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범죄예방 설계사업’ 수주 자격 논란 “왜?”

2009.06.23 09:37:48 호수 0호

고양이(?)한테 생선 맡겨도 돼?

삼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보안업체 ‘에스원’이 최근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이로써 에스원은 ‘범죄 없는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게 됐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에스원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끊이지 않는 내부직원 범죄로 ‘도둑양성소’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업체가 범죄예방 환경설계 컨설팅 사업을 수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시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의 신길 11구역 등 ‘범죄예방’ 컨설팅 사업 수주
강도, 절도 등 잦은 직원 사고로 구설수 올라 자격 논란 


보안업체 에스원은 지난 15일 재정비촉진지구인 서울시 신길 11구역을 포함한 5개 구역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에스원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재개발지역 전반에 대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외부 위협 요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환경설계 개념을 도입한다. 차후 생겨날 수 있는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지역 거주민의 생활 편의성과 안전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내부 기강 괜찮나



에스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발표하면서 “에스원이 물리적 보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큐리티 컨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앞으로 이 같은 사업이 지자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사업 확대도 희망적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에스원이 이번 사업을 진행할 만한 자격이 되는 업체인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국내 최대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그동안 각종 범죄 사건으로 구설수에 시달렸다.  더구나 해당 범죄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사 보안업체 직원이란 사실에 사회적 비난은 더 컸다. 에스원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부직원 관리를 위한 자정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지난 2001년 발생한 탤런트 고현정씨의 억대 다이아반지 도난 사건은 에스원의 직원기강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당시 삼성 재벌가의 며느리로 화제를 모았던 고씨는 집에 도둑이 들어 억대가 넘는 금품을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라진 물건은 1995년 결혼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예물로 1억5000만원 상당의 반지였다.

고씨는 경찰에서 “며칠 전에도 안방 옷걸이에 걸린 남편의 바지에 있던 50만원짜리 수표 1장이 사라졌지만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도난당한 수표가 서울시내 한 단란주점에서 사용된 사실을 포착하고 혐의자를 구속했다. 범인은 고씨의 집에서 일하던 에스원 소속 경비원 이모씨였다. 이씨는 수표를 훔친 사실은 시인했지만 다이아몬드반지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관련업계는 이씨가 반지를 훔쳤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비난했다. 보안업체 직원이 자신이 속한 회사 그룹의 부회장 집을 상대로 절도 행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직원 기강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해석에서다.
이 같은 업계의 비판에도 에스원 직원에 의한 사건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1년에  2~3차례씩 잊혀질 만하면 다시 터졌다. 절도, 강도, 성폭행까지 범죄의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2007년 9월에 발생한 강도 사건은 에스원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사건으로 남아있다.
당시 에스원의 한 직원은 고객의 집에 무단 침입해 여성 2명을 성추행하고 강도짓을 벌였다. 하지만 에스원 측은 회사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해당 직원에게 사표를 쓰게 했고, 외부에는 일주일 전 퇴사한 직원인 것처럼 대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사의 꼼수는 경찰조사로 금새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이 사건은 이우희 전 사장이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장직을 내놓으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장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습에도 에스원 내부의 기강은 그닥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2007년 8, 9월에 이어 지난해도 1월과 9, 10월에 연달아 사건이 터지는 등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순찰을 돌던 한 직원이 결혼을 앞둔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업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늦은 새벽, 직원 김씨는 만수동 편의점 주변을 순찰하던 도중 만취한 A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그녀가 인사불성인 점을 확인하고 다가가 “집까지 태어다 주겠다”고 말을 걸었다. A씨는 김씨가 정복 차림에 순찰차까지 몰고 있어 경찰로 착각했고, 순순히 차에 올랐다.

하지만 김씨는 곧바로 인근 중학교로 향해 반항하는 A씨를 차 안에서 강제로 성폭행 했다. A씨는 다음 날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DNA 조사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성폭행 사실을 인정, 합의금을 물어준 후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에스원을 향한 업계의 쓴소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에스원이 업계 1위라는 명성과는 달리 직원 인성교육이나 범죄예방교육에는 너무 소홀하다는 비판이었다. 사실 에스원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마련에 힘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사고는 계속됐다. 그때마다 국민들의 신뢰도 잃었다. 

이미 신뢰 잃었는데…

이번 컨설팅 사업 수주에 대해 업계가 자격 논란을 문제 삼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비 업무는 타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지켜주는 업무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신뢰다. 하지만 에스원은 이미 여러 차례 국민들에게 실망을 시키며 신뢰를 잃었는데 이번 컨설팅 사업을 수주할 자격이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내부관리 소홀로 직원들에 의한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기업이 ‘범죄 없는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선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해석인 셈이다.
이에 에스원 관계자는 “컨설팅 사업 수주에 대한 업계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다”며 관련된 입장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회사 의견이 취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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