를 마치지 않은 선수가 8명이나 더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7월22일 새벽 스코틀랜드 걸레인 뮤어필드 골프장(파71)에서 열린 142회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필 미켈슨(43·미국)은 18번홀(파4)에서 3m 거리의 내리막 버디퍼트를 잡아낸 뒤 우승퍼트라도 넣은 듯 과감한 세리머니를 했다.
미켈슨과 동반라운드를 한 프란시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뿐 아니라 챔피언조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그에 앞서 출발한 타이거 우즈(미국)까지 그를 넘어설 경쟁자가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은제 주전자)’에 붙여질 역대 우승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새겨지고 있었다.
미켈슨은 최종라운드를 선두와 5타 차 공동 9위로 출발했지만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미켈슨은 이븐파 284타의 2위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우승 상금 95만4000파운드(약16억2000만원)와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미켈슨은 “내 생애 최고의 라운드를 펼쳤다”고 했다. 그만큼 술술 풀린 하루였다. 미켈슨은 이 대회에 앞서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41승을 거둔 강자였지만, 유럽 무대만 서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쇼트게임의 마법사’란 별명답게 환상적인 쇼트게임 실력을 갖췄지만 해안가에 위치하고, 강한 바람에 러프까지 깊은 영국 골프장에서는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 했다.
실제 미켈슨은 메이저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3차례, PGA 챔피언십에서 1차례 등 미국에서 펼쳐진 무대에서는 실력 발휘를 하면서도 디 오픈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했다.
생애 20번째 나서는 이번 디 오픈을 앞두고는 철저히 준비했다.
미켈슨은 디 오픈 코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대회에 한 주 앞서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했다.



19번 실패가 보약
상금 25억원 중 60% 세금 “남는 게 없다”

거물급 선수들은 보통 대회 한 주 전에는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지만 미켈슨은 반대 선택을 했고, 거기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며 적응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키웠다.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바람 변수가 많아 거리보다는 정확도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대회 코스 특성을 감안해 가장 멀리 칠 수 있는 장비인 드라이버는 가방에서 아예 빼놨다.
미켈슨은 그 대신 우드와 하이브리드를 들고 방향성에 중점을 둔 티샷을 했다. 덕분에 코스 곳곳에 무려 150개나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와 러프를 비교적 잘 피해 다녔다. 티샷 평균거리는 275야드로 짧은 편이었지만 정확도 60.71%로 코스를 감안할 때 꽤 좋았다.
미켈슨은 최종라운드에서 올해 새로 바꾼 퍼터 덕을 톡톡히 봤다. 미켈슨은 올시즌 들어 로프트 각도 2도의 캘러웨이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의 퍼터 로프트가 4~5도인 것에 비해 캘러웨이 오디세이 퍼터는 가파르다. 미켈슨은 새 퍼터로 최종라운드 14번홀에서 6m, 18번홀 3m 퍼트 등 홀 5m 안팎의 버디퍼트를 자신있게 쓸어 담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켈슨이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천문학적인 상금을 손에 넣었지만 60%가 넘는 돈이 세금으로 나간다고 보도했다.
미켈슨은 브리티시오픈(95만4000파운드·약16억2000만원)과 스코틀랜드오픈(50만 파운드·약 8억6000만원) 등 2주간 영국에서 벌어들인 수입만 25억원 가까이 된다.
미켈슨은 그러나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스코틀랜드의 세법에 따라 63만6069파운드(약 10억원)를 떼야 한다.
영국 연방 세법은 우승으로 인해 얻게 되는 보너스 등에도 45%의 세금이 붙고, 미켈슨의 주거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외국납부세액 공제 혜택을 받더라도 13.3%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세금 납부 후 미켈슨의 수중에는 전체 상금의 38.9% 정도인 약 9억4000만원 정도가 남지만 캐디인 짐 매케이에게 10%를 떼어주고 교통 및 숙박,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30% 수준으로 떨어져 실제 챙길 수 있는 돈은 7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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